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천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불과 수일만에 완독한 것은 게으른 제 성격을 비추어 볼 때 매우 있기 힘든 일입니다. 자신하건데 평소 독서를 즐기는 분이라면 2일 내에도 완독이 가능한 무서운 흡입력을 지닌 책이었습니다. 지금껏 10여권 가량 읽어 온 저자의 책들과 비견해서 다소 무겁고 폭력적인 장치들이 낯설기도 했지만 말미에 가서는 인물들의 배경과 행위의 동기애 대한 최소한의 공감을 얻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책 중반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 작가가 과연 이 책을 어떻게 끝내려고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 놓나...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만 이는 쓸데 없는 기우였고 책 말미에서, 그의 특기이듯이 정확하게 짜 맞춘 퍼즐인 마냥 여러가지의 복잡한 이야기들이 인과관계를 맞추어 갈 때는 묘한 쾌감도 들었습니다. 좀 더 다른 결말을 기대했던 것이 제가 가진 유일한 아쉬움이었습니다만, 천페이지 내내 묘사된 주인공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가장 적합한 결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몇 가지 의문도 있습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는 이 마다 해석이 조금씩 다를 수 도 있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