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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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갈릴레오 형사 시리즈 등 추리 소설로 인기가 높지만, 그가 쓴 책 중에서도 살짝 결이 다른 책들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비밀> 등은 추리소설을 많이 쓴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향이 녹아 있으면서도 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하고 다른 추리소설들에 비해 특별히 감동적이다. <녹나무의 파수꾼> 또한 그의 이런 결을 따라 간 소설의 하나다.

주인공 레이토는 중고품 공작기계를 취급하는 회사에서 해고되고 퇴직금도 받지 못하자, 그 회사에 몰래 침입해서 작은 기계 하나를 훔칠 계획을 짠다. 못 받은 퇴직금으로 삼을 요량이기도 했지만, 악덕 기업이었던 그 회사에 앙심 또한 있었다.
그러나 레이토의 계획은 경보음에 당황한 탓에 실패로 돌아가고, 경찰에 연행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 때 묘연의 인물이 등장한다. 치후네라는 먼 친척은 레이토를 곤경에서 구해주고, 그 대신 녹나무 파수꾼이라는 알 수 없는 일을 맡긴다.
레이토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나무라는 녹나무의 파수꾼 일을 맡기로 했지만, 녹나무의 정체나 효험, 녹나무를 찾아와서 한다는 기념”, 보름에 하는 기념과 그믐에 하는 기념이 어떻게 다른지 등등을 아무 것도 모른 채 일을 시작한다.
갈 곳 없고, 가진 것 없었던 레이토는 작무를 하나 지급 받아, 녹나무가 있는 공원 내 종무소에서 생활한다. 그의 일은 경내를 청소하고, 녹나무에 낙서를 하지는 않는지 지키고, 밤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하는 기념이라는 것을 준비해준다.
레이토가 알아가는 녹나무의 신비한 능력, 뒤늦게 알게 된 치후네라는 이모님이 들려주는 레이토도 몰랐던 가정사, 녹나무에 기념하러 오던 사지 씨가 온 힘을 다해 하려고 했던 일의 정체, 치후네가 필사적으로 숨겼던 그의 개인적인 사정과 마음 등 레이토는 많은 것을 한꺼번에 탐사해간다.
여기서도 레이토의 명 추리가 전개되지만, 그 미궁이 서서히 밝혀지는 재미에, 너무나 인간적인 사연에 따른 감동이 얹어져 독자는 책장을 놓을 수 없게 된다.
기념이라는 신비한 현상의 실체가 드러나는 부분이 역시나 백미였지만, 어쩐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마무리도 압권이었다. 아주 오래된 커다한 고목인 녹나무. 그 안에 큰 구멍이 있어서 사람이 들어가 밀초를 켜 놓고 염원을 전하는 곳. 그 이미지가 이 책을 덮고도 오래 오래 내 가슴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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