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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문장 - 흔들리는 마흔에 참 나를 되찾게 해 준
길화경 지음 / 유노라이프 / 2021년 1월
평점 :
"인생 문장으로 나를 채우다"

엄마의 문장 | 유노라이프
글. 길화경
여기 일기장이 있다. 그녀가 엄마로 살아온 빼곡한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그녀 자신으로 돌아올수 있었던 과정을 담은 일기장.
날짜도 요일도 날씨도 없지만 그녀의 에세이는 치열했던 자신의 비밀얘기를 풀어놓은 일기장같다.
어찌 견뎠고, 어찌 행동했으며, 어찌 나아갔는지가 오롯이 담겼기에 더 그런 느낌이다.
수술실 8년차 간호사에서 두아이의 엄마로 다시 논술교사로 돌아간 그녀.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아팠던 둘째아이와 예민한 첫째아이를 돌보며
몇곱절 힘든 육아의 터널을 건너왔다.
두 아이를 키우며 고단했지만 받는 기쁨도 컸다는 그녀가
불행하다 느낀건 주변의 시선에서였다.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그녀.
하지만 그 순간마저도 시를 삼키며 버텼다고 한다.
나도 저자의 나이만큼 되고 보니, 그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았다.
'참신한 불행도 없이 늘 갑갑하고 온전하지 못한 느낌에 갇혀 지낸 시간이었다'라고 말한 저자.
나도 나이터울 많은 두 형제를 키우며 점점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든적이 여럿있었다.
정체모를 갑갑함과 늘 남아있는 숙제가 있는것같은 찝찝함이 믹스된 정처없는 시간들.
내가 겪고, 느낀 마흔언저리의 시간이 저자에게도 머물렀던 시간이었다니 위로가 됐다.
언젠가 나에게도 한뼘 물러나있는 과거의 시간이 될수 있을테니 말이다.
저자는 스멀스멀 피어오른 불행의 시간을 떨치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달리며...
치열하게 읽고, 쓰고, 달리는 순간들의 기록도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그녀가 '참 나'를 되찾기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는지를 알게되었다.
끝없이 자신을 들여다보기위해 애쓰고,
앞으로 나아가기위해 고군분투한 여정을 다섯 장의 단락에 기록했다.
그때의 그녀에게 힘이되어준 문장과 함께.
체력을 키우기위해 달렸고, 마음을 돌보기위해 책을 읽었고,
자신을 찾기위해 부지런히 글을 쓴 작가에게 힘이 되어준 문장들.
글이 주는 감동과 힘은 확실히 대단했다.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는 그 문장들을 읽고,
책 전부를 읽고 싶은 욕심에 몇권을 구입하게 되버렸으니..
또 저자가 소개한 문장이 내가 읽었던 책들의 한 구절이면 깊이 공감받는 느낌마저 들었다.
같은 책을 읽었고, 같은 위로를 받았구나 싶어 더 열심히 들여다 보게됐다.
또 그 문장들과 함께 전하는 그녀의 글은 더할나위없는 위로 그자체였다.
새삼 이 책 한권이 담고있는 많은 책들과 이야기들이 고마워졌다.
지금은 집의 평수를 넓히는 대신 마음의 평수를 넓히고,
몸이 늙어가는것은 막지못해도 마음만큼은 늙지 말자고 말하는 저자.
그녀가 흔들리는 마흔에 접어든 엄마들에게 전하는 인생문장들로
다시금 나를 돌아볼수 있는 힘을 얻을수 있게되었다.
"이 사색의 기록이 당신에게 기댈 수 있는 하나의 문장으로 남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