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보아도 처음인 것처럼 - 나는 너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최복현 지음 / 스타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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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소설을 주로 접해서인지 나는 시집을 잘 읽지 못한다. 한 번 읽어보려고 노력해봐도 짧게 의미가 함축된 시어들을 읽다 보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 질리곤 한다.
그런 내게도 읽을 수 있는 시가 있다. 도종환, 칼릴지브란, 나태주 같은 시인의 시라면 읽을 수 있다. 난해하지 않고 쉽게 쓰여진 시들이기 때문이다. 이 시집도 그런 시들과 비슷하게 쉬운 시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술술 읽히는 시였다. 그리고 아주 아름다운 단어들과 예쁜 시어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었다
.
,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진 챕터에서는 계절 별 사랑의 모습이 드러난다. 보고픈 마음이 묻어나는 오월의 비, 눈송이마다 맺히는 겨울의 그리움 등 지나가는 계절에 녹아 있는 사랑의 감정이 한 권의 책 안에 오롯이 있다
.
예쁜 시어들의 향연에 특별히 마음에 드는 시에 표시를 해가며 읽었다. 이를테면 이런 시구가 참 마음에 와 닿았다
.

언제가 끝인지도 모르면서
아주 오래 살 것처럼 우리는 너무
모든 것을 미루어 놓고 산다.
가질 수 있는 것도 미루고

할 수 있는 것도 미루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미루어 두었다가
그대로 떠나가는 세월 닮은 우리들
(p. 200)


일에 치여 가족과의 일을, 친구들과의 모임을, 사랑하는 이와의 해후를 뒤로 미루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알량한 월급을 받겠다고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저버린다면 생의 마지막에 눈을 감을 때 분명 후회할 것이다.

당신은 참 예뻐
뭐가 예뻐 머리가 세기 시작하는데

사랑은 조건법이 아니라
사랑은 양보법이니까

당신은 참 멋져
뭐가 멋져 힘도 없는데

사랑은 어떤 상황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니까
사랑은 늙지 않아
(p. 184)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젊은 연인들보다는 두 손 꼭 잡은 다정해 보이는 노부부가 참 로맨틱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도 마음에 들어왔다. 젊은 날의 불타는 사랑보다는 어쩌면 이런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도 모른다.

퇴색되어가는 풀밭에 누워
억새 이삭 새로 보이는 별님이
너무 고와 울었던 날은 엊그제였지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아스라이 매달려
파르르 떠는 나뭇잎이
너무 애련해 울어버린 날은 어제였지요

작고 귀여운 소녀의
두 뺨에 흐르는 맑은 이슬에
울어버린 날은 오늘입니다.
(p. 193)


이런 아름답고 예쁜 시어들이 책 한 가득 이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마음을 흔드는 시어들이다.
살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고, 살면서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 살포시 내려 앉는 시집일 것이다. 누구나 이 책 안에서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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