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
이경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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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10주기 추모전을 보러 갔는데 전시 자원봉사자가 묻지도 않은 책을 소개해줬다. 집에서 5분 거리에 백남준아트센터가 있지만 백남준이라는 예술가에 전혀 흥미를 못느끼고 있던 차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책을 왜 읽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그 괴상한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리고 알게 된 건 어리숙해 보이는 그의 모든 행동들이 실은 고도로 계산된 퍼포먼스라는 사실, 그는 정말이지 이벤트와 퍼포먼스의 천재였다. 6개 국어를 마구 섞어 쓰는 언어의 마술사이면서 거기에 자신만의 비밀언어나 전문용어 약자를 섞어 글을 쓰기 때문에 이 글을 쓴 유치원 친구 이경희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글이 부지기수..
60년대 뉴욕 소호거리에 등장할 때부터 음악 철학 사상 등을 뉴욕의 지식인과 대등하게 논하며 백남준이라는 이름을 눈깜짝할 사이에 세계에 퍼뜨렸다고 한다. 치기어린 예술가가 아니라 이미 처음부터 그는 완성된 천재 예술가였는지 모르겠다.
백남준 아트센터에는 그의 작업실을 옮겨놓은 공간이 있다. 각종 공구들과 기계 전구 등이 있는 그의 작업실은 흡사 오래된 전파사를 연상시키는데 역시 범상치 않은 그 공간이야말로 티브나 로봇 등 평생을 기계와 예술의 접목에 집착했던 기괴한 천재 예술가의 정신세계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 책을 읽고 그 작업실이 오랫동안 떠오른 건 그곳이 백남준의 모든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각종 공구와 장비들에 둘러싸여 머리를 쥐어뜯으며 뇌졸중으로 쓰러질 때까지 범인은 이해하지 못할 예술을 탄생시켰다..역시나 예술은 고독하다. 그리고 천재는 더욱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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