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세우는 것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성공하면 동료와 함께 만끽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동료들 모두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 생각은 두 권의 책을 보면서 변화했다.
상품을 만드는 과정은 그림 1과 같다.
1 단계: 상품의 컨셉을 수립한다.
2 단계: 상품을 구성한다.
3 단계: 상품을 제작한다.
4 단계: 상품에 디테일을 가미한다.
5 단계: 상품 제작을 마무리한다.
모두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 노력의 방향이 중요하다. 모든 이에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노력의 방향이 적절하면 성공에 더 빨리 닿는다.
3단계에 해당되는 기술과 기법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다. 도서, 동영상, 웹 사이트, 모바일 앱에서 필요한 기술과 최신 기술을 파악할 수 있다. 제작자 혹은 엔지니어를 지향하는 분은 이 단계의 역량에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제작 기술에 뛰어난 사람은 누군가의 컨셉을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직업의 안정성은 요구받은 컨셉과 구성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종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영역이 3단계다.
모두 거하는 곳에 있으면 내 길을 걷기 힘들다. 외주 전문 기업을 세우면 어떤가 하겠지만, 그 역시 ‘갑’을 만들게 된다. 내 길을 주도적으로 걷기 위해 노력을 집중할 분야는 따로 있다.
고객과 공명해야 하지만, 내 길을 만들길 원한다면, 노력을 집중할 분야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1순위: 1 단계 & 2 단계
2순위: 4 단계 & 5 단계
3순위: 3 단계(아웃소싱을 맡겨도 되는 분야다)
1 단계, 2 단계, 4 단계, 5단계는 고유한 상품을 제작하려는 사람에게 필수 영역이다. 내 길을 주도적으로 걸어가고 싶다면, 이 네 단계에 집중하는 것이 적절한 노력 방향이다.
1, 2, 4, 5단계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힘들고, 3단계는 몸이 힘들다. 당신은 어디에 서는 것이 마음 편한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상품을 기획하고 공장을 섭외해 제작하고 몰에서 판매하는 것이 못 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런 사업을 쉽게 봤다는 것이 아니다. 제작 후 판매 사업에 접근하는 길을 접해 보니 ‘나도 가능하다’라는 가능성을 봤다는 의미다. 그리고 생각한 사업 아이템이 티셔츠다.
티셔츠는 가장 대중적으로 확산한 의류로, 이미 출시되어 유통되는 티셔츠는 수백만 가지가 넘을 것이다. 유명 애니메이션의 라이선스를 얻어 제작한 것부터, 창작한 도안까지, 그리고 개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티셔츠에 새겨주는 서비스까지 시장에 있다. 이런 시장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주목한 부분은 1단계다. 우선 아래 그림을 보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대학생들과 팀을 이룬다. 사업 처음엔 고정 구성원으로 시작하겠지만, 몰에 도안 제작 참여 신청 메뉴를 만들어 둔다. 위 사례 그림처럼, ‘이번 주제는 선입니다. 선으로 다양한 도안을 표현해 봅시다’라고 주제를 정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참여한 대학생들의 창의적 도안도 상품화한다. 그럼 세상에 없던 티셔츠들이 나타날 것이다.
몰에는 도안과 도안이 적용된 티셔츠 이미지를 제작해 전시한다. 고객이 주문하면 생산에 들어간다.
티셔츠는 다양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고, 도안을 바탕색에 따라 채색이 달라진다. 따라서 적용할 티셔츠 바탕색도 대학생이 고르고, 그것에 맞게 도안의 채색을 변경해 제작한다.
매출은 상품별로 정산한다. 티셔츠 가격과 제작 비용 등 비용을 제외한 수익을 사전에 계약한 비율대로 대학생과 내가 나누어 갖는다. 많이 팔리면 모두 수익이 늘고 적게 팔리면 수익이 낮다.
이런 사업을 구상해 봤다. 몰은 포털이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디자인, 개발 인건비를 절감한다. 로고 등 삽입할 작업은 단기 외주로 처리한다.
당신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의 길을 그릴 수 있을 것이고, 그 길을 실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서 상품을 만들어 점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를 알려준다.
내가 하는 사업은 PC 한 대와 내 두뇌만으로 할 수 있는 아이템에 집중했다. 번역과 글쓰기가 이에 해당한다. 이 책은 자신이 어차피 할 수밖에 없는 일에서 판매할 분량을 추가로 만들어 상품화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사업화하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나는 매일 조리를 한다. 가족을 위해 혹은 나만을 위해 밥을 짓고 반찬을 한다. 만일, 조리할 때 판매할 분량을 함께 만들어 판매한다면 어떨까? 최근엔 밀 키트 상품이 저변화되어 굳이 조리할 필요는 없다. 레시피대로 밀 키트를 준비하고 이를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자신이 잘하고, 타인도 잘한다고 하는 일을 상품화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은 위험도는 낮추는 방법이겠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잉여 판매다.
이런 사업에서 노력을 집중할 분야는 제작 역량이다. 가족과 친지가 내가 내린 커피가 맛있다고 해서 바로 카페를 차리면 성공할 수 없다는 도시 전설이 있다. 밥집도 마찬가지다. 가족들과 아이들의 친구들이 모두 맛있다고 해서 밥집을 차렸는데 판매가 되지 않아 가게를 접은 사례를 많이 보고 들었다.
이는 가족과 친지의 입맛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레시피를 만들 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하는 이유는, 가능한 많은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킬 레시피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기존 실력을 그대로 두고, 이를 맛있다고 하는 손님을 기다린다면 당연히 실패에 닿는다. 가능한 많은 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성공에 닿는 길이다.
사업은 쉽지 않다. 장사와 기업은 다르다. 장사는 혼자 할 수 있다. 실패해도 피해자는 나뿐이다. 기업은 나 외 많은 동료와 협력하므로 실패하면 동료들도 상처를 입는다. 내가 사업을 시도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럼에도,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용기보다 가능성을 봤다. 내 길을 가는 방법을 엿봤다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