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지다 - 하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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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물은 왠지 경직된 계급체계 아래 피비린내 나는 얘기가 가득할 것 같아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단편 모음집 “철도원”을 읽고 작가의 인물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기품어린 문체에 매력을 느꼈던 기억을 갖고, 작가 아사다 지로가 쓴 사극 “칼에 지다”를 기대반 우려반으로 펴게 되었다.

그리고 두번째 챕터에서 생각지 못한 액자식 구성이 출현하며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가 살아온 가장으로서의 처절한 투쟁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자, 겉잡을 수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주인공이 서술하는 자신의 심정과, 이러한 주인공을 바라봐왔던 동료들이 남기는 주인공에 대한 얘기가 교차되며 주인공 요시무라에 대한 깊은 동경과 가장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이야기의 뭉클함이 내 가슴에도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아버지의 이름을 받았으나, 아비도 자신도 정작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던 막내가 아비의 고향으로 돌아와 환영 받는 장면은 긴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 없이 훌륭한 피날레였다. 인과 의가 옅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실리가 아닌 의미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두고 살아왔는지 되돌아 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번역자인 양윤옥이 쏟아부은 성심을 느끼는 것도 큰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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