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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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것도 아닌데 참 가혹하게만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우왕좌왕하며 눈가린 경주마처럼 일단 빠르게 뛰면 뭐든 선택할수 있고, 전전긍긍하던 무언가가 해결되어 있겠지 생각하던 순진한 시기였기도 하다. 호주, 유학생, 이민자, 십대. 나와 연관될만한거라곤 어떤 시절을 나또한 견뎌내었다는것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심정을 알것같고, 응원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엄마의 재혼으로 갑자기 호주유학을 오게된 우등생 해솔과 이민자 1.5세대로 가족의 기대아래 의사가 되어야만 하는 클로이, 호주에서 태어나 불체자 부모와 사는 한없이 엇나가기만 하는 엘리. 그들의 공통점은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한국 출신, 한국출신의 부모를 가졌다는것 뿐이지만 각기 다른 고민을 품고, 서로에게 갖는 여러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보며 나의 과거를 반추해보기도 했다.


📎”그래, 너 저렇게 안 살게 하려고 여기 이민 온거야. 성공했네, 딸이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게 큰 걸 보면.”
클로이가 입을 꾹 다물고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엄마는 계속해서 비아냥댔다. 엄마가 하려는 말이 뭔지는 명확했지만 클로이는 끝까지 모른 척할 생각이었다.

📎근데 이제는 좋아하니? 너보다 수학을 잘 못해서?

📎남은 선택지가 없어. 생각해 보면 클로이에게는 늘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매일 혼자 있었다. 그런데도 엄마와 아빠는 모든 게 엘리 때문이라고 했다. 엘리 때문에 집에 들어올 시간도 없이 힘들게 일을 하는 거라고.

📎”아니, 죽으려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죽고 싶었던 적은 많지만.”


책을 다읽고나서 가슴이 먹먹했다. 엉망진창으로 끝난 학기 이후, 모두가 흩어지고 떠나는 결말에서 그들이 언젠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대학생 클로이의 단편을 쓰셨다는 말에 얼른 찾아 읽었다. 아 더읽고싶어요…작가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에게는 호인이 아니라는걸 깨닫는 순간이 있다. 나의 무지와 보답받지 못하는 선행이 부끄럽기도 화가날때도 있다. 젊은작가상 때도 느꼈지만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내가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 구질구질해서 그냥 입닫고 꾹눌러앉혔던 어떤 앙금같은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는 기분이다. 너무 좋은 글이었다. 중고생 필수권장도서를 쓴다는 마음으로 집필하셨다는 말처럼 어린 친구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었다.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5기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고 읽어 제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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