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삶과 작품세계
조주희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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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읽은 건 고등학생 때 <상실의 시대>를 읽으면서였다. 그 이후 별 생각 없이 <태엽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 따위를 읽었고,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소설 안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상징 등이 상당히 기묘하고 그 의미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책을 본격적으로 모으고 많이 읽게 된 대학원 시절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그 즈음 읽었던 <1Q84>의 영향도 있었던 듯 하다. 서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섹션에 가서 적당히 제목을 보고 골라서 여러 권 사 두었다 하나씩 읽었다. 상당히 방대한 양이라 끝까지 다 하지 못하고 그만두고 말았지만, 하는 동안 상당히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도 많이 만났고 꽤나 즐거웠다. 아직도 하루키 책을 종종 빌려 읽거나 신작을 사 읽고 있으니 하루키의 전작 읽기는 느슨하지만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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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삶과 작품세계>는 일본문학 연구가 조주희가 쓴 책으로, 하루키의 인생을 연대순으로 기술하고 그의 작품 14개를 골라서 정리했다. 하루키가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는 작가이다 보니 그가 쓴 에세이나 하루키에 대한 비평, 문학상 수상 연설 등 활자화된 자료를 토대로 하루키의 인생 여정을 정리했다.
하루키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은 상당히 좋아했지만 개인으로서의 하루키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며 좋아하며 읽었던 작품의 집필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지, 일본 내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었는지, 그의 외국 살이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세계적인 작가인 하루키이지만, 일본 문단과 거리를 두었다거나, 일본에서 도피하기 위해 그리스, 로마 등지에서 집필을 하고, 미국 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집필 활동을 하며 미국에 진출했다는 것 등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비평가들 사이에 상당히 저평가되고 공격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의외였다. 그의 소설가로서의 인생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하루키라는 사람의 인생에는 꽤나 부침이 있었던 듯 하다.
하루키는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사이 일본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절실히 꺠닫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무언가 공헌하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 지하철에 사린 가스를 살포한 옴진리교 사건에 대한 인터뷰집을 두 권 써낸다. 그 이후로도 작품에 역사 의식이 묻어나는 부분들이 종종 들어간다.
책 후반부는 하루키의 작품 14개에 대한 줄거리 요약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중 이미 10권을 읽었어도, 줄거리를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 이런 이야기였지 하며 읽을 수 있었지만, 줄거리 요약보다는 작품에 대한 비평이나 분석, 혹은 저자만의 소설 리뷰나 에세이였으면 더 좋았겠지 싶다. 하지만 하루키라는 작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소장하고 싶을 만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나이대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좁아진다. 몇 살인지는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그의 문학적 열정이 뿜어내는 열기가 영원히 그의 작품 속에 살아 숨쉬기를 기대한다.
(p. 245)


책 표지의 하루키 사진은 분명 그가 만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고, 그 또한 앞으로 소설을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지 종종 생각한다고 하지만, 하루키의 독자로서 그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건재했으면 좋겠다. 그의 작품이 꼭 노벨상을 타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일본 문단에서 비판받는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하루키를 읽는 즐거움과 바꿀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아무리 하루키의 팬이라고 하더라도 다 알 수 없었을 것들을 방대한 문헌 조사로 독자들에게 소개한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 책에서 소개했으나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읽기로 했다. 이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나의 하루키 읽기에 다시 한 번 가열차게 불을 붙여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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