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을 마지막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으로서 작가가 쓴 자전적 에세이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그 이야기가 미화가 되었건 찐 사실이건 상관 없이 그 들의 인생을 내가 산다면 난 얼마나 긴 무명의 시절을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어떨 때는 마지막 장을 희망과 함께 넘기는 경우도 있고, 어떨 때는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곱씹는 무거운 손 끝으로 마지막 장을 넘길 때도 있다. 망원동 브라더스와 불편한 편의점을 통해 알게된 작가 김호연의 이야기는 만년의 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심술궂은 모종의 좌절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질 수 밖에 없는 그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며 마지막 장을 맞이하게 해 주었다. 작가가 되려면 이 처럼 글을 사랑하고 글을 밥 먹듯이 써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나로서는 따라하는 시늉 조차 힘들 것 같은 경지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글쟁이의 삶을 힘들게 연명하는 가운데에도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이어나가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의 모습에서 난 결정적 한방을 맞았다. 내가 가진 깜냥으로는 흉내조차 내기 힘든 삶을 (특히 하루 한끼 공복에 쓰는 글) 살아온 김호연 작가에게 엄지척을 날려주고 싶다. 그리고 그를 알게 해 준 두 편의 따스한 이야기를 선사해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나도 언젠가 작고 초라한 내 책 페이지 한 켠에서라도 나의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게해 준 고마운 사람들을 읊을 기회를 얻게 된다면, 그 중 한 사람으로 김호연을 언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