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는 로봇이다 - 안온 미니픽션,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들
강성은 외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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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는로봇이다 #안온북스



📎”뜬 거야 마음이. 확 떴어. 떠날 때다. 알지? 더 멀리 가려면 버려야 하는 거.”
계획되지 않은 마음이란 부유하는 마음이구나. (스위밍)

📎그냥 되는 대로 어떻게든 살다 보면 편히 쉴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 보장되는 삶. 그런 삶을 바라는 게, 언제부터 불가능한 꿈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헨젤과 그레텔의 거처)


읽다가 괜시리 가슴이 울렁울렁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도 있었고, 다읽고나서 마음이 싱숭생숭한 이야기도 있었다. 결말에 이르러서 내 편협한 생각을 다시금 반성하게 만든 이야기도 있었고, 작가의말까지 다 읽고나서 갑자기 목구멍이 턱 하고 메이는 이야기도 있었다.

논바이너리 바리의 어떤 가능성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수영의 멋진 스위밍, 두장쯤 읽고 갑자기 결말이 기대되어 목이 메어 버렸던 탑안의 여자들과 사실 나도 휴지통에 손톱을 버릴때마다 내심 기대했던 모모A의 탄생, 잘모르는 동화였는데 내겐 이 작품이 원작으로 기억될 엘제의 이야기까지 마음에 쏙들었다.
사실 내가 이번 서평단을 지원했던 이유는 배예람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였는데, 기대를 배반하지 않은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 정말 좋았다. 스타이즈본의 오싹한 묘사들을 읽으며 전개가 좋아서 울고 그 아비규환이 상상되어 울고 난리법석이었는데, 이번 이야기도 스위트홈의 이면을 보며 손끝이 짜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김헨젤씨의 마지막 말, 알겠는데 하 너무 슬프다 진짜…정말 우리 다시는 간절해지지 말자.
유쾌한 아랑규수의 이야기 읽으면서 한껏 미소짓다가 작가의말 보고 또 울컥하고, 마지막 이야기의 어둠속 횃불든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괜시리 닦아내듯 두눈을 비비면서 책장을 덮었다.

여덟개의 오래된 이야기들을 변주한 이 앤솔로지를 읽으며 왠지 정말 새해를 맞이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새해에는 낡은 이야기를 벗고 새로운 이야기를 입어야지. 조금늦었지만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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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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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련된 책을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책머리의 나에게 빛이 되어준 세상 모든 이야기의 힘이라는 말처럼, 살다보면 불현듯 나에게 다가오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다. 책을 읽는내내 그런 이야기들이 떠올라 즐거웠다.

이 책은 매체를 막론하고 나와 함께했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 아는 이야기도 모르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감정은 전부 다 알 것 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영화도 음악도 모두 나에게 다가오는 이야기이자 문학이니까.

처음 겪는 친지의 상실이 낯설어 어쩔줄 몰랐을때 라우더댄밤즈를 보며 펑펑 울었던 어떤 날과 네버랜드를 찾아서를 보고 아 내가 정말 자라버렸구나 깨달아버렸던 내 유년의 마지막 날, 모든게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던날엔 이소라와 김사월의 노래를 들으며 침잠하던 시간들.

책을 읽는 내내, 작가는 수많은 문학은 oo다, 의 변주를 말해주는데, 개인적으론 4부-내안의 외계어를 지키는 일이 가장 좋았다. 한때 정말 사랑했지만 지금은 차마 사랑했다고 말할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그들을 기꺼이 다시쓰기했던 용기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작년이었나 배우 데이비드테넌트 때문에 별기대감없이 봤었던 드라마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며 그런의미에서 정말 좋았는데, 한편으론 포그부인과 파스파르투양의 세계일주는 어땠을지 궁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따듯하고 포근한 연말을 마무리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후배가 준 주전부리와 함께 따라가며 순식간에 읽어낸 책한권은 마치 손난로라도 삼킨듯 가슴이 뜨뜻해지는 기분이었다.
Adieu 2022👋


*
한겨레출판의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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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2.겨울호 - 76호
장우석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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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겨울호다!
무나씨의 표지부터 심상치않았는데, 내껍데기와 알맹이를 전부 들여다보는 거대한 타인들을 보며 표지속 나의 두려움을 함께 느끼는 기분이었다. 이번호가 그런 내용인가, 괜시리 기대감이 올라갔다.

