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 문예단행본 도마뱀 4
허희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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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인생이 잘 풀릴 때, 어쩜 그렇게 타이밍이 딱딱 맞는지 모르겠다. 내가 했던 그 별 볼일 없었던 일이 다른 데서는 좋은 경험이 되어 안 풀리던 취업에 성공한다. 내가 준비한 그것을 마침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날 찾아준다. 이런 때는 만사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잘 되어 간다

그러나 타이밍이 안 맞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일이 꼬인다. 내가 스트레스 받은 날, 좀 맘을 풀어볼까 싶어 만난 사람도 그 날 힘들었다며 내게 화를 내댄다. 많이 준비한 시험 날, 수험 시간에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온다. 이런 날은 어째 신호등도 자꾸 걸리는 것 같고, 버스도 자꾸 내 바로 앞에서 떠나버리는 듯싶다.
문예단행본 도마뱀 네 번째 시리즈의 주제는 타이밍이다. 이 책의 제목은 원래 영국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원문의 느낌과 상당히 다른 의역이지만, 살아있는 동안 잡을 기회는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에서는 가수부터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변호사, 회계사부터 프로듀서까지. 문화예술계 및 산업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타이밍에 대해서 말한다. 오랜 병간호에 지쳐 딱 한 번 아버지에게 가보는 걸 미룬 것 때문에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그 이후 불면증에 걸린 사람. 아직 만나는 사이가 아니어서, 좋아하는 여자를 친구에게 소개해줄 수 밖에 없었던 사람. 소설가이지만 소설로도 쓰지 못할 기막힌 우연에 맞닥뜨린 사람. 직업적 기회를 기적적으로 잡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사람.
그들의 말하는 타이밍은 때로 무겁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며 기막히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인 꼭지는 이현호 시인의 글이었다. 우물쭈물 게임북으로, 프리랜서 작가의 하루를 체험해볼 수 있는 꼭지였다. 각각의 토막글을 읽고 그에 대한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하루의 일상. , 한 번 간 길은 되돌아갈 수 없다. 내 일상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그의 하루를 유사체험하는 게 아주 즐거웠다.
누구나 타이밍이라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들만큼이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될 만한 경험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그들의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의 기적적이었던 타이밍을 떠올려보는 것도 삼삼한 일이다. 잠 못 이루는 여름 밤 이야기 꽃을 피우기에 딱이리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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