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소설을 여러권 읽다 보면 다양한 서술 방식을 만나게 된다. 전형적인 일인칭 시점이나 관찰자 시점, 혹은 전지적 작가시점 외에도 편지에 서술된 내용으로만 이루어진 서술 구조도 있고, 주로 단편의 경우 풍문으로 들은 얘기를 전하는 서술 구조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한 노인의 사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타살을 염두에 두고 벌어진 심문을 받게된 용의자의 진술을 그대로 서술 구조로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서술방식이 모두 사용되고, 서술에서 주인공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마치 심문 장소에서 이야기를 같이 듣는 현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면, 주인공의 행동 뒤의 감정선도 나에게 대입해 보면서 몰입감을 증폭 시킨다. 이러한 서술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자칫 너무 산만해져서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화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상상과 수많은 생각들이 언급되는 장면이 길어지면 이야기의 맥이 끊어지는 위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적절한 호흡으로 내면과 바깥을 오가며 독자의 흥미를 계속 유발시킨다. 스티븐킹의 소설을 잠시 멀리하고 다른 책들을 여러권 읽다 돌아온 터라 그런지, 오랜만에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의 흐름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었다. 정말 대단한 글쓰기 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