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가난 - 살림의 그물 11
E.F. 슈마허 지음,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이덕임 옮김 / 그물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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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의 시대에서 가난이 삶의 지향점이라 하면 감탄할까 아니면 비웃을까? 감탄하는 부류는 아마 날 잘 아는 사람일테고 비웃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능력이 안되는 사람의 변명이라고. 쌍팔년대도 아니고 WorkingPoor의 시대에 가난이 무능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가난은 삶을 풍성하게 바꾸는 방법일 수도 있다. 문제는 가난이 강요된 선택이냐 자발적 선택이냐의 차이이다. 현실에 순응하거나 무력한 비관이 아니라 능동적인 저항으로서의, 연대로서의 가난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도시적 삶에서의 가난은 슬프다. 못 먹고 찌들고 고생스럽고 우아하지도 단란하지도 않다. 나 혼자 잘났다고 아내와 자식 새끼들에게 못 할 짓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가난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삶의 태도 만큼은 꼭 물려주고 싶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이 흔들릴 때, 하찮은 안락이 몹시도 유혹할 때 보기에 딱 좋은 격언들로 채워져있다.

아주 조금만 필요로 하며, 그것마저도 영혼에 바치는 것만큼 고상한 일이 있을까 - 에머슨

소박하지 않다면, 사람은 소박한 분인 신을 결코 알아보지 못한다. - 뱅골 지방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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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슈퍼히어로
김보영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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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SF를 읽는 재미는 바로 이런 상상 때문이 아닐까?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존재를 순전히 상상만으로 2려 나가는 그들의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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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탑 2015-06-2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웃집 슈퍼히어로 - 듀나, 김보영 외

1. 존재의 비용 - 진산 - 슈퍼히어로가 되기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슈퍼히어로가 되었다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은 공허다. 공허, 느낌이 팍 온다. 또한 신은 법칙을 만들고 그 법칙에따라 현실을 응용하는 설계자가 따로 있다는 발상이 좋았다.

2. 월간영웅홍양전 -dcdc -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변한다. 아니 변한다기 보다는 잠재되어 있는 본능이 폭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홍양은 평소 도덕적 죄책감에 묻혀 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홍양의 천적 장 회장의 캐릭터 또한 특이하다. 장회장은 장난감협회 회장이다. 그는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해서 장난감이 팔리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다 못해 테러를 통한 해법을 강구한다. 이 둘 사이를 잇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우리의 주인공은 홍양의 애인이다. 스토리 전개도 깔끔하고 꽤 공들인 작품이다 싶다. 무엇보다 재밌다.

3. 편복협 대 옥나찰 - 좌백 - 마치 007영화의 스토리를 무협소설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오히려 짧은 분량으로 소화하려니 좌백 특유의 화려한 액션씬과 긴박한 구성이 다소 떨어진다. 차라리 분량을 늘려서 중단편을 따로 발표했으면 좋았을 듯. 배트맨 이야기를 무협소설로 옮겨 놓은 발상만은 죽인다.

4. 소녀는 영웅을 선호한다 - 김수륜 - 첨단 과학 기술과 팀으로 구성된 우리의 영웅은 대기업 3세다. 돈이 많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저지른 죄값을 혼자 갚으려 영웅질을 한다. 안타깝다. 이런 설정. 그래서 진짜 애스퍼인 소녀는 영웅을? - 아니 부자를... - 알아본다. 게다가 그 부자 - 아, 아니 영웅 - 은 그녀에게 애스퍼의 능력을 일깨우게 해준 장본인이 아니가! 둘의 관계가 은근한 썸을 타고 영웅은 자수를 권하고 소녀는 병원에서 탈출하는 스토리. 너무 울궈먹는 거 아냐?

5. 초인은 지금 - 김이환 - 정부는 초인법을 만들어 초인을 경찰의 일부로 편입하려 한다. 오늘이 입법 여부를 가늠할 투표날이다. 당신은 어디에 투표하시겠습니까? 찬성? 반대? 초인의 입장에서가 아닌 초인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글을 써나간다는 점이 특이하다. 초인을 만나기 원하는 사람. 초인을 그대로 두기 원하는 사람. 사사로운 이익에 써 먹으려는 사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 초인을 미워하는 사람. 초인을 동경하는 사람. 이들 모두 찬성과 반대로 갈리어 초인법의 투표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을 즈음 초인은 아무도 모를 곳에서 침묵하고 있다.