이번 특집은 미스터리 속의 수학이었는데, 먼옛날 수능이후 내머릿속에서 수학은 사칙연산을 제외하고 전부 소거해버린 사람으로서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였다. 열심히 따라 읽다가 결국 독자퀴즈를 보는순간 엉엉울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
맨날 추리극을 볼때 트릭은 반의반도 겨우 맞추면서 즐겨보던 가락으로 범인만 때려맞추는 멍청이에게는 너무 버거운 논리야놀자였다..😅


펴낸이의 말에서부터 한껏 기대치를 끌어올린 신인상 수상작인 검은 눈물은 기대만큼이나 꽤 재밌었다. 물론 재밌다고 하기엔 무거운 소재를 다루었고, 아웃사이더 nn년의 길을 걸어오는 나의 트리거를 자극하기도 하는 내용이었는데 중편의 제법 긴 분량임에도 끝까지 이야기를 밀고가는 묵직한 전개와 흡입력이 좋았다. 물론 결말도 좋았다. 100% 좋은건 아니었지만 할머니의 뒷모습과 은우의 말이 왠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앞으로 만날 작가의 다른 글이 기대된다.

이젠 익숙해져 괜히 반가운 좌승주 형사의 이번 수사도 재밌게 읽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어떤 사건을 연상케하는 이번 이야기를 읽으며, 같이 분노하고 걱정하다 탄식하게 되었다. 예상했지만 예상치못한 치정극의 결말을 보며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이번호의 장강명 작가의 인터뷰도 좋았는데 아직 재수사를 사놓고 못/안읽은 사람으로 약간 흐린눈을 하며 읽긴했다..아 인터뷰 좀 까먹은다음에 책읽어야겠다😂

몇번 여기저기 쓴거같은데 나는 일본문학을 여간 잘안읽고 진짜진짜 알못이라 사실 이번 미스터리는 무엇인가와 시론은 ‘맞아 이거였어!’하며 공감하며 즐거워하기보단 약간 영업당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거군요? 하하하.. 언젠가는 읽겠지, 히가시노 게이고….(책은 한권도 안읽고 영화만 본사람🙋‍♀️)

반면 이번호의 이야기의 힘은 아니 내가 요즘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읽는걸 어떻게 알고 쓰셨는지 읽는내내 신이났다. 강을따라 오르내리는 두 인물을 비교하는 글을 읽으며 추리소설이 나아갈 소명을 기대해보기도 하고, 프랑켄슈타인과 이시구로에 대해 쓴다는 다음글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기분이었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올한해 나비클럽의 계간미스터리 서포터즈로 계간미스터리의 20주년을 함께 하게되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호를 꼬박 읽으며 지금껏 크게 관심을 가지지않았던 한국의 추리미스터리스릴러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고 생각해보게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국추미스알못이었던 저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준 나비클럽 출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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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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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것도 아닌데 참 가혹하게만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우왕좌왕하며 눈가린 경주마처럼 일단 빠르게 뛰면 뭐든 선택할수 있고, 전전긍긍하던 무언가가 해결되어 있겠지 생각하던 순진한 시기였기도 하다. 호주, 유학생, 이민자, 십대. 나와 연관될만한거라곤 어떤 시절을 나또한 견뎌내었다는것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심정을 알것같고, 응원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엄마의 재혼으로 갑자기 호주유학을 오게된 우등생 해솔과 이민자 1.5세대로 가족의 기대아래 의사가 되어야만 하는 클로이, 호주에서 태어나 불체자 부모와 사는 한없이 엇나가기만 하는 엘리. 그들의 공통점은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한국 출신, 한국출신의 부모를 가졌다는것 뿐이지만 각기 다른 고민을 품고, 서로에게 갖는 여러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보며 나의 과거를 반추해보기도 했다.


📎”그래, 너 저렇게 안 살게 하려고 여기 이민 온거야. 성공했네, 딸이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게 큰 걸 보면.”
클로이가 입을 꾹 다물고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엄마는 계속해서 비아냥댔다. 엄마가 하려는 말이 뭔지는 명확했지만 클로이는 끝까지 모른 척할 생각이었다.

📎근데 이제는 좋아하니? 너보다 수학을 잘 못해서?

📎남은 선택지가 없어. 생각해 보면 클로이에게는 늘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매일 혼자 있었다. 그런데도 엄마와 아빠는 모든 게 엘리 때문이라고 했다. 엘리 때문에 집에 들어올 시간도 없이 힘들게 일을 하는 거라고.

📎”아니, 죽으려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죽고 싶었던 적은 많지만.”


책을 다읽고나서 가슴이 먹먹했다. 엉망진창으로 끝난 학기 이후, 모두가 흩어지고 떠나는 결말에서 그들이 언젠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대학생 클로이의 단편을 쓰셨다는 말에 얼른 찾아 읽었다. 아 더읽고싶어요…작가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에게는 호인이 아니라는걸 깨닫는 순간이 있다. 나의 무지와 보답받지 못하는 선행이 부끄럽기도 화가날때도 있다. 젊은작가상 때도 느꼈지만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내가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 구질구질해서 그냥 입닫고 꾹눌러앉혔던 어떤 앙금같은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는 기분이다. 너무 좋은 글이었다. 중고생 필수권장도서를 쓴다는 마음으로 집필하셨다는 말처럼 어린 친구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었다.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5기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고 읽어 제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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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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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진짜진짜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읽는내내 계속 페이지를 접어대다가 리뷰를 쓰기전에 다시 접은 페이지만 펴서 읽었더니 거의 책을 다시 읽는 수준… 정말정말 좋았다.

