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리커버 에디션) - 까칠한 글쟁이의 달콤쌉싸름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1
빌 브라이슨 지음, 김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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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사진이 곁들여지고 감성적인 글이 가득한 여행에세이도 좋아하고, 여행한 지방의 사회 문화적 맥락까지 소개하는 글도 즐긴다. 때로는 사진이 주가 되는 에세이도 읽는 것에 푹 빠지기도 하고, 한 지역에 장기 체류하며 겪은 일들을 쓴 글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의 에세이에 시종일관 흐르는 유머와 시니컬함이 특징이었다. 이 여행기는 미국에서 태어난 빌 브라이슨이 영국에서 장기간 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영국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내용이다. 영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때를 회상하기도 하고, 문화적 유산을 잘 보존하지 않는 영국의 행태에 일침을 날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빌 브라이슨이 영국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애정과 지식을 유머와 시니컬함으로 풀어내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빌 브라이슨은 돌아보는 지역마다 아낌없이 그 지역에 대한 평을 했다. 문화 유산을 잘 보존하거나, 기존의 문화 유산과 조화로워 보이게 개발한 지역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웠던 것들을 파괴하고 못생긴 건물들이 잔뜩 들어선 도시에는 마구 혹평을 날린다. 그가 영국의 옛것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의 각 지역마다 그의 추억도 가득했다. 아내를 처음 만났던 지역을 여행하며, 그 지역 요양원에서 일하다 동료였던 아내와 결혼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변한 모습의 요양원을 찾아 보며 추억을 더듬고, 장모님 집에 찾아가 하루를 묵는다. 기자로 일하던 지역을 찾아가, 당시의 한가로웠던 직장 생활, 직원이 하도 많아 별로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던 사람들을 회상한다.
여행이 항상 쾌적했던 것은 아니다. 도보 여행을 하다가 비를 만나 힘겹게 여행을 이어기가도 하고, 식사를 하고 돌아온 숙소에 문이 잠겨 있어서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랑하는 영국에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한 이 여행을 해야만 했다.

전에도 말했고 앞으로도 다시 말할 이야기지만 나는 영국이 좋다. 말로 다 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 드디어 나는 목초지 입구에서 등을 돌리고 자동차로 올라탔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확신하면서.
(p. 447)


빌 브라이슨의 유머에 웃기도 하고, 묘사하는 경치를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함께 영국 일주를 마쳤다. 1995년의 여행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언젠가 빌 브라이슨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 않는 영국에 나도 가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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