6. 선과 선 - 이수현 - 전체 작품 중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 인물의 캐릭터와 동기, 사건과의 연관성, 그리고 세계관. 모두 잘 다름어진 보석이다. 평범을 조금 넘어선 육체능력과 재치로 영웅놀이를 즐기고 있는 지훈. 그를 지나치게 쫓는 준오. 많은 사람들이 준오의 집착을 비난하지만 경찰의 일이 영웅놀이가 아님을, 그것은 많은 잡무와 뒤처리를 동반한 일상임을 지훈에게 알려주고 싶다. 때문에 지훈은 영웅이 아닌 범죄자일뿐이다. 수많은 캅스 영화와 소설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경찰의 일이 얼마나 일상의 일인지 잘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 또한 경찰내부의 문제과 권력 관계. 부패 등에 의해 오늘날 경찰의 모습을 가장 리얼하게 묘사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강추!

7. 아퀼라의 그림자 - 듀나 - 듀나의 연작 단편 소설 중 일부를 발췌해 놓은 듯 하다.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 번이나 읽었는데 역시나 모르는 부분이 많다. 혹시 내 연구의 성과가 알고 싶으신 분은 연락주시길. 아마도 이 단편이 실린 연작 소설이 나올 것 같다. 기대된다.

8.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 김보영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국내 SF 작가. 기대가 컸었나? 조금은 어렵고 조금은 미진한 듯. 너무 어려운 주제와 개념을 짧게 설명하려 했던게 문제가 된 것 같다. 좌백의 글과 마찬가지로 좀 더 길게 썼으면 훨씬 좋아을 수도 있겠다. 역시 김보영은 외계쪽이야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글을 살려 쓴 장편소설을 기대해 보겠다.

9. 노병들 - 이서영 - `악어의 맛`의 이서영이다. 또한 이 글도 `악어의 맛`에 나온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완성도가 높다. 책이 출판사에서 기획 주문한 글이라 그런지 기한 내에 글을 써내느라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도 더러 있다. 물론 읽는 나로서는 호강하는 거지만 그래도 안타깝다. 한국현대사와 그 안에서 묻혀버린 영웅들에대한 이야기다. 이제는 늙어버린 능력자들. 한국전쟁도 빨치산도 미군정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다 겪고 끝내 살아남은 우리의 영웅들은 어느새 능력과 체력에서 너무 쇠약해져 버렸다.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마지막으로 벌인다. 승자와 패자가 있지만 남는 건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 뿐. 노스텔지어의 황혼 빛 가슴아픈 이야기가 노을처럼 아름답다.
 
국경시장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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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평 할 수 없다. 그대로 좋다. 이 말이면 충분하다. 굳이 세 편만 고르라면 `국경시장` , `관념 젬`, `한 방울의 죄` 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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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탑 2015-06-29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벌레가 날아다니고 모르는 말과 모르는 냄세와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마저 낯선 이국의 땅. 기억을 팔고 나와 여기가 모르는 곳이라는 느낌만 있고 정말 모르는 곳인지 아니면 모른 척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것인지 모를 캠프의 밤. 국경시장의 밤은 왠지 더 나른해진 몸위로 흐르는 더운 기운 만큼이나 무덥고 몽롱하다.
 

