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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평점 :
에세이 같은 이 소설에서는 아시아와 마누가 외국의 도시에서 살 집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말이 여정이지,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다.
소설 속 마누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보다 아시아나 라비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아시아는 그런 마누에게 말한다.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룹을 만들어야 해.”
외국에서의 삶 속, 이들은 모두 ‘이방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족들에겐 이따금 그 나라 사람처럼 보여 낯설기도 하다. 낯선 곳에서 익숙해지고, 익숙한 곳이 낯설어지는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인류학은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만큼 연구 대상과 범위는 매우 광범위한데,
결국은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일 같다.
공원에서 라는 제목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인터뷰 형식으로 등장하는 이 장면들은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걸 보여준다.
공원을 마주 보는 건물에서 평생을 산 사람,
대학 진학 후 매일 공원에 오는 사람,
공원의 부드러운 흙 위를 달리며 건강을 챙기는 사람,
친구와 노래 연습하러 오는 사람,
다른 사람들과 앉아 일광욕을 하는 사람 등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공원에 모이지만, 그 안엔 ‘살아가는 방식의 다양함’과 ‘우리의 닮음’이 동시에 있다.
겉보기엔 다양해 보여도 결국 살아가는 방식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인류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낯선 도시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같았다.
다큐멘터리를 보듯 담담하지만, 그 안에 깊은 인간의 온기가 있다.
이방인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조용히 건네는 질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