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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유명 베스트셀러 ‘서른살이 심리학에 묻다’ 작가 김혜남 선생님이 집필한 책이다. ‘서른살이 심리학에 묻다’ 라는 책을 굉장히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책도 무척 재밌었다. 이 책은 처음에는 진부한 것 같으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싶은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였더니, 책 옆면이 인덱스로 도배될 정도로 괜찮은 내용이 많은 책이었다.
이 책은 타인의 사례를 모아둔 책이 아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직업이 정신분석 전문의니깐 본인이 진료했던 환자의 사례들로 책을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사례는 매우 간략하게 다루고 본인이 겪었던 일들과 삶의 통찰들이 주로 담긴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타인의 사례보다는 저자의 생각을 읽고 싶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정신과 의사로,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로 쉼없이 달려오다가 불치병에 걸렸을 때, 얼마나 좌절하였을까? 하지만 저자는 투병생활을 통해서 교훈을 얻고, 소소한 일상에 감사를 하면 살아간다. 극단적으로 긍정적이었다면 개인적으로 책에 거부감이 들었겠지만, 덤덤하면서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에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물방울 사진 전시전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집필하고 삶의 끈을 놓치지 않는 모습에서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인상깊은 구절 몇 구절을 발췌해보았다.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그래서 사회적으로 보면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 안에서는 자꾸만 화가 치솟는다. 남들의 눈 때문에 늘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나 자신이 싫은데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나를 조금이라도 통제하려고 들면 ‘통제’ 그 자체에 예민해진다. 존중받기는커녕 남들에게 또다시 휘둘리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어릴 적 부모의 강한 통제 속에 자라난 아이는 어른이 되어 통제받는 것을 유달리 못 견디는 경향을 보인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p.49
이 책에서는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려면 ‘통제 소재를 내 안으로 가져올 것’. '저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내가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내가 그 일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직장을 다니는 것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그러하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상사 때문에 화를 내고, 마주칠 때마다 불편해하고, 그에 맞춰주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데 에너지를 쓰기에 우리 인생이 너무나 아깝지 아니한가.
제발 모든 것을 ‘상처’라고 말하지 말 것
샤워를 하다가 보면 문득 팔에 긁힌 자국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언제 긁혔는지도 모를 자국을 보면 그제야 ‘어디서 이랬지?’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분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국은 없어지게 마련이고 나도 그냥 잊어버리게 된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무분별하게 ‘상처’라고 말하는 일들이 그 자국일 수도 있다. 그러니 스쳐 지나가고 그냥 넘어갈 일까지 굳이 상처라고 말하며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와 상처가 아닌 것을 구분 짓는 것, 그것은 어쩌면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p.99-100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친구들에 대하여
그런데 우정은 사랑과 달리 필요하다면 서로 헤어져야 할 시기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동안 우리는 성장한다.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우정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형성되는 관계이니만큼, 시간과 공간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우정이 속성이 우정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약간 소원한 사이라 할지라도 나와 한 시절을 공유하며 세상의 다리가 되어 준 친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p.138
우정에 대하여 이상한 판타지가 있던 10-20대 시절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우정으로 고통받는 시간이 줄어 들었을텐데. 우정에 대한 지나친 이상을 버렸다면 내 곁에 아직도 그 친구가 남아 있을까.라는 여러 단상들이 떠올랐다.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시절 인연’이라는 말을 배웠다. 저자의 말처럼 우정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제약을 받기 때문에 언젠가 서로 헤어져야 할 시기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집착을 내려놓는다면 언젠가 있을 헤어짐이 아름답지 않을까? 아름다운 이별은 없지만 먼 훗날 우연히 마주쳤을 때 웃으면서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사실 연령대와 상관없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지루하고 신물나는 인생에 조금은 전환점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