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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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를 통틀어 회사도 가게도 가지 않는 건 주인공인 나와 동생뿐. 나와 동생은 김장을 도우러 외할머니 집으로 간다. 송지현의 <김장>에서 다루는 이야기다.
1세계에서 유학을 한 적이 있는 엘리트들 사이에서, 뭣도 아닌 나는 파티 사진을 찍어주러 각종 파티 행사에 불려 다닌다.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의 줄거리다.
송지현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불과한 것들이라는 단어를 쓴다. 잉여 인간인 나와 동생. 그리고 유학 따위는 해 본 적 없는, 파티 사진을 찍어주는 나.
그들은 청춘의 한 계절을 이렇게 보낸다. 할머니 집에서 김장을 하고, 외삼촌이 남기고 간 잡지를 들추고, 동네를 산책하고, 산딸기가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또는, 종이로 대충 막아 놓은 에어컨 배관 구멍을 통해 들어오려고 하는 작은 사람 형체 같은 기이한 현상을 보면서. 배관 구멍을 하드보드지로 다시 막으면서. 그리고 그 형체가 내뱉는 나지막한 소리를 들으면서.

“….
엔 날개가 없다. ….은 추락.”
(p. 48)


그리고 한심한 파티에서 맥주를 마시고,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사진을 찍어주면서. 그는 작은 사람 형체가 중얼거리던 소리를 완성시켜 본다.

슬픔엔 날개가 없다. 인간은 추락. 아니 더 큰 단어로. 감정엔 날개가 없다. 생명은 추락. 다시 작은 단어로. 가위엔 날개가 없다. 가윗날은 추락.”
(p. 63)


주인공은 파티에서 머리 숱이 유난히 적은, 맥주와 아티스트를 싫어하는 제이를 만난다. 그러나 제이는 맥주와 아티스트가 있는 파티 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주인공이 사진을 찍어주기로 한 파티마다 말이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 문득,
나를 사로잡고 있던 문장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그 반대의 것. 아주 작은 기쁨들의 결정체라든가 하는 말이 여태까지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p. 64)


불과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며, 작가는 자신이 불과한 것들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가며 살아간다고. 그러나 그것이 새로 시작하는 방법이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게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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