한해의 마지막은 항상 우리를 들뜨게 만든다. 정작 나의 크리스마스는 대개 고요하지만 그냥 그 설렘과 따스한 열기가 좋다.
작가님의 말마따나 먹고 사랑하고 노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년을 닫는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어서야 잠시 전할 수 있는 작지만 결코 의미는 작지 않을 서로의 진심. 정말 좋았다. 일곱 편의 소설속 마냥 행복한 연말은 아닌 그들을 보면서도 마음 한켠은 따듯해지는 기분이었다.

🎄
📎”나는 언젠가부터 그냥 호두처럼 살기로 했던 것 같아. 그래도 살다보면 가시박 줄기들이 엉겨서 큰맘 먹고 매번 잘라내야 해. 그래야 산다.”(236p)
📎”이상하지. 당신 개 좀 보자고 해서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 내 얘기를 듣게 돼. 나라는 인간이 분명해져.”(249p)

당신개좀안아봐도될까요를 읽으며 세미의 마음을 생각했다. 사비와 키위가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반올림하면 십년인데도, 아직도 가끔 늦은밤 귀가할때면 신나게 쳇바퀴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을때가 있다. 고슴도치도 tv소리 없는 조용한밤 복도를 걸으면 토독토독하는 하찮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데, 늦게까지 깨어있는 밤이면 종종 케이지를 탈출해 내방으로 오던 녀석들이 그립다. 이럴줄 알았으면 사진이나 많이 찍어둘걸 그랬다. 내기억속엔 아직도 전기담요속에서 녹은 치즈같이 퍼져있던 녀석들이 눈에 선한데.

오래 아팠던 사비와 기색도 없이 홀연히 무지개다리를 건넌 키위 모두 고슴도치 치고는 제법 오래살았다 했지만, 초등학교 입학도 못했는데 뭐가 호상이야. 나도 세미의 엄마처럼 그렇게 생각했다. 시애처럼 나도 내가 너무 미웠고, 시애가 세미에게 건넨 설기처럼 살라는 위로에 괜시리 내안의 응어리까지 풀리는듯했다.

🎄
📎그렇게 해서 정말 어떠한지를 곰곰이 따져보는 이 밤은 어떤 용서도 구원도 ‘수거’도 필요하지 않은 그저 흔한 은하의 크리스마스였다.(64p)

암투병후 고독을 곱씹던 은하가 크리스마스 밤 조카와 안부를 주고받는 어느 따듯한 성탄절 밤과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말라던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는 한가을의 나이트 오프날 크리스마스 아침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당신개…다음으로 정말 좋았던 월계동옥주 를 읽으며 내안의 어떤 호수를 떠올리기도 했다.

📎베이징에 돌아온 뒤로도 옥주의 날들은 그리 평안하지는 않았다. 자기 자신이 완전히 볼품없는 인간이 된 듯해 좌절했고 사람들과는 늘 가까워졌다 멀어지며 오해를 쌓아갔다. 그래도 그해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 흔하디흔한 사람으로.(136p)

하바나눈사람클럽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이어질 진희와 찬성의 재회를 상상해보기도, 막내작가 소봄처럼 여덟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크게 울음을 터트리는 내 술꾼 친구도 생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연작의 시작이자 끝인 크리스마스에는을 읽으며 우리가 서로 맞닿아 이루는 패치워크의 무늬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작은 궁금증이 들었다.

🎄
아마 난 이번 크리스마스 아침에 짜증을 낼것이다. 전날 친구를 만나고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 겨우 잠들고 출근을 위해 일어난 어스름한 새벽부터 짜증과 졸음이 덕지덕지 묻어있을테고, 나는 일하고 있는데 누구는 왜 신나게 놀고있는거야 원망스러워 하다가, 그래도 역시 남들 노는날에 느긋하게 일하는게 낫지하며 수긍하고 근무하다가, 신난다 크리스마스 저녁이다! 하며 즐겁게 퇴근하겠지. 올한해도 이렇게 짜증과 즐거움과 무료한 순간순간이 모여 이렇게 지나간다. 이번 크리스마스 저녁에는 이 책을 들고 어느 한적한 카페로 기어들어가야지, 그리고 내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모두다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라고 축복해야겠다. 왠지 크리스마스는 그러고싶은 날이니까.


스위치창비의 가제본이벤트로 책을 제공받고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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