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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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저널리스트인 아버지와 함께 자연을 누비며 매잡이가 되려는 꿈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길거리에서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그녀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으로, 어려서부터 기르고 싶었던 야생 참매를 길들여 보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잔혹한 야성 그 자체인 참매에게서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발견한다. 나아가 매의 시각과 정신으로 자신을 비춰보며 인간성의 한계를 시험하고 삶을 바꾸려 시도한다.  저자 소개글

 

메이블 이야기에는 두 마리의 참매가 등장한다. ‘메이블고스’. ‘메이블은 헬렌이 길들인 참매이고, ‘고스는 헬렌이 어릴 때부터 즐겨 읽고 매 훈련의 지침서로 삼은 책인 T.H.화이트가 쓴 『참매』에 나오는 참매이다. 화이트는 어릴 때 부모에 학대당하면서 성장했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시달렸으며, 애정 결핍과 상처를 치유하려고 참매 고스를 길들였지만, 훈육과 애정을 조화롭게 하지 못해 굶기고 과도하게 먹이기를 반복하면서 학대하고 방치한 끝에 결국 매를 잃는다. 헬렌은 분양 받은 야생 참매 메이블과 마음을 나누는 교감을 바탕으로 길들이면서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아픔을 치유받게 된다. 인간 헬렌과 자연을 상징하는 메이블이 하나가 되어가는 다큐멘터리 소설이다.  책의 곳곳에는 메이블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슬픔, 기쁨, 분노 등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솜씨 있게 사냥하는 동물을 조련함으로써, 그것과 밀접하게 교류함으로써, 그것과 동감함으로써, 모든 생생하고 진지한 욕망을 완전한 순수 속에서 경험할 수 있을 터였다. 비록 가장 잔인한 욕망이라고 해도, 그 사람은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으리라. – P. 7

 

변화는 나의 슬픔, 내가 지켜보는 것, 나 자신이 아닌 것을 통해서 왔다. – P. 142

 

나는 매를 길들이기 위해 나 자신을 매가 지닌 야생의 마음 안으로 넣었고, 어두운 방에서 점점 나의 인간성은 타 버리고 있었다. – P. 143

 

메이블은 강렬하고 구체적인 생생함이 두드러졌다. 메이블은 내 상처를 태워 없애는 불꽃이었다. 매 안에는 후회나 깊은 슬픔이 있을 수 없었다.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매는 오직 현재에 살았고, 그게 나의 피난처였다.  – P. 257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은 추억을 회상하면서 서서히 치유 받아간다.

 

살다 보면 세상이 항상 새로운 것들로 넘쳐가기를 바라는 때가 있다. 그러다가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온다. 삶이 구멍들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 부재, 상실, 거기 있었는데 이제는 없는 것들, 그리고 깨닫는다. 그 구멍들을 피해 가며 구멍들 틈새에서 성숙해야 된다는 것을, 비록 전에 그것들이 있던 곳에 손을 뻗으면, 추억이 있는 공간이 가진 특유의 긴장되고 빛나는 아련함이 있긴 해도  – P. 272

 

인간과 자연, 생명과 죽음, 상실과 치유, 고통, 변화, 성장.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읽은 책 중 최고의 명문장들이 담겨 있다라고 극찬한 타임의 추천사처럼 다 읽은 책 구석구석에는 읽으면서 그어 둔 밑줄들이 가득하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아픔과 상처에 위로 받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힐링 도서로 전혀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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