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는 건 나야
조야 피르자드 지음, 김현수 옮김 / 로만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불을 끄는 건 나야 | 로만

글. 조야 피르자드

480페이지가 넘는 책을 덮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주인공 클래리스의 일상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지만

클래리스 그녀는 이제 더이상 예전의 그녀가 아님을 알기에..

저자는 이란에 살고 있는 아르메니아인으로 이란에서는 입지를 굳힌 유명한 소설가이다.

사실 이란도 아르메니아인도 생소해서 지식인에 검색해서 찾아보기도 했다.

소설의 배경도 1979년에 일어난 이란 혁명이 전 상황들이고,

책에 가끔 등장하는 기념일, 지역이름을 비롯해 생경한 단어들이 많아

따로 수록된 용어설명과 단어설명들을 도움받아 공부하며 읽어내려갔다.

이란에 대한 지식이 1도 없었는데 책 한권을 읽으면서

아바단에 사는 클래리스 삶뿐만 아니라 이란의 역사까지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물론 이런 생경한 단어들은 소설을 읽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고,

외국소설이 그러하듯 살짝 이질감이 드는 정도였다.

첫장을 펼치자마자 벌어지는 정신없는 상황.

여느 부모가 그러하듯 하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는 상황은 참 난장판이다.ㅋㅋ

클래리스의 아이 셋과 친구 한명을 포함해 넷이 한꺼번에 들이닥쳤으니 그럴법도 하지만..

쌍둥이 딸 아이들이 친구라고 데리고 온 아이는 쌍둥이들보다 3살 많은 에밀리.

최근 G-4호에 이사온 이웃인 에밀의 딸이다.

그녀의 등장으로 클래리스와 G-4호 새로운 이웃의 연결고리가 이루어진다.

그 이웃이 중요한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마주보게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 놀러온 에밀리를 데리러 온 에밀의 어머니와의 만남으로 교류가 시작되었다.

가부장적인 남편과 정신없는 세명의 아이들,

매일 찾아와 살림을 잘하라고 잔소리 하는 어머니,

은근히 클래리스를 깔보고 생각없는 말을 내뱉는 여동생 앨리스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는 클래리스. 그녀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없이 들어준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그녀 역시 특별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부당하더라도 속으로 참고 만다. 그리고 아무도 없을때 혼잣말로 자기자신과 싸운다.

가족들만으로도 힘든데 이사온 새로운 이웃인 에밀의 엄마, 시모니안 부인은 헉! 최강이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도대체가 종잡을수 없고, 무례하기는 이루 말할수가 없다.

물론, 책을 읽을수록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게 되지만..

책을 중반까지 읽는동안 아~~~ 고구마 100개 먹은듯한 갑갑함이 밀려와서 힘들었다.

어쩜 이렇게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넘치고, 무례하고 일방적일까 싶어 화도 났다.

늘 누군가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며 자신을 잃어가던 클래리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이웃인 에밀이 나타난다.

자신의 남편과 같은 석유회사에 다니는 그는 문학과 정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와 문학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가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별일이 있었던것도 아니다. 그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몇번했고

그녀의 일을 도와줬고, 그녀와 이야기를 몇번 나눴을뿐이다.

단지 이뿐인데 클래리스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게 그에 관한 것인지 그녀 자신에 관한것인지 감이 잡히진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 시모니안 부인이 털어놓은 삶의 지친 그녀자신의 이야기가

클래리스 자신과 닮아있어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나 자신을 알 만큼 나이를 먹자마자 나는 늘 참으며 살았어요.

처음에는 아버지를 위해 참았고, 그다음에는 남편을 위해 참았고,

이제는 아들과 손녀를 위해 참고 살아요.

나를 위해서 뭘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이제서야 그녀는 자신만 헌신하는 삶이 부당하다는것을 알게된다.

매년 참석했던 4월24일 기념일도

여성인권과 자유에 관한 강연도 이제 다르게 느껴졌다.

