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시은 그림 전명진
바람의아이들
이 맘때면 더 동백꽃이 아련하고 아프게 다가옵니다.
정열적으로 불타오르는 듯한 동백의 빨강색이
가슴을 더 저며오면서 뚝뚝 눈물처럼 떨어지게 하는 이유를
요즘에는 조금 알 듯 합니다.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하고 난 후 그 공포와 충격을 되새겨보면 눈물만
날 뿐입니다.
어린이아이 뿐만 아니라 아직 피지 못한 태아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도저히 인간이 인간에게 했다고
볼 수 없는 엄청난 만행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장면을 그대로 알려줘도 될지
많이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축소나 과장없이 있는 그대로 역사적인 순간을
기억하고 사실을 진실로 받아드리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아이들과 여러번 관람을 했지만 할 때마다
눈물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떠한 이유도 명분도 없이 제주지역에 있었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하고 죽임을 당했던 그 들의 혼을 어떻게
달래고 안아줄 수 있을까요?
지금도 그 4.3의 사건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억울함이 1도 없이 제주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철저히
규명해야 하는데요.
이 그림책은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봄바람처럼 설레는 분홍이와 노랑이를 만끽할 여유도 없이
활짝 피워보지도 못하고 저 멀리 하늘로 떠나셨던 소중한 분들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겠습니다.
제주 민간인 학살로 얼마나 많은 숭고한 희생들이 있었는지.
남은 이들의 큰 고통과 아픔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처절했는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불바다로 사라졌던 한 마을이 지금은 형채조차 가물하지만
예전에는 따스한 봄바람이 불었고, 파란 하늘도 높이 높이
보여겠지요.
곤을동을 추억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