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적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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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고른 김호연 작가 작품은 ‘연적’이다. 한 여자를 서로 다른 시기에 사랑했지만, 끝내 같은 시간대에서 그 여인을 가슴속 깊이 묻는 두 사내의 이야기.
작가 본인의 에세이에서도 언급 되었던 것 처럼, 이 소설은 두 남자의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내어 보는 내내 영화 속 장면을 생각 나게 한다. 망원동을 읽었을 때에는 처음 부터 연극무대가 생각이 났고(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연극으로 나 왔는지도 몰랐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연말 특집 드라마를 자연스레 떠올리며 읽었다. 그리고 이 작품 ‘연적’은 영화 말고 다른 형태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배우 마동석과 조현철, 혹은 김동욱을 떠올리며 작중의 인물들이 누비고 다니던 자연적 배경과 계절적 배경이 주는 후덮지근한 온도와 그 들의 숙취를 함께 느끼며 그들의 여행에 함께 올랐다. 제주편을 마쳤을 때는 정말 3박4일 함께한 것 처럼 나른한 피곤함도 찾아왔고, 다시 서울에서는 한 여름밤의 꿈 같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 나를 기다리는 출근길 같은 한기도 맛 보았다.

소실 ‘연적’은 가장 최근작 ‘불편한 편의점’과 비교해서는 중간중간 이야기의 전개가 느슨해지기도 하고, 주인공의 감정소비가 과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소설의 어느 대목에서 이 즈음 방향을 틀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제주에서의 분량을 좀 줄이고, 구체적인 복수계획을 준비하는 순간을 두 사람이 제주에서 맞이했으면 전체적인 호흡이 좀 더 빠르고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쨋든, 첫 작품에서 가장 최근 작품으로, 그리고 성공한 첫 작품의 다음 작으로 옮겨가며 한 작가의 작품을 읽어 가다 보니, 지금 김호연 작가의 노련한 모습과 소설가로 막 데뷔해 작중 인물 앤디 같이 스토리를 돌파해가는 과거의 모습을 비교확인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스티븐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저자는, 작가는 이야기의 소재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그 잘 안다는 것은 대단한 지식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 오면서 체득하고 알게된 그때 그때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상상해 보았던 그림들이 모두 잘 아는 것이고, 이를 이야기에 잘 녹였을 때 독자를 매료시킨다는 말이다. 작가 김호연의 소설이 매력 적인 것도 그가 직접 뒹굴었던 세상과 거기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고스란히 이야기에 담았던 까닭이라 생각 된다. 그래서 진실성이 느껴진다. 작 중 언급된 ‘Whiter Shade of Pale’을 들으며 독서평을 쓰고 있자니, 이 노래는 작가가 어떤 상황에서 듣고 기억하게 된 것일까? 괜스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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