그럴즈음 에밀과 맹랑한 비올레타의 결혼소식이 전해지고

자신의 유일한 편을 잃은것 같은 클래리스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드디어 그녀는 모두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조금씩 곁에있던 사람들이 달라진다.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이던 남편이 그녀를 돌아보기 시작했고

신경질적이고 다혈질이었던 여동생 앨리스가 믿기지않게 부드러워졌다.

(물론 여동생에겐 오랫만에 사랑이 찾아왔기 때문일테지만..)

에밀을 통해 알게된 자신의 진짜 모습들.

자신이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걸 잘하는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되고

시모니안 부인과 여권운동가인 누롤라히씨를 통해

자신이 어떤 목소리를 내야하는지를 깨닫게 됐다.

이제 G-4호의 이웃은 더이상 없지만

그들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고

진짜 자신과 마주할수 있었다. 이제야 클래리스는 성장하게 된것이다.

 

 

책장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클래리스는 분명 전과 같은듯 다른 삶을 살게 될것이고,

더이상 공허함을 느끼지도 혼잣말을 하지도 않게 될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제목만큼은 완전히 이해가 되지않는다.

글 속에 불을 끄는 것이 언급된건 내가 알기론 딱 한번 뿐이었는데

그걸 어떤 입장으로 이해해야될지 알수가 없다.

불을 끄는 게 나여서 행복한건지

불을 끄는 게 나여서 불행한건지 말이다...

오롯이 독자의 몫이라면 불을 끄는게 나여서 행복하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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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119 - 초등·중학교 사용설명서
서현경.조은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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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아이의 슬기로운 학교생활 가이드"

 

 

학부모119 | 한국경제신문

글. 서현경, 조은주

학부모 6년차에 접어들었다.

초등마지막 학년의 아이를 곁에 두고 이제는 제법 능숙해질법도 한데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가끔 놀란다.

거기에다 작년부터 원격수업이 진행됐고,

학교보다 집에서 학습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보다 더 허둥대고 있으니 문제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거지만 아이의 역량을 키워주는것은 부모의 몫이기에

지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앞으로 중등, 고등 합해서 6년이 더 남았으니 놓치는 부분은 채워주고 싶은 엄마마음.

그러던중 적기에 제대로 만난 이 책은 초등,중학교 학부모와 아이를 위한

현실적인 팁이 가득해서 활용할거리가 많았다.

총 6장에 걸쳐 인성, 체험, 독서,학업, 글쓰기,진로에 관해 상세히 길잡이를 제시하는데

역시 교육전문가인 두 저자가 소개한 내용들이라 계속 밑줄치고 체크하게됐다.

특히 모든교육의 베이스가 될 독서와 인성교육에 포커스를 맞춰 읽게됐는데

독서교육에 관련해서는 과정 중심 독서코칭, 전략 독서법,

독서근육만들기(백독클럽),워크지 작성법, 스토리보드 만들기 등등

평소궁금했던 부분들을 실제 활용 사례들을 첨부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주니 너무 좋았다.

변화된 교육과정내용이나 평가 패러다임의 변화도 상세하게 알려줘서

모르고 지나쳤을법한 내용들도 놓치지 않을수 있었다.

우리 아이의 슬기로운 학교생활을 위한 학부모 지침서 답게 디테일이 가히 남다른 책인듯..

도움이 필요한 어떤 챕터를 펼쳐 읽게되더라도 일목요연한 메뉴얼과 팁이 넘쳐나니

쏙쏙 골라, 내 아이에게 응용하기만 하면 된다.

 

 

 

 

 

실제로 해가 갈수록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표에 맞추어 독서리뷰 따라쓰기 훈련>을 해보았다.

읽은 책의 글귀를 필사하고 그 글귀를 읽으며 떠오른 감정이나 생각을 기록하게 했는데

아이는 의외로 필사도 재미있고, 글귀에 떠오른 감정이나 생각을 적는것도 흥미로웠다고했다.

사실 아이가 적은 생각들이 자유로워서 내가 더 놀라기도했다.

아이가 표현하지 않았던 감정부분을 살짝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꾸준히 하다보면 감정표현이나 자신의 생각을 적는데에 망설임이 없어질것 같았다.

