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뭐랄까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나서 516페이지의 대 장정을 끝마치면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는 회귀를 해야겠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러니하게, 그 첫장에는 바로 이 회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바로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도 이 소설의 얘기는 반복되지 않고 또 다른 해석과 느낌으로 새로운 주제를 독자에게 안길 것 같은 느낌이다.
한 순간 주인공이 가지는 느낌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작가의 철학적 지식과 인간 존재에 대한 오랜 탐구에서 나오는 성찰을 총 동원하며 마지막애는 독자에게 지금 이 주인공이 느끼는 이 감정은 그래서 정당 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독자는 이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어떤 의무도 없고 존재의 무게감도 없는 가벼움. 작가는 이 가벼움이 그간 내 어깨를 짓눌렀던 삶의 무게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받는 무게, 하지만 돌이켜 보면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채 내 스스로 어깨에 차곡차곡 올려 쌓은 그 무게를 부정하면, 순간 내 존재도 부정하고 이어 내 존재 따위는 타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될 때 알 몸의 자신에 대해 느끼는 그 가벼움. 그러나 그 허탈한 순간은 결국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행복감을 느끼는 시작임을...작가는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까지도, 완벽한 끝맺음을 내지 않는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꼬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소설 속 주인공을 관찰하는 그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두 주인공이 드디어 작가가 감동하는 행복의 그 지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아름다운 행복에 두 사람을 영영 묶어 두려고...심지어 독자는 아주 건조한 문체로 그 두 사람의 결말이 전해지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