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요원 火鳳燎原 1
Chan Mou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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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또 다른 시각의 삼국지연의가 있다. 유비, 관우, 장비 중심의 삼국지(삼국지연의)를 보고 나서, 조조를 중심으로 한 만화 창천항로는 단숨에 다 읽어 버렸을 정도로 신선했다. 덕분에 조조를 재조명한 책(자오위핑/판세를 읽는 승부사 조조)도 읽게 됐다.

 

만화 화봉요원은 사마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작가는 삼국 시대의 승자를 사마의로 규정하고 있다. , 창천항로가 조조를 중심으로 한 삼국 시대의 이야기(픽션)이라면, 화봉요원은 사마의를 중심으로 풀어간 이야기(픽션)이다.

 

역사 소설, 역사 만화, 역사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유는, 한 줄의 정사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는 사실만을 기록한다는 선입견에 라든가 그 배경 설명이 부족한 채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래서 왜 그가 반역을 일으켰는지, 그것이 반역인건지 충분히 이해할 실마리가 정사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결핍을 작가적 상상이 들어가 풀어냄으로써,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 것에서 일종의 속풀이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더구나, 역사는 사실만 기록한다는 것이 선입견이라 말한 것은, 우리 손에 들려진 정사는 소위 승자의 입장에서 작성된 승자들의 의견이다. 즉 편향된 기록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그것은 환상이야’ ‘그것은 상상이야’ ‘그런 일은 없었어라며 정리해 버린 예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야사로 평가 절하된 기록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고려 왕조의 순혈 제왕들의 겨드랑이에 진짜 비늘이 나 있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따라서 승자의 편향된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한 자료에 기반해 이야기로 풀려진 역사물들에 재미를 느끼는 지도 모른다. 난세의 간웅이라 불리는 조조는, 전략이 기반한 경영과 인재 활용에 아주 재주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한 시각이 간웅이라는 두 글자에 가려지고 묻혀 전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필자는 가지고 있다.

 

성리학은 유가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고, 유가는 을 중시하는 사상이다. 이를 받들고, 공자의 사당까지 만든 조선 시대에 과연 은 얼마나 존재했을까? ‘법가, 절대 권력의 기술에서 논한, 법가의 사상을 밀전하며 통치 및 정치에 활용하고, 유가의 사상 혹은 성리학의 사상은 백성의 사상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전면에 내세운 사상누각일 뿐이지 않나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정도전은 잘못된 왕의 행위로 백성이 핍박받으므로, 왕을 견제하는 정치적 기반을 닦은 사람으로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하루 종일 왕을 공부시켜 성군으로 만들고, 과거를 통한 사대부의 현자가 정치를 한다는 사상은 그들이 정치권력을 얻기 위해 참고한 법가의 사상과도 다르다.

 

고려는 불교를 국가의 이념으로 삼고 있다. 불교의 중심 사상 중 하나는 자비인데, 고려사 어디에도 자비에 입각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법가의 정치권력 확보 방안인 세를 모아 신하든 왕이든 권력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나가려 한 흔적은 너무도 많다.

 

이런 사람들의 과거사를 정리할 때 어떤 입장에서 정리를 할 것인가? 사관 모두를 싸잡아 욕을 할 수는 없지만, 결국 결재는 권력을 가진 이가 하는 것이다. 사초를 정사로 남기고 말고는 권력을 가진 이가 좌우한다. 결국 우리 손에 있는, 가뜩이나 자료가 부족해 모두 수록되지 않은 역사를 우리의 정사라 믿고 학습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 더구나 일제 강점기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우리 역사는 다시 해석되어 현대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환단고기의 내용을 다 믿지는 않지만, 이러한 기록을 잘못이라 폄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다양한 기록을, 증거와 사실에 입각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들에게 있으면 싶다.

 

따라서 학계는 다양한 기록들의 증거를 찾아보는 것에 열을 올려 그러한 것들이 우리들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놓아둔다면 어떨까 싶다. 그것이 혼란을 만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일한 발상에서가 아니라, 적어도 우리들이 비교 분석할 능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시작이 만화로 시작되긴 했지만, 수많은 전란과 내란으로 무수히 많은 기록들이 소실되고, 승자들에 의해 없어지고 사라진 많은 기록들에 아쉬움이 크기 때문에 이런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해해 주면 좋겠다.

 

사마의의 왕조도 그리 길지 않아, 그가 삼국시대 경쟁의 승자라 이야기하는 것은 좀 과해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필자는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말하는, 물론 허구라도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환영한다.

