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집을 찾습니다 - 142명의 만남 168일의 여행
박도영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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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여행에세이를 즐겨 읽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에 콕 틀어박힐수록 더 여행 이야기가 읽고 싶어졌다. 나는 가지 못하는 그 곳을 누비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대리만족하며, 방 안에서 뒹구는 기분이 꽤나 삼삼하기 때문이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 박도영은 누구나 원할 법한,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을 포기했다. 카우치서핑이라는, 마음이 맞는 사람에게 숙소를 제공하며 친분을 쌓는 플랫폼을 이용하며 여행을 했다. 여행 중반부터는 히치하이킹도 시도했다. 숙박과 이동을 해결하기도 했지만 그가 얻은 것은 아낀 숙박비와 교통비뿐 만 아니었다. 더 큰 것은 이 불신이 만연한 세상에, 그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굳은 믿음이었다. 안락함과 편안함과 바꾼 것 치고는 낭만적이지 않은가.

나라면 못했을 일을 누군가 나에게 해 주었을 때, ‘나는 못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고집스런 벽에는 크건 작건 생채기가 생긴다.
(p. 59)


그는 매일 밤마다 만난 사람들에게서 더 넓은 세상을 보았다. 그들과의 대화로 인도주의자부터 나체주의자까지 다양한 가치관을 접했다. 168일의 여정이 당장 오늘 밤 잘 곳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럽고, 히치하이킹을 하다 경찰차에 올라타서 히치하이킹 하기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어야 할 정도로 고생스러운 나날들이 많았지만 그 와중에 세상에 싹트는 신뢰와 우정이 돋보였다.

우린 너를 사랑해.”
떠나는 나를 붙잡는 말이 아니었다. 잊고 가는 물건을 쥐어주듯, 떠나는 내가 간직하라며 건네는 말이었다.
(p. 122)


세상은 그렇게 영화처럼 이상적인 곳을 아니어서 가진 것을 잃는 큰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 위기를 넘기는 비결 역시 사람이었다. 그의 각종 사건 사고와 갖은 고생 이야기에도 즐겁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여행 중 붓펜으로 꾹꾹 눌러 적었던 142명의 이름이 이 여행의 의의였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껏 읽은 수많은 여행에세이 중 가장 독특한 에세이였다. 그의 젊음의 기록이 고생스러운 만큼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에세이였다.

어쩌면 나를 태우는 것이 그들에게는 당신들의 추억을 주워보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떠나는 설렘을 안고 줄 서 있던 그 오래된 시간들은 이제 부부의 얼굴 위 자잘한 굴곡들로 남아있다. 하지만 나로 인해, 세월의 먼지 아래 희미해지던 추억이랄 것들이 잠시나마 그들의 마음속에 번졌기를. 그렇게 나의 동행이 그들의 애틋한 젊음을 꺼내어 보는 일이었기를 바랐다.
(p.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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