 

 

또 내년이면 중학생이 될 큰아이가 진로와 진학에 관해 전혀 아무생각이 없었던 관계로(^^;;)

이렇다할 꿈 이야기는 깊게 얘길 나눠본적이 없었는데

마지막 6장에 진로, 진학 역량 에 관한 지침서를 찬찬히 읽어보고

아이와 함께 진로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볼수 있는 시간도 가지게 됐다.

일단 아이가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과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가 어떤 직업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좋아하고 잘 하는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함께 알아봤는데

구체적으로 접근해서인지 아이의 목표가 세부적으로 잡히게 되었다.

놀라운 발전이 아닐수없다.^^

책은 자녀의 역량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치지않고

동시에 부모역량을 키우는 방법까지 알려주고있다.

자녀가 잘해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무한한 사랑과 존중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는것도 강조했다.

모든 교육은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하지만

그보다 자녀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한권의 책으로 아이의 인성역량부터 진로,진학역량까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초등, 중학교 사용설명서 <학부모 119>

학부모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임에 틀림없다.

정보력이 필요한 부모들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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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폼은 자유로워
온담 지음 / 이야기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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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폼폼은 자유로워 | 이야기나무

글. 온담

표지에는 우리집 꼬맹이가 너무 좋아하는 아기코끼리가 숲속을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코끼리 이름은 폼폼이에요~ 애석하게도 이렇게 행복한 모습은 책장을 한 장 넘기면 사라집니다.

폼폼은 서커스 코끼리거든요.

 

 

 

서커스 천막을 열고 안을 빼꼼 들여다보면

 

 

한창 서커스중인 동물들이 나옵니다. 지금은 서커스의 귀염둥이 폼폼이 소개되네요.

 표지와 상반되게 폼폼의 표정은 슬퍼보입니다.ㅜㅜ

 폼폼은 서커스 코리끼인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어릴때부터 서커스 코끼리가 되었던것 같아요.

숙명인듯 받아들이고 공연을 선보이지만 행복해보이진 않습니다.

 사실, 폼폼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걸 힘들어하는 코끼리거든요.

 오늘도 공을 굴리고, 외발 자전거를 타고, 그림을 그리고,

 코로 물을 쏘아 병을 넘어뜨립니다.

 실수없이 모든 재주를 성공적으로 선보인고 칭찬과 상을 받은 폼폼.

 엄마아빠는 모두의 칭찬을 받는 폼폼이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수북히 쌓인 상만큼 폼폼의 걱정도 쌓입니다.

 오늘은 잘해서 상을 많이 탔지만 내일도 상을 받으려면

 연습을 쉬면 안되거든요, 계속 연습해야 잘 할수 있으니까요..

 힘들어도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고싶어 놀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연습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감염병이 발생해서 서커스가 폐쇄됩니다.

 더이상 서커스를 못하게 되니 동물들은 자연으로 쫓겨나게 되지요.

 처음 자연으로 돌아온 코끼리가족은 힘들어합니다. 특히 엄마아빠가 그래요.

 모든걸 잃은것 같은 표정입니다.

 폼폼은 그런 엄마아빠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서커스단에서도 폼폼이 잘 하면 엄마아빠는 기뻐했으니까요.

 하지만 묘기만 부릴줄 아는 폼폼이 뭘할수 있을까요?

 고민하던 폼폼은 도움이 필요한 동물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나무높이에 매달린 열매를 따줄 친구가 필요했던 친구들은 폼폼에게 부탁을합니다.

 (이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폼폼이 처음으로 슬픈표정이 아니거든요)

 드디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된 폼폼.

 자신있게 코를 이용해 높이 달린 열매를 따줍니다.

 

 

 

 

폼폼은 친구들에게 잘했으니 상을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숲속에 사는 동물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표정이에요~^^

그림은 숲속친구들과 서커스복을 벗지 못한 폼폼을 나눠서 보여줍니다.

아직은 서커스 동물에 더 가까운 모습입니다.

숲속 동물들은 열매를 따준 폼폼에게 어떤 상을 줬을까요?

저는 이 장면에서 또 감동이 몰려왔어요.

숲속 친구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폼폼에게 준 상은~~바로바로!!!!