 

그리고 역사 저널 그 날처럼 남아 있는 기록에 입각해 주제별로 조목조목 따져주는 방송도 환영한다. 과거를 어떻게 다 기억하고 기록에 남길 수 있을까? 타임머신이 나오지 않는다면 불가능 할 것이다. 부족한 사료로 이리저리 기워진 우리의 역사이긴 하지만, 혹은 세계사이긴 하지만, 좀 더 알고 싶은 필자의 작은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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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가, 절대권력의 기술 - 진시황에서 마오쩌둥까지, 지배의 철학
정위안 푸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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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택했다는 조선의 정치 형태와, 불교를 국가 이념으로 선택한 고려의 정치. 인과 자비가 없기에 궁금했는데, 정치에서는 법가를 비전하고 있었다.

 

법가, 절대 권력의 기술이 책은, 현대 중국과, 근대 소련, 쿠바 등 공산주의 국가의 초기 정치 형태가 법가의 사상과 유사하다 설명한다.

 

진시황 때부터 정치에 반영되어 온 법가의 사상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고, 법에 입각해 정치한다는 것이 아니다. 국가 권력은 왕에게 집중되어야 하고, 이는 귀족, 대신들과 나누는 것이 아니다. 또한 왕은 법을 제정, 집행하는 정치의 두뇌이기 때문에, 왕은 법 위에 존재한다. , 법이란 왕의 욕망의 표현이라고 법가는 이야기 한다.

 

이 책에 의하면, 법가의 사상에는 유가의 내용, 노자의 내용, 묵자의 내용 등을 가져다 활용한 것 같은 부분이 많다 한다. 한비자도 유가의 제자 옜다며, 가져다 썼다는 설명을 쓴다.

 

42 페이지 ~ 참고, 편집

도덕경에는 늘 백성에게 앎이 없게 학소 바람이 없게 한다. 감히 무엇을 한다고 하지 못하게 한다. 함이 없으면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을 것이니라든가 도를 잘 실천하는 자는 도로써 백성을 똑똑하게 만들지 않고 도로써 바보 같이 만든다.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 지혜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46 페이지

유가는 심오한 인본주의 사상이지만, 그 안에는 법가의 마음을 끄는 권위주의적 요소가 있다. 전지전능한 군주에게 신민이 무조건 복종과 충성을 바쳐야 한다는 유가 교의는 법가의 절대주의 체제와 완전히 일치한다. (중략) 세습에 반대하고 능력을 중시하는 유가의 원칙은 세습 귀족 제를 폐지하고 관료제를 도입하는 법가의 개혁과 상통한다.

 

50 페이지

법가의 권위주의 사상이 묵가의 평등과 평화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것은 언뜻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백성이 서로 고발하는 정보망을 구축하고, 군주를 도덕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로 보며, 신민은 군주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교의를 묵가가 주창한 것은 사실이다.

 

제자백가란 용어 혹은 말은, 세계사 혹은 중국사나, 유사 문학들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제자백가의 사상을 한 번씩 훑어보면, 오히려 현대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봤다. 그러나 법가의 사상 속에 제자백가와, 그것도 성격적으로 이질적인 사상들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21세기의 정치에서 법가의 사상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법가는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는다. 물론 그것은 군주의 권력 획득만을 말한다. 필자는 최근 역사 관련 물들을 본 범위에서 보면, 조선시대 태종이 가장 유사했고, 숙증이 그 다음으로 법가의 사상을 몸으로 실천한 군주가 아닌가 한다.

 

이 책에서는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세를 모아야 한다고 법가는 주장한다고 한다. 세의 두 축은 군사력과 경제력이고, 세의 유지는 정보 독점과 권력 강화이며 세의 대상은 국가와 백성이라 한다. 국가는 정치를 위한 도구라고 까지 이 책을 법가를 소개하고 있다.

 

법가가 말하는 세()의 정의는 ‘(56 페이지) 구조적 의미로 세, 즉 잠재력은 지위나 신분에서 나오는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뜻한다. 실체로서의 세, 권력은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려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물리적 수단과 자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세는 지배자의 권위와 실질적인 힘을 모두 가리킨다.

 

현대 드라마(굳이 정치 드라마가 아니더라도)의 권력 투쟁에서 쉽게 사례를 발견할 수 있으니, 먼 과거의 철학이지만은 않다.