읽지마세요. 거의 선전용 책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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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에대한 향기로운 보고서랄까. 다이 시지에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는 욕망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욕망이 가장 외곡된 상황, 원초적 욕망을 분출하는 것이 철저하게 통제된 환경. 그 속에서도 깨닫게 되는 인간 본연의 것. 욕망이라는 이름. 그리고 그 이름 앞에서는 언제나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우리. 
 마오 쩌퉁이 문화혁명을 일으킨 이유는 자본주의적 사유와 습관을 말살하겠다는 의도였다. 정확하게는 자본주의적 탐욕을 없애겠다는 의도였다. 마오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단순히 체제나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고, 새로운 욕망을 가진 새로운 인간형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까지 지구상에 없었던 새로운 체계를 오랫동안 지켜나가는 방법이라고 여긴다. 의복을 통일하고 노동을 신성하게 바들며 지식과 지식인을 탄압한다. 기존의 - 자본주의적인 - 문화, 예술 및 종교를 모두 버리라 한다. 그리고 그 선봉장에 아직 어린 십대가 대부분인 홍의병을 내세운다. 훗날 홍의병은 마오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걷는다. 마오는 이를 두고 죽는 날까지 후회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랄까? 홍의병은 홍의병 나름의 욕망을 만들고 만다.
 주인공 나와 뤄는 홍의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반동분자의 아들과 낙인 찍혀 재교육에 들어간 두 십대 소년이다. 이들을 그냥 우리 주변에 잘 교육되고 부모의 통제가 가능한(?) 십대라고 보면 안된다. 이들은 담배도 피우고 - 뭐 이건 똑같지만 - 섹스도 한다. (이것도 똑같은가?) 농사일을 하고 청년들로부터 공격을 받지만 보호되지 않는다. 즉 어른처럼 대접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어른이 아니다. 이 두 사실의 간격 만큼이나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 소소하게 이어진다. 이들의 욕망은 어서 빨리 이놈의 촌구석에서 벗어나는 것. 하지만 이들의 욕망은 그들이 잘 교육시킨 바느질하는 소녀에게 전이되고 발현된다. 이들은 순진한 소녀에게 발자크의 소설을 통해 욕망이란 무엇인가?를 철저하게 교육시킨다. 소녀는 시대와 상관없는 가장 원초적 욕망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또한 여자란 남자에게 언제나 무조건 - 그게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할 것 없이 - 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만든다. 이들을 버리고 소녀는 떠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발자크 때문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는 거야.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이라는걸.˝
 소설에서는 소녀 뿐만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의 욕망 또한 잘 그려내고 있다. 언제까지나 마을을 지배하고 싶은 촌장님. 아직까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마보이 `안경잡이`와 그의 어머니. 어린 소년 소녀의 성행위를 훔쳐보는 방앗간 할아버지. 바느질하는 소녀를 나와 뤄에게 뺏긴 마을 청년들의 질투. 예쁘던 못생겼던 상관 없이 예쁜 옷만 보면 환장하는 마을 부녀자들까지. 이들의 욕망은 초라하지만 원초적이다. 작가는 마치 발자크의 소설처럼 욕망에대한 보고서를 문화혁명이라는 시대속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의 바느질하는 소녀는 처음엔 정말 순수한 소녀였다. 그녀는 나와 뤄를 보고도 부끄러워 말 한마디 못하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에겐 단지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보내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느때처럼. 그렇게. 이 소녀의 마음을 뤄가 바꿔 놓으려 한다. 발자크의 소설로. 좀더 교양있고 세련된 신부감을 만들기위해. 발자크의 소설은 실제로 그녀를 바꿔 놓는다. 그녀는 소설을 듣는 날이면 차거운 물에 몸을 담그지 않으면 못 견디는 시간이 계속 된다.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환상적인 욕망들에 허덕이며 뜨겁게 끓어넘친다. 이는 뤄와의 섹스로도 풀리지 않는다. 발자크의 소설은 - 실은 매우 차갑고 비판적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 그녀에게 현실에서 주어진 것 이상의 것이 있다는 걸 알려준 것이다. 또한 그녀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녀의 육체가 얼마나 쓸모있는지도 알려준다. 결국 소녀는 떠나고 소년들은 남는다.
 이토록 소박하고 꾸임없는 마을에서, 이토록 철저하게 교육되고 폐쇄된 체제속에서 피어난 욕망은 자본주의 날 것처럼 아니 그보다 오히려 더 적나라하다. 발자크를 읽어준 뤄의 잘못일까?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발자크의 잘못일까? 혹은 낙태수술을 도와준 나의 잘못일까? 혹은 그녀의 아버지? 혹은 원시적인 욕망을 은밀하게 품고 있는 마을 사람 모두? 혹은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 어떤 사회보다 탐욕을 장려하는 자본주의가 더 인간적인 것은 아닐까?

 욕망과 욕구, 탐욕은 분명 다른 개념이지만 인간이 바라는 무언가를 대변하는 단어이다. 인간에게 욕망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향한 욕망인가는 꼭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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