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이 아침에 잡채가 먹고 싶다고 했다. 농협 마트 입구에 다다랐을 때 자판기 앞에서 m을 만났다. 순간 긴가민가 했다. 중국에서의 자유로운 복장만 익숙하다 보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이 순간 낯설게 느껴졌다. 잠깐 차 마시러 나왔다고 했다. 손님들이 계속 오다보니 점심먹고 커피도 한잔 못했는데 마침 과장이 불러서 잘 됐다며 커피 한잔 마시고 들어갈거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중국 얘기가 나왔는데 자기는 '중국'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속에서 니글거린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무엇보다 나는 아침에 내가 했던 생각들의 답을 찾아서 기분좋았다. 아침에 나는 여행이 남긴 것들에 대해 생각했었다. 이십대 초반 친구들과 함께 간 제주도는버스안에서 들었던 느린 음의 팝송과 차장 밖으로 넓게 펼쳐진 초록풀밭, 버스안의 나른한 기운들이 남았다. 그뒤 회사 동료들과 함께 간 일본은 유스호스텔에서의 만난 몇몇의 초등학생들(자기들끼리 여행을 왔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 벳부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기차역에서의 방송,(벳~~~부~~~라고 길게 발음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뒤 구정에 가본 홍콩은 야경과 사람을 생기있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 바다위를 마구 달리는 배들이 기억된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때그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인상적인 모습이 기억에 남게 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뭐가 남았지 하고 생각해봐도 어떤 인상적인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오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내가 느낀 것(잠재력, 발전 가능성) 그런 것들이 아니라 중국하면 떠오르는 어떤 인상적인 그런 것들이 없었다. 그런데 m과 이야기 하면서 정말 그렇구나! 중국하면 속이 메쓱거리는구나 하고 아침에 내가 했던 물음에 답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