 

이 책은, 법가에 관한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개론 같은 책이다. 법가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한비자 등을 읽어 나가면 된다. 그런데 묘하게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도 정치를 함에 있어 법가의 철학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현대 정치에서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기술이, 이미 진시황 채택 전부터 존재해 왔고, 이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보다도 훨씬 앞선 철학이었다. 인간이 존재하고, 집단을 이루며 살기 시작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경험을 하진 이들의 힘이 필요했었다. 이것이 하나의 권력 형태의 욕망이 되면서부터, 권력을 얻어 유지하려는 수많은 시도와 성공과 실패가 있었다.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므로정치권력을 손에 잡거나 그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고는, 이런 정치적 모략과 권력 지향적 행동을 당연하게 여길 것인지 더럽게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실천보다 앎이 있다면, 파워 100으로 맞을 매를 파워 10으로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 물론, 이론적으로 말이다. 과거나 현재나 힘이 없으면 무시당하고 밟히고 잘리는 것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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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상곡(夜想曲) 2017-08-0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재시거에 의한 능력에 적극 찬성합니다.
 
통계가 빨라지는 수학력 - 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기본 수학 통계·물리 수학
나가노 히로유키 지음, 위정훈 옮김, 오카다 겐스케.홍종선 감수, 기타미 류지 그림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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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엇인가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습관이자 역량이다. 소위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과정엔 현재 상황 분석과정이 포함된다.

 

웹 사이트를 만드는 절차의 마일스톤(milestone)은 준비, 분석, 설계, 구현, 테스트, 전개의 과정을 거친다. 이는 비단 웹 사이트를 만드는 프로젝트 절차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구현이 제작으로 바뀌면, 제품 제작의 절차가 된다.

 

프로젝트의 정체가 무엇이건 간에, 분석이란 과정은 내일을 준비하고 내일 위한 것을 만들 때 필수적인 과정이다.

 

분석에는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이 있다. 정성적 분석은, 숫자가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정량적 분석은 숫자와 된 데이터를 사용해 전개하는 분석이다.

 

여기서 정량적 분석은, 수학적 능력을 필요로 하며, 통계 기법을 도구로 사용하는 예가 많다. 우리는 과거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수학 및 통계에 대해 학습했다. 물론 동일한 교육 과정을 거쳤다고 하여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필요할 때 참고 서적을 보며, 필요한 기술을 꺼내 쓰게 된다.

 

예를 들어, 도수분포표에 대해, 이전 학습 과정을 살펴보면, 관련 용어, 작성 방법, 용례, 응용문제의 순으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사회 혹은 일상에서는, 용례를 먼저 만나고, 그 용례에 맞는 수학적 통계적 도구를 기억해 내거나 찾아야 한다. 전자는 하나씩 익히는 용이함이 있다. 후자는 용례에 필요한 수학적 도구가 하나 이상이 된다. 또한 학습 과정에서 사례 중심으로 했을 때, 대표 사례를 정하기 어렵다.

 

도수분포표의 대표적 용례는 집단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학급의 평균 이하의 학생 현황 같은 것을 분석해 볼 때 적절하다.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으로, 원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정렬 정리한 후, JIS 규격으로 계급의 폭을 지정한다. 물론 함수나 자동화 도구를 사용하면, 원천 데이터 입력 시간 외에는 크게 시간이 들지 않는다.

 

이런 학술적 이론적 분석 과정이 100명의 사람 중 몇 사람에게나 필요할까? 그 두꺼운 수학 정석(사례)의 챕터 중 사회 경제 생활을 하는데, 하다못해 신문 기사를 이해하는데 사용되는 챕터의 수는 몇 장(chapter)나 될까? 이런 사고방식으로 인해, 대학을 나와서도 주먹구구 분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인이 되고 가정을 꾸리면, 사랑으로 가족들을 보살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정이라는 조직에는, 물품을 관리하고, 수입 지출을 관리하며, 청결을 유지하는 등의 살림이란 업무가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한 달 벌어 한 달 안에 다 쓰는 상황이 아니고, 미래를 위해 절약하여 저축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정 내 현금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포털 사이트의 가계부 앱을 사용하면, 원천 데이터만 원하는 결과에 맞게 입력하면, 분석 보고서를 자동으로 제공해 준다. 물론 이 분석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사용될 만한 것이다. 좀 더 현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보완할 영역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심도 있는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 이럴 때마다 가계부 정리 혹은 가계 재무 관리와 관련된 수학적 통계적 참고 서적을 참고한다.

 

하지만, 그런 응용 수학 분야의 책들 역시, 포털 사이트와 다름없다. 공통적으로 사용될 부분을 정리해 놓기 때문이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면 모를까 부족하다면, 좀 더 수학적 통계적 영역으로 발을 들여 놓는 것이 좋다.