 

 

 

포옹이었습니다. 친구들은 폼폼을 꼭 끌어안아줍니다.

눈에 보이는 상이라는 댓가가 없는데도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집 꼬맹이도 이런 상은 너무 좋다고 하더라구요~^0^

그 뒤로도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폼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도움을 주지요~

나무에서 떨어진 아기새를 둥지위로 올려주고,

동물가족들의 그림을 그려주고,

강물이 얕아져서 목욕을 할수 없는 친구들을 위해

코로 물을 끌어모아 뿌려줍니다.

그런 과정에서 서커스옷은 하나씩 벗겨지고 폼폼은 진짜 본인의 모습을 찾습니다.

친구들은 폼폼을 좋아합니다.

폼폼도 친구들의 칭찬과 인정이 상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늘 하던걸 했을뿐인데 이런기분은 처음입니다.

이제 폼폼은 친구들과 놀 수 있습니다.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이죠...

엄마아빠보다 폼폼이 먼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냈네요~^^

아직 서커스 옷을 입고 있는 엄마아빠는 그런 폼폼을 멀리서 지켜봅니다.

폼폼이 얻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이죠..

자연으로 돌아온 코끼리에게는 더이상 옷은 필요없습니다.

옷을 다 벗은 코끼리가족은 이제 자유롭고, 또 행복할것입니다.

꼬맹이와 이 그림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틀에 갇힌 교육에 아이들을 집어놓고 상을 받아오기만을 바란건 아니었는지

남들의 칭찬과 인정이 고파 아이를 더 다그치고 힘들게 한건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전염병때문에 본래의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그동안 갈고 닦은 폼폼의 묘기기술은 모두를 도울수 있었고, 기쁘게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폼폼도 성장하지요.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할수있고, 하고싶은 일들을 찾아가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일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없이 기쁠것 같아요.

아이들이 웃으며 행복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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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문장 - 흔들리는 마흔에 참 나를 되찾게 해 준
길화경 지음 / 유노라이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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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문장으로 나를 채우다"

엄마의 문장 | 유노라이프

글. 길화경

여기 일기장이 있다. 그녀가 엄마로 살아온 빼곡한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그녀 자신으로 돌아올수 있었던 과정을 담은 일기장.

날짜도 요일도 날씨도 없지만 그녀의 에세이는 치열했던 자신의 비밀얘기를 풀어놓은 일기장같다.

어찌 견뎠고, 어찌 행동했으며, 어찌 나아갔는지가 오롯이 담겼기에 더 그런 느낌이다.

수술실 8년차 간호사에서 두아이의 엄마로 다시 논술교사로 돌아간 그녀.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아팠던 둘째아이와 예민한 첫째아이를 돌보며

몇곱절 힘든 육아의 터널을 건너왔다.

두 아이를 키우며 고단했지만 받는 기쁨도 컸다는 그녀가

불행하다 느낀건 주변의 시선에서였다.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그녀.

하지만 그 순간마저도 시를 삼키며 버텼다고 한다.

나도 저자의 나이만큼 되고 보니, 그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았다.

'참신한 불행도 없이 늘 갑갑하고 온전하지 못한 느낌에 갇혀 지낸 시간이었다'라고 말한 저자.

나도 나이터울 많은 두 형제를 키우며 점점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든적이 여럿있었다.

정체모를 갑갑함과 늘 남아있는 숙제가 있는것같은 찝찝함이 믹스된 정처없는 시간들.

내가 겪고, 느낀 마흔언저리의 시간이 저자에게도 머물렀던 시간이었다니 위로가 됐다.

언젠가 나에게도 한뼘 물러나있는 과거의 시간이 될수 있을테니 말이다.

저자는 스멀스멀 피어오른 불행의 시간을 떨치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달리며...

치열하게 읽고, 쓰고, 달리는 순간들의 기록도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그녀가 '참 나'를 되찾기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는지를 알게되었다.

끝없이 자신을 들여다보기위해 애쓰고,

앞으로 나아가기위해 고군분투한 여정을 다섯 장의 단락에 기록했다.

그때의 그녀에게 힘이되어준 문장과 함께.

