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1
백수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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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딸로, 손녀로 살고 있지만, 세상에 모녀 관계만큼 애증의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무언가 엄마보다 나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의 부담도 있고, 갈수록 개방적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엄마의 뒤를 이어 좀 더 자유로워져야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서로 미워하고, 실망하고, 원망하는 것이 모녀 관계가 아닌가 싶다. 그 미묘한 관계를 백수린은 친애하는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이 소설의 화자는 아주 잘난 엄마를 두고 있다. 자신을 낳자마자 유학을 떠나기 위해 화자를 할머니 집에 맡겨 두고, 한참을 찾지 않았다. 그래서 화자는 할머니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할머니는 사실, 배우지 못한 한을 갖고 있었다. 할아버지도 집안 사정 상 꿈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엄마의 남동생은 사고로 죽어버렸다. 그 모든 기대를 떠안고 엄마는 토목공학과 교수가 되어 집안일과 육아는 나몰라라 하며 주인공에게 외로움을 안긴다.
그는 엄마의 뜻에 따라 기계공학을 전공하지만,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고 연극을 배우고 싶어한다. 방황 끝에 휴학을 하지만, 엄마는 당장 할 일이 없는 내게 할머니 집에 가서 좀 돌봐드리라면서 유배를 보낸다.




사실, 할머니는 말기 암이었으나, 그 사실을 주변에 숨기고 엄마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사정도 잘 모른 채 할머니와의 마지막 날들을 화자가 함께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할머니와 나와의 관계 뿐 아니라,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 엄마와 나와의 관계 역시 조명한다. 할머니보다 많이 배운 잘난 엄마, 그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나, 그렇지만 좀 더 자유분방하게 살 수 있는 나.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역시 딸이고 손녀이기도 했지만, 상당히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여성들과의 관계를 조명하는 백수린은 그 사이의 미묘한 느낌과 갈등, 애정 등을 잘 잡아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친애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공감을 자아내는 소설이었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누군가의 딸이거나 엄마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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