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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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지막이 놀라웠던 책. 중간쯤부터 무너지는 사실이 꽤 충격이었다. 어느 살인자의 일기라고만 생각하고 읽고 있던 나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살인자가 기억하고자 했던 것들이 일시에 증발해버리는 허무와 공포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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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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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남편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제법 그럴듯한 소리를 하는구나 생각했죠. 저기, 뱀이 탈피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탈피?"

"뱀은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실은 목숨 걸고 하는 거래요. 그러니 에너지가 엄청나게 필요하겠죠. 그런데도 허물을 벗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혼마보다 앞서 다모쓰가 대답했다. "성장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후미에가 웃었다. "아니에요. 목숨 걸고 몇 번이고 죽어라 허물을 벗다보면 언젠가 다리가 나올 거라 믿기 때문이래요. 이번에는 꼭 나오겠지, 이번에는, 하면서."

다리 따위 없어도 상관없잖아요. 뱀은 뱀이니까. 그냥 뱀이니까. 후미에가 중얼거렸다.

"그런데도 뱀은 생각해요. 다리가 있는 게 좋다. 다리가 있는 게 행복하다고. 거기까지가 우리 남편의 학설. 그리고 여기부터는 내 학설인데, 이 세상에는 다리를 원하지만 허물벗기에 지쳐버렸거나 게으름뱅이거나 벗는 방법을 모르는 뱀이 수없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뱀들에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주는 거울을 파는 뱀도 있다는 말씀. 그리고 뱀들은 빚을 내서라도 그 거울을 사고 싶어하는 거예요."

난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세키네 쇼코는 미조구치 변호사에게 그렇게 말했다.

화차 P346~347

 

 

단순히 범인을 쫓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작품이 아니다. 그렇다고 끔찍한 살인자를 옹호하지도 않는다. (읽는 이에 따라 그렇게 읽힐수도 있겠지만....) 읽다 보면 허를 찌르는 부분이 있다. 여러 사회 현상들이 화두에 오른다. 주택 담보 대출의 문제점, 개인정보관리에 대한 문제점, 신용카드와 제3금융권의 문제점 등. 더불어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까지. 그 모습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씁쓸함을 느끼게 되었다. 잊고 있던 것들, 외면했던 것들을.... 읽다 보면 슬퍼진다. 그 슬픔은 참으로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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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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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다 읽었다. 미리 말하지만 이 책에서 해피엔딩은 없다. 그런 기대를 가진 분들은 들었던 책을 내려놓기 바란다. 특히, 반려견을 기르는 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보시기 바란다. 재미로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단순히 '재밌어.'로 결론 지을 수 없다.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공존과 삶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는 것 같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 감상이니 딴지 사절. ^^;;)

그리고 새삼 확인했다. 정유정 작가는 진정 천재라고. ㅜ.ㅜ

 

"나는 때로 인간 없는 세상을 꿈꾼다. 자연의 법칙이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곳, 모든 생명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세계, 꿈의 나라를. 만약 세상 어딘가에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결코 거기에 가지 않을 것이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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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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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나지 않게 조용하고 매끄럽게 찌르는 문장이 참으로 아름답다. 심지어 절묘하게 띄운 단락과 문장부호마저도 아름답다.

 

그리고 저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평범한 얼굴에 속해가고 있다...서서히 그런 느낌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사이 제가 예뻐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다 함께 늙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그래서 서로가 비슷해져 간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더 세월이 흐르고... 노인이 된다면 세상의 모든 얼굴은 비슷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네, 이렇게 저도 서서히 늙어가고 있습니다. 늙어가는 만큼...

 

또 그만큼, 당신과 저의 거리도 점점 좁혀져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살아갈수록, 그래서 이 삶이 제게는 하나의 길처럼 느껴질 따름입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우리는 점점 비슷해지고, 또 결국엔 같아질 거란 생각입니다.

 

 

- P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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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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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작품이다. 처음에 책장을 넘겼을 때 생소한 편집이 낯설어 살짝 난해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쓰여진 그대로 읽다 보니 어느새 그 문장속에 숨어있는 무언가를 보게 된다. 주인공 『나』가 근무하는 곳이 익숙한 곳이어서 더 금방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 같아 메모를 하다가 난 결국 포기했다. 자칫하다가는 책을 다 베낄 기세였기 때문이다. 그 만큼 이 작품은 모든 것이 소중하다. 작은 사물 하나에도 깊은 의미와 고찰이 담긴 작품이기에 그렇다.

 

난 에필로그와 외전(번외) 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다 읽은 후 남아 있던, 다른 편집의 분량을 보고 잠시 읽을까 말까 고민했었다. 기분 좋은 설렘과 감동으로 책을 이미 다 읽었기에 남아있던 그 분량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잘 살고 있겠지, 행복하겠지, 하는 막연한 상상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렇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난 그 부분을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 떨어지는 눈물.

 

아프고, 서글프고, 한스럽고, 안타깝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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