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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스빌 이야기 -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3월
평점 :
미국 GM 자동차 공장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수많은 제조업 기반 소도시의 전형이었던 제인스빌. 국가적인
경기침체에도 제인스빌은 굳건했고 오히려 외지 사람들이 둥지를 트는 곳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의 흐름 속에서 제인스빌과 인근 지역에서는 9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아메리카 드림 그 자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평화로운 중산층
도시 제인스빌의 대표적 제조업인 GM공장의 Shutdown으로
겪게 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5년에 거쳐 진행된 지역 공동체의 변화의 모습을 생생한
기록으로 담고 있다.
거대한 경제적 재앙에 대처하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자세, 그것에 작용해 일어난 사회적 반응, 실업에 따른 구체적인 삶의 변화
등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무너진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제인스빌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본주의 시대의 불안 속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미국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얘기일 수 있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울산, 거제, 그리고 GM대우공장의 철수로 10여년전
제인스빌과 똑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군산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 제조업의 붕괴로 사회적인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고,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제인스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암울한 미래에 대한 좌절보다는, 힘들게 다가 올 미래에 나 자신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책이다.
크리스와 바브는 서로 내면의 두려움이 표출되는 것을 애써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일자리를 잃은 블랙호크 기술전문대학의 몇 안 되는 자동차 공장 출신 입학생으로서, 지금까지의 삶을 규정해온 공장의 해묵은 관습과 방식들을 버리고 새로운 생활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 역시
깨닫지 못했다. …… 크리스티와 바브에게는 너무도 생경한 것들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이날 아침 크리스티와 바브는 각자의 내면에서 불타오르는 경쟁적 기질과, 새로운 단짝 친구가
이제 막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 P. 65
가이드북에 <해고 이후에 해야 할 일>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넣었다. 글은 열다섯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었는데, 첫 번째 항목은 실직 이후 찾아오는 심신 무기력증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부끄러워하지 말라. 해고된
것은 당신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 P. 79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이런 관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계속 나아가자”는 말은 그들에게 모욕처럼 들렸다. 그 말은
제인스빌의 과거에 대한 배반이자, 의기소침했던 그들 사이에서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한줄기 희망의 싹을
잔인하게 짓밟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공장의 시설물이 여전히 철거되지 않았다는 데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 P.
117
제러드는 갑자기 할 일이 사라진 이 기이한 상황을 오랜만에 얻은 휴가 정도로 여겼던 초반
해고자 생활이 먼 옛날처럼 느꼈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인 나쁜 선택지들 가운데 적어도 특별퇴직 하나는
제러드의 인생관과 일치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제러드의 인생관이란 “가족이 제너럴 모터스보다 소중하다”는 것이다. - P. 177
놀랍게도 바브는 리어 공장의 폐업을 자신에게 닥쳤던 일들 가운데 가장 잘된 일로 꼽는다. 리어의 폐업을 겪으면서 바브는 자신이 역경을 견디고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면 행복해지기 때문에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녀에게 의지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건느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것이 때로는 직업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다. …… 바브는 리어에서 일하던 시절을 되돌아보지 않는다. - P.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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