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 폭포 계곡에 갔다. 물이 없으리라 장담하는 남편의 말을 믿고 아이들 수영복도, 여벌옷도 챙기지 않았다. 그러나 도착해 보니 웬걸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 딱 좋았다. 하연과 둘이 폭포에 올라갔다 온 사이 현정은 벌써 입은 옷채로 물속에 들어가서 옷이 반이상 젖어버렸다. 팬티만 입히고 젖은 옷을 나무 사이에 말려놓았다.
어제 저녁 갑자기 결정한 거라 아침에 마트앞에 모여 고기며 상추, 과일등을 산터라 미처 씻을 겨를도 없었다. 폭포 물이 쏟아지는 한켠에 앉아 상추며 깻잎, 포도를 씻었다. 쏴~아 쏴~아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그대로 벽에 서서 등으로 물을 맞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산의 정기를 그대로 받은 상추이니 좋을거라며 큰 소리 쳐보았다.
현정, 하연과 다른 아이들 모두 신나게 놀았다. 서로 물싸움도 하다가도 사진기만 갖다대면 포즈를 잡는 모습이 재밌었다. 점심먹고 도저히 배설의 욕구를 참을수 없어 채영 엄마랑 화장실을 가다 보니 아이들은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와 있었다. 윤경이 채영을 업고서 말이다. 우리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어디까지 갈 참이었을까? 채영 엄마랑 둘이서 개구리 소년 만들뻔 했다며 한참 웃었다.
남자들은 저쪽 평상에서 언제나 빠질수 없는 놀이를 하고, 우리 여자들은 이쪽 평상에서 아이키우는 이야기서부터 건강에 이르기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제각기 눕고 싶은 방향으로 누워서 말이다. 누워서 바라보는 여름의 나뭇잎 색깔이란? 채영 엄마 말대로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들었다. 역시 채영 엄마 말대로 실제 그리다 보면 능력이 안되서 열받겠지만. 나도 나뭇잎 색깔이 좋아서 디카에 담아보았으나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너무 어두워서 실망스러웠다. 채영 엄마 맘도 이랬겠지! 영화나 만화속에서 본 그런 그림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이들이 물속에서 입술이 파래질정도로 놀고나서는 아이들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 추억의 공공칠 빵 놀이를 했다. 6,7살 아이들에게 공공칠 빵을 가르쳐주고 틀린 사람에게는 인디안 밥까지 인정사정 보지 않고 (?) 했다. 아이들은 더 세게 하지 하며 서로 걸리려고 안달이었다.
건너편 평상에서는 젊은 남녀 몇쌍이 모여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저만치 우리 위에 위치한 평상에서는 젊은 아가씨 몇명이 모여 현란한 춤을 추어 우리에게 눈요기를 제공했다. 우리 아줌마들은 좋을 때다라며 지나간 추억을 곱씹어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계곡에서의 광복절은 편안했다. 아이들도 이제 어느 정도 커서인지 같이 놀아주지 않아도 되니 더욱 그렇다. 이번 주말은 조개캐러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