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 이근아 그림 충전 에세이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턴가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가 되었다. 아무리 우울한 날이더라도 관찰하고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것은 할 수 있었고, 한참을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나면 나는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림을 보는 것은 여전히 힘들었다. 아무리 유명하다는 그림을 봐도 어떤 감흥도 느낄 수 없는 데 은근한 열등감이 느껴졌다.
이근아의 그림 충전 에세이는 전문으로 그림 관련 일을 한 저자의 인생 이야기와 그림 이야기가 어우러진 책이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큐레이터학 석사 과정을 졸업하여 전문 그림 세계에서 일을 했으나 성격이 맞지 않아 좌절하고 상처 받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이의 엄마로서 육아를 하며 겪은 어려움 역시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이런 인생 이야기 사이 사이에 힘든 시기에 감동받았던 그림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담겨 있다
.
그 그림들이 고흐나 세잔 같은 유명한 화가의 그림은 아닐지라도, 이근아의 차분한 설명을 읽다 보면 그림을 다르게 보게 되고, 왜 이근아가 그 시기에 그 그림에 빠졌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독이 든 우물 옆에 앉아 물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그 우물의 물을 떠 갈수도 없고 안 떠갈 수도 없는 소녀의 고민이 담긴 그림을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읽는다
.
아이가 배탈이 나자 시월드에서 너 뭐 먹였니?”라는 차가운 말을 듣고 상처를 입었으나 자신 역시 초등학생 아들이 수학 문제를 풀면서 한 가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돌대가리 아냐?”라는 말로 아들에게 상처를 입힌 날 이근아는 이 그림을 떠올린다
.

가까운 사람에게 차가운 말을 들은 날은 독이 든 우물 앞에 앉아 물을 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그림 속 소녀가 된다. 독이 든 우물은 미움이 가득한 우물이다.
(p. 195)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무언가가 마음에 들어올 때가 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것이 그림이 될 날을 기다리며 이 책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