체력을 키우기위해 달렸고, 마음을 돌보기위해 책을 읽었고,

자신을 찾기위해 부지런히 글을 쓴 작가에게 힘이 되어준 문장들.

글이 주는 감동과 힘은 확실히 대단했다.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는 그 문장들을 읽고,

책 전부를 읽고 싶은 욕심에 몇권을 구입하게 되버렸으니..

또 저자가 소개한 문장이 내가 읽었던 책들의 한 구절이면 깊이 공감받는 느낌마저 들었다.

같은 책을 읽었고, 같은 위로를 받았구나 싶어 더 열심히 들여다 보게됐다.

또 그 문장들과 함께 전하는 그녀의 글은 더할나위없는 위로 그자체였다.

새삼 이 책 한권이 담고있는 많은 책들과 이야기들이 고마워졌다.

지금은 집의 평수를 넓히는 대신 마음의 평수를 넓히고,

몸이 늙어가는것은 막지못해도 마음만큼은 늙지 말자고 말하는 저자.

그녀가 흔들리는 마흔에 접어든 엄마들에게 전하는 인생문장들로

다시금 나를 돌아볼수 있는 힘을 얻을수 있게되었다.

"이 사색의 기록이 당신에게 기댈 수 있는 하나의 문장으로 남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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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하루 시 같은 순간
박종민 지음 / SIS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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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순간은 길다."

 

시시한 하루 시같은 순간 | SISO

글/사진. 박종민

내 대학시절을 돌이켜보면 한동안 디카붐이 불어

누구랄것도 없이 사진찍는 재미에 열을 올렸었다.

추억을 찍고 지우기 쉬웠던 그시절의 디카는 완전 신세계 그자체였다.

필카에서 디카로 넘어가는 세대! 핸드폰 구린 화질로는 만족한 사진을 얻을수 없었던 세대!

딱 그 세대에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ㅋㅋㅋ

아르바이트비를 몽땅 털어 어렵게 장만한 작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감성사진을 찍기위해 발품팔고, 고생하는게 즐거웠던적이 있었다.

그당시 DSLR 똑딱이 카메라를 구입해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던 선배 덕에

접사, 화각, 광각, ISO등 카메라 용어를 실전으로 배우며 출사를 다닐수 있었다.

선망하던 DSLR 카메라를 손에 넣은 순간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을정도다.

지금에야 워낙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좋아져서

그무거운 똑딱이 카메라가 뭐가 필요하겠냐마는

그때는 그 카메라 하나면 세상부러울것이 없었다.

요즘도 중요한 순간에는 찾게되는 카메라 바디와 렌즈가 있다.

카메라가 전하는 느낌과 특유의 분위기는 핸드폰카메라는 흉내낼수가 없기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디카시' ,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문학을 소개했다.

제 4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는

일상의 소소한 장면에 의미를 더한 글을 함께 담아 시가 되는 순간들을 선물한다.

책을 넘길때마다 그 시절의 추억들이 몽글몽글 떠올라서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사진이란게 에정을 담아 찍지않으면 단번에 표가 나기때문에 진심을 다해 찍어야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눈을 갖다대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특별해진다.

그러니 아무리 무료하고 시시한 하루의 어떤 순간이라 하더라도

사진으로 담는순간 그것은 더이상 무료하지도 시시하지도 않게된다.

사진을 찍는것만으로도 달라지는데 그 사진에 의미까지 부여하면

더할나위없는 일상 작품일 수 밖에..

 

위트 있는 짧은 글과 사진의 조합.

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면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길지않게 눌러담은 글이 주는 여운이 참 좋다.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더 좋다.

사진 한장과 짧은 글이 전부지만 오래오래 바라본다.

사진속에 담긴 모든것을 찬찬히 보게된다.

글이 의미하는 재미와 감동을 여러번 되새겨본다.

또 어떨땐 반전가득한 글덕분에 키득키득 웃음도 나온다.

오랜만에 그냥 좋다:D

 

 

하루가 시시하다고 생각이 들때

나와 같은 하루의 평범함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저자의

시같은 순간을 만나보길 권한다.

시시한 모든것이 특별하게 보일테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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