 

무조건 게임은 하지 말고 공부해라는 이야기하는 부모와, 정량적 분석을 통해(조금 숨이 막히게 하는 깐깐함 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공부 시간을 하루 중 몇 %로 올려야, 게임처럼 즐거운 일을 평생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부모 중 누가 더 정성을 들여 나에게 이야기하는 부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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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바닷마을 다이어리 1~6 세트 - 전6권 바닷마을 다이어리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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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상식적 정의와 인정 가득한 정의를 살펴 보자.

부모와, 이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과 그 후손이 함께 사는 것이 가족일 것이다. 이것이 상식적 정의.

이웃 사촌에, 혹은 여러 가지 인연으로 함께 오손도손 함께 사는 타인. 이것이 인정 가득한 정의.


그런데, 정분이 나서 집을 나간 아버지와, 그 정분이 났던 여자와의 사이에서 나온, 소위 말하는 ‘적’의 피가 섞인 아이는 가족인가?


첫째로, 아버지는 같다. 우리 가족을 버리고 간, 매정한 아버지지만. 가족을 구성하는 조건 중 하나인 ‘동일한 피’란 조건의 절반이 채워져 있다. 그러고 보니 언니와 인상이 비슷하다. ‘그 집’에서는 저 아이가 첫째인 모양인데, ‘첫째’란 공통점 때문일까?


둘째, 우리는 아버지와 사별을 했고, 엄마와는 떨어져 살아 왔다. 현재 우리의 가족은 언니와 여동생이 전부이다. 가끔 오는 친척이 있긴 하지만. 그 아이는, 우리와 같이 아버지와 사별을 했고, 더구나 엄마와도 사별한 아이다. 현재 살고 있는, 그 정신 머리 없는 여자의 집엔, 그 근처엔 피붙이가 없다. 완전 혼자다.


‘언니는 왜 이 아이를 받아들인 것일까?’


언니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그 애의 처지도 안됐어. 더구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아버지와의 추억의 장소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어른스러운 아이.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매일 아웅다웅하는 언니와는 ‘가족’인데, 그 애는 언니보다는 더 지내기 좋지만,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동생이 생겼다’


마루 밑 매실주도 같이 홀짝이고, 축구에 소질이 있다는 애인의 말에 동의하고, 애인의 권유로 축구부에 들어가는 것도 찬성한다. 오늘도 즐겁게, 간장과 함께.


‘나는 가장이다’


도망간 아빠와 별거한 엄마. 동생들을 지키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그 원망스러운 아버지의 새로운 딸을 만났다.

이 아이의 엄마마저 일찍 세상을 버렸다. 덜 떨어진 아버지의 셋째 부인 곁에 둔다는 건, 미루고 미뤄온 눈물을 한 없이 쏟아 내는 이 아이에겐 또 다른 형벌이 될 것 같다. 이 마음 따스한 아이에겐 말이다. 이 아이와 함께 사는데 어려움은 없다. 집도 넓고.


이야기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시간을 쌓아가며 조금씩, 나를 그리고 너를 알아가는 4 자매의 이야기. 아직은 다 하지 못한 이야기이고, 아버지에 이어 둘째의 남자 친구, 단골 식당의 아주머니 등 여러 사람을 떠나 보내고 있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엄마의 속을 조금 알기,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을 뻔 했던 첫째의 눈물.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인연들과의 시간 쌓기.


이 4 자매는, 그 동안 세 명이서 함께 살아온, 외로운 세상에서 인연의 폭과 깊이를 더하려 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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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불패 1 - 완전판
문정후 지음 / 스페이스인터내셔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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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대는 “각자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개인들의 욕망이 뒤섞인 항아리 속” 이다. 따라서 현대엔 이데올로기 충돌도 없으며, 흑백논리나 이분법적 판단은 힘을 잃었다. 다만, 누가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는 데 더 철저한가 만이 있을 뿐이고, 어떤 매개체를 통해 이러한 욕망들은 서로 충돌한다. 따라서 이제 세상엔 ‘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매개체라는 것은 목적지이다. 100인이 있으면 100가지 욕망이 있다. 왜 그것을 욕망하는 가는 100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목적지는 동일하거나 유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목적지에 이른 후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은 또한 100가지가 존재한다.


그런데 그 목적지 혹은 목표 대상이 단일하여, 제로섬의 경쟁이 될 경우, 충돌이 일어난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에 더 철저한 자가 예전의 ‘악’으로 규정될 수 있다.


