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요원 火鳳燎原 1
Chan Mou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또 다른 시각의 삼국지연의가 있다. 유비, 관우, 장비 중심의 삼국지(삼국지연의)를 보고 나서, 조조를 중심으로 한 만화 창천항로는 단숨에 다 읽어 버렸을 정도로 신선했다. 덕분에 조조를 재조명한 책(자오위핑/판세를 읽는 승부사 조조)도 읽게 됐다.

 

만화 화봉요원은 사마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작가는 삼국 시대의 승자를 사마의로 규정하고 있다. , 창천항로가 조조를 중심으로 한 삼국 시대의 이야기(픽션)이라면, 화봉요원은 사마의를 중심으로 풀어간 이야기(픽션)이다.

 

역사 소설, 역사 만화, 역사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유는, 한 줄의 정사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는 사실만을 기록한다는 선입견에 라든가 그 배경 설명이 부족한 채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래서 왜 그가 반역을 일으켰는지, 그것이 반역인건지 충분히 이해할 실마리가 정사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결핍을 작가적 상상이 들어가 풀어냄으로써,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 것에서 일종의 속풀이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더구나, 역사는 사실만 기록한다는 것이 선입견이라 말한 것은, 우리 손에 들려진 정사는 소위 승자의 입장에서 작성된 승자들의 의견이다. 즉 편향된 기록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그것은 환상이야’ ‘그것은 상상이야’ ‘그런 일은 없었어라며 정리해 버린 예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야사로 평가 절하된 기록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고려 왕조의 순혈 제왕들의 겨드랑이에 진짜 비늘이 나 있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따라서 승자의 편향된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한 자료에 기반해 이야기로 풀려진 역사물들에 재미를 느끼는 지도 모른다. 난세의 간웅이라 불리는 조조는, 전략이 기반한 경영과 인재 활용에 아주 재주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한 시각이 간웅이라는 두 글자에 가려지고 묻혀 전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필자는 가지고 있다.

 

성리학은 유가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고, 유가는 을 중시하는 사상이다. 이를 받들고, 공자의 사당까지 만든 조선 시대에 과연 은 얼마나 존재했을까? ‘법가, 절대 권력의 기술에서 논한, 법가의 사상을 밀전하며 통치 및 정치에 활용하고, 유가의 사상 혹은 성리학의 사상은 백성의 사상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전면에 내세운 사상누각일 뿐이지 않나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정도전은 잘못된 왕의 행위로 백성이 핍박받으므로, 왕을 견제하는 정치적 기반을 닦은 사람으로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하루 종일 왕을 공부시켜 성군으로 만들고, 과거를 통한 사대부의 현자가 정치를 한다는 사상은 그들이 정치권력을 얻기 위해 참고한 법가의 사상과도 다르다.

 

고려는 불교를 국가의 이념으로 삼고 있다. 불교의 중심 사상 중 하나는 자비인데, 고려사 어디에도 자비에 입각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법가의 정치권력 확보 방안인 세를 모아 신하든 왕이든 권력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나가려 한 흔적은 너무도 많다.

 

이런 사람들의 과거사를 정리할 때 어떤 입장에서 정리를 할 것인가? 사관 모두를 싸잡아 욕을 할 수는 없지만, 결국 결재는 권력을 가진 이가 하는 것이다. 사초를 정사로 남기고 말고는 권력을 가진 이가 좌우한다. 결국 우리 손에 있는, 가뜩이나 자료가 부족해 모두 수록되지 않은 역사를 우리의 정사라 믿고 학습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 더구나 일제 강점기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우리 역사는 다시 해석되어 현대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환단고기의 내용을 다 믿지는 않지만, 이러한 기록을 잘못이라 폄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다양한 기록을, 증거와 사실에 입각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들에게 있으면 싶다.

 

따라서 학계는 다양한 기록들의 증거를 찾아보는 것에 열을 올려 그러한 것들이 우리들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놓아둔다면 어떨까 싶다. 그것이 혼란을 만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일한 발상에서가 아니라, 적어도 우리들이 비교 분석할 능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시작이 만화로 시작되긴 했지만, 수많은 전란과 내란으로 무수히 많은 기록들이 소실되고, 승자들에 의해 없어지고 사라진 많은 기록들에 아쉬움이 크기 때문에 이런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해해 주면 좋겠다.

 

사마의의 왕조도 그리 길지 않아, 그가 삼국시대 경쟁의 승자라 이야기하는 것은 좀 과해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필자는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말하는, 물론 허구라도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환영한다.

 

그리고 역사 저널 그 날처럼 남아 있는 기록에 입각해 주제별로 조목조목 따져주는 방송도 환영한다. 과거를 어떻게 다 기억하고 기록에 남길 수 있을까? 타임머신이 나오지 않는다면 불가능 할 것이다. 부족한 사료로 이리저리 기워진 우리의 역사이긴 하지만, 혹은 세계사이긴 하지만, 좀 더 알고 싶은 필자의 작은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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