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
윤설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5월
평점 :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 라는 책은 사실 요즘에 내가 읽고 싶은 부류의 책은 아니었다. 올해 과도한 업무량에 지쳐있는 회사원 1인 나로서는 사실 책도 읽기 싫고, 읽더라도 이런 몽글몽글한 책보다는 가볍거나 실용적인 책을 읽는 편이었다. 요즘 내 주변에 말을 괴랄하게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남의 사생활을 공공연히 이야기 하거나 말을 옮기거나, 교묘하게 멕이는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마디 일침을 놓고 싶지만, 그럴 위치가 못되어 속으로 꾹 눌러 참고 있는 형편이다. 저런 사람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이면 큰일나겠다 싶은 마음과 '구업(口業)을 짓다' 라는게 저런 거구나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말'이라는 것이 참 중요하구나를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 라는 책을 좋은 기회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화술, 화법에 관련된 책은 아니다. 윤슬 작가님이 '말'과 관련하여 겪은 일화 또는 본인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 책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요즘 책을 읽을 머리가 안되는데도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는 페이지가 술술 넘어 갈 정도로 가독성 좋으면서, 몰입감 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와닿는 글도 많았고.
진짜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싶었던 챕터가 "다른 점이 많을수록 배울 점도 많다" 라는 챕터였다. 여행을 가면서 옷을 좋아하는 친구는 옷을 많이 싸오고, 먹을 것을 좋아하는 친구는 간식을 싸오고, 윤슬작가님은 비상약을 챙겨가는 스타일인데, 그런 다른 점들이 여행 중에 갑자기 발생하는 일들에 서로 도움이 되듯이, 관계도 그렇다는 점에 무릎을 치고 공감을 하였다. 나 또한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 나와 맞는 사람만 곁에 두는 경향이 있다. 가치관이 너무 다른 사람과 곁에 있으니, 노력값이 너무 많이 드니, 관계가 이어지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아무리 비슷해보이는 사람도 결국 나와 다른 점이 꼭 하나씩 있고, 결국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게 되었다. 오히려 애초부터 나와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율하기가 쉬운데, 비슷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다르니 기대값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더 조율하기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은연중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들을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에서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는 인간관계에 위로가 되는 구절들이 많다. '인간관계가 잘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풀 죽어있을 필요가 없다. 당신이 별로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가치를 알아봐줄 사람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구절도 매우 위로가 되었다. 게다가 직장에서 입담이 좋은 사람을 부러워 했는데, 이 책에서 '처음 보는 사람, 한 번 보고 끌날 관계, 업무적인 관계, 이런 관계에서 말을 많이 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이유로, 혹은 친해지겠다는 이유로 쓸모없는 말을 계속하는 일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빈틈을 보여주는 일이다. 훗날 후회로 남는 말은 대개 이런 쓸모없는 말에서부터 온다. 관계를 끌고 가는 사람은 필요한 말만 한다.' 라는 구절에서 깊은 위로가 되었다.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는 가볍게 읽히는 에세이류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공감되는 구절도 많았고 생각할거리를 많이 준다고 해야하나. 간만에 마음에 울림을 주는 책을 만난 것 같아, 몰입해서 읽은 것 같다.
'말'이라는 키워드로 읽게 되었지만, 본질은 '관계'가 키워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인간관계, 연인관계, 친구관계 등 관계에 고민이 있는 분들이 읽으면, 마음에 닿는 책이 아닐까 싶다. 관계에 고민이 있거나 위로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을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다.

요즘은 누군가와 여행을 떠날 때 서로 무엇을 챙기는지 미리 공유하곤 한다. 가방 속에 넣는 물건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서로 닮은 점을 찾기보다는 서로 다른 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만한 부분이 나에게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차이점을 관계의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다른 점이 많을 수록 배울 점도 많다는 것을 느낀다. 한정된 삶에 다양한 철학을 새기는 일과 한정된 가방에 다양한 물품을 넣는 일. 아무리 봐도 비슷하다. 인간관계는 여행 가방과 똑 닮았다. - P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