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 - 야구광 철학자의 한국 야구 50년 관전기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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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50년 동안 좋아한다는 건 어떤 걸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거 아닐까?


📚 


저자 탁석산은 철학자다. 그는 야구를 좋아해서 무려 50년간 관전해왔다.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기기도 전인 고교 야구, 실업 야구 시절부터다.


그는 푸르른 야구장을 보면서 사바나 가설을 떠올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바나 같은 풍경에 끌린다는 것이다. 드넓은 평지 위에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들처럼, 넓은 경기장에 서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은 야구에 대해 고리타분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특정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수치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야구를 보면서 느낀 소회들을 풀어놓는 것에 가깝다.


저자는 팀의 승리에 집착하기보다는 낭만을 좇는 사람이다. 투수가 그날 경기력이 좋지 않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드라마를 꿈꾸는 사람. 그리하여 ‘철저히 분업화’된 프로야구에 아쉬움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야구를 즐겨 보면서도 사실 이 책이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열어보니 한 장 한 장 술술 넘어갔다. 마치 야구장에 갔다 우연히 만난 교수님과 한바탕 담론을 나눈 기분이다. 


근데 이제.. 범접할 수 없는 찐덕후인..^^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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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낯선 동행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11
김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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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설렘이 느껴진다. 게다가 뭣 같은 회사를 때려치우고 떠나는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즐겁기만 해도 아쉬울 이 여행이 점차 재앙으로 뒤바뀐다. 친절하고도 의뭉스러운, 낯선 동행자 때문에.

 

-

 

혜성은 퇴사 후 충동적으로 스페인 여행을 결정한다. 그리고 유럽 여행 카페에서 만난 지효와 함께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 그런데 스페인 도착 당일, 지효가 나타나지 않는다. 혜성은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 홀로 가보지만 예약은 취소되어있다.

 

날은 어두워지고, 방은 없고. 좌절한 혜성의 앞에 길우가 나타난다. 첫날 길우의 도움을 받은 혜성은 점차 그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은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그런데 뭔지 모를 찝찝함이 따라다닌다. 마침, 튀르키예에서 한국인 여성이 실종되었다는 기사를 마주한다.

 

혜성의 마음은 설렘에서 불안으로, 불안에서 분노로 시시각각 떠밀려간다. 이제 그의 여행은 더 이상 설레는 여정이 아니라, 무사히 빠져나가고 싶은 지옥이다.

 

저자 김진영은 그 심리적인 흐름을 세밀하게 잘 그려낸다. 이미 책장을 덮었지만, 그 불안함과 찜찜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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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녕하기를 - 나의 깃든 이에게 저스트YA 15
남유하 지음 / 책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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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하,『부디 안녕하기를』 



어느 날 내 몸에 다른 이의 영혼이 깃든다면? 그런데 그것이 아주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있던 일이며, 내 운명을 뒤흔들 사건이라면?



📚 



이 책은 미래의 어느 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그곳의 사람들은 열일곱 살 전후로 제 몸에 다른 이의 영혼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조상의 혼일 수도, 동식물의 혼일 수도 있다. 이곳에서 빙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깃들지 않은 자’는 소수 취급을 받으며 사회에서 배제된다.


주인공 ‘소로’에게도 마침내 영혼이 깃든다. 그 영혼은 행성에 속했던 존재가 아닌 듯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소로는 그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둘은 곧 온전히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이름은 ‘조영인’. 우수선 사고로 홀로 수백 년간 우주를 떠돌던 영혼이다.


많고 많은 영혼 중 하필 그가, 소로의 몸에 깃든 것은 왜일까? 무당들이 그의 영혼이 깃든 소로를 주시하는 이유는 뭘까? 

그가 깃든 뒤 소로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까? 

두 영혼은 끝까지 공존할 수 있을까?


빙의라는 소재를 SF로 재탄생시킨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접신의 개념이 아니라, 공존의 개념으로서 존재하는 ‘깃든 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우리가 그 영혼에 지배되지만 않는다면, 아주 멋진 동반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저도요. 운명을 믿어요. 하지만 운명을 바꾸는 것도 우리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거대한 강줄기에 작은 지류가 생겨 그곳으로 물이 흐르고 마침내 새로운 강이 되는 것처럼요. ❞ 



단순히 SF소설로 분류하기에는 소로의 성장을 참 멋지게 그려낸 책이다. 참신한 소재, 속도감 있는 전개, 떡밥을 회수하는 재미.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량이 너무 짧다!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정말 아쉬웠다. 후속편이라도 나온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싶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 받아 읽은 뒤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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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 드림
강민영.황모과 지음 / 스프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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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드림은 황모과, 강민영 작가님의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두 작가는 각자 <옥춘당 귀녀회><뱅가니갱>이라는 작품을 통해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인 퍼플드림에서 연상할 수 있듯 페미니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옥춘당 귀녀회>는 조선시대의 여성들에 대해, <뱅가니갱>은 인도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대적으로, 지리적으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 같은 두 세계의 여성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온갖 종류의 폭력에 노출되어있다는 것이다.

 

극 초반 이들이 겪는 수모를 지켜보다 보면 분통이 터진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만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입안이 씁쓸해진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 딸들이 똑같은 꼴을 당하게 할 수는없다며 들고 일어서는 여성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조금 더 속 시원한 복수가 이루어지길 기대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분투하는 여성들의 서사를 지켜보며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언제든 뱅가니갱이 될 준비를 하고있는 여성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 받아 읽은 뒤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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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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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남겨진 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가족이란 잔인한 굴레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주인공 ‘이다’는 엄마를 잃었다. 그는 오랜 기간 알콜에 의존하다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홀로 남은 이다는 위태롭게 살아간다. 엄마를 방치했다는 죄책감에 빠지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이다의 앞에 크누트와 마리안네가 나타난다. 이다는 그들의 둥지에서 조금씩 숨 쉴 틈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라이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


나는 이 이야기가 로맨스로 흐르지 않기를 바랐다. 어떤 고통은 결코 희석되지 않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쉬이 흘려보낼 수 없으므로. 좀 더 이다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길 바랐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가 좀 애매하게 느껴진다.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불안한 요소들이 산재한다. 그와의 관계가 이대로 순탄하게 흘러갈 수도 있지만, 쉬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점 때문에 비로소 현실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같은 결말이면 좋겠지만, 삶이란 게 그렇지 않다. 이다는 끊임없이 죽은 엄마를 발견할 것이며, 그 죄책감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건 누가 옆에 있고 없고와는 다른 문제다. 누군가에게 잠시 의지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이다가 쉽게 생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 언젠가 라이프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것처럼 늘 “폭풍으로” 들어갈 거라는 것. 


우리는 결국, 이 모든 상실과 고통을 품고 살아가리라는 것. 


초반 이다의 감정에 이입해 많이 힘들었던 작품이다.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조금쯤 편안해졌다.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억지 위안보다 훨씬 마음에 와닿았다. 누군가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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