만화 ‘용비불패’는 이러한 개인들의 욕망이 황금성과 뢰신청룡검이라는 동일한 목표에서 부딪히는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무협의 세계는 정파 대 사파의 충돌, 백도와 흑도 혹은 마교의 충돌이 주된 배경이 된다. 즉, 집단과 집단 간의 충돌에서 한 명의 영웅이 나타나 중원을 평정하는 이야기다. 용비불패는, 무협 만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개인대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다루어 이체를 띈다.


물론, 이 이야기에도 모략과 음모, 뒷공작이 등장하지만 악은 없다고 한다. 필자도 기존 무협지의 경험으로 인해 마교를 악으로 규정할 뻔했다. 그러나 그들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뢰신청룡검을 얻고자 했다. 다시 말해 마교도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열과 성의를 다해 뛰는, 성실한 무림인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한정 판매 사과가 마트에 진열되어 있다. 특상품 사과가 100개만 진열되어 있고, 더 채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평소 아침 사과를 매일 섭취하면 성인병과는 ‘바이 바이’라는 의견에 동조하던 차에, 오래간만에 정말 맛있는 사과를 먹어보자는 ‘내’가 있다. 그리고 특상품 사과가 기존 5개 1만 원에 팔리던 것이 7개 1만 원에 팔리는 가성비에 끌려 이 사과를 사려는 ‘너’가 있다. 또한 ‘옳바른 쇼핑이란 언제나 최고의 상품을 사는 것’이라 믿고, 매장에 잘 나타나지 않는 특상품의 사과에 눈독을 드린 ‘그’가 있다.


이 3 사람 중에 ‘악’은 없다. 그런데 ‘그’가 마트 관리자에 접촉해서 100개 중 30개를 웃돈을 주고 따로 구매하는 바람에 매장에 70개만이 살 수 있는 대상이 됐다. ‘그’는 악인가? 자신의 원하는 목적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발휘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악’이라 규정할 사람은 없다. 다만, 모두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해야 올바른 경쟁이라는 가치관에 따르면 ‘그’는 ‘비겁하고 전형적인 악’으로 규정이 된다. 그러나 이 용어는 ‘더 유리한 조건을 최대로 활용한 얄미운 그’가 되지는 않을까?


만일 ‘너’가 혼자 오지 않고 7명의 가족 전체를 끌고 와서 1인당 5개의 사과를 확보하기로 목표를 정하고 우르르 매대로 달려들어 35개의 사과를 선점해 목표를 이루었다. 이런 ‘너’는 악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왔는데, 사과를 독점하기 위해 가족을 동원한 ‘비겁한 악’으로 규정할 것인가? 오히려 ‘자신이 보유한 인적 자원과,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원하는 바를 이룬 발 빠른 너’로 규정될 수는 없는가?


위 두 사람이 악이라면, ‘혼자 와서 다른 사람들과 동일 혹은 유사한 환경에서 경쟁을 해 7개의 사과만 구입할 수 있었던 나’는 선인가? 혹시 ‘자신의 보유한 역량도 파악하지 못하고, 동원할 수 있는 인적 자원도 없어 홀로 묵묵히, 그것도 매장에 와서 판매 소식을 들은, 맨땅에 헤딩하는 약자인 나’로 규정되지는 않나?


이렇듯 현대는 규정된 ‘악’은 존재하지 않고, 약삭빠르거나 발 빠른 사람들이 원하는 욕망을 이루고 사는 각박하고 능력 위주인 욕망의 항아리 속은 아닌가?


그 안에서 ‘나’와 ‘너’와 ‘그’는 각자의 경험 속에서 통찰을 얻고 다시 내일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다만, 3 사람 모두 눈에 핏발이 선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본다면, 그런 자신의 모습에 실망을 하고 힘이 빠질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제 ‘악’이 존재하지 않아 ‘선’은 서로 뭉칠 기회를 잃었고, 개인대 개인의 욕망 경쟁으로 현대인들은 예전보다 더 홀로 세상을 사는 것은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일의 막을 열며 사는 지도 모른다.


각자의 사연을 각자의 마음속에 담고 각자의 역량만큼 지금을 살아가는 세상이 지금이며, 용비불패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필자가 기다리는, 용비불패 2기 ‘대마교전(필자 마음대로 붙인 가칭)’ 또한 집단 간의 싸움이 아니라, 개인 간의 싸움이 될 수 있을까? 마교의 중원 재침공은 집단의 이야기이며, 이는 개인 한 사람의 힘으로는 경쟁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그것 역시 개인대 개인의 싸움으로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는, 작가 2 사람에 대한 필자의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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