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21권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일단 '보광 레스토랑'이 있었던 성찬의 아파트가 재개발로 인해 철거된다. 그로인해 성찬은 물론, 보광 레스토랑의 멤버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알고보니 실제 모델이 되었던 아파트는 작품 연재 당시 이미 철거가 되었다고 한다. 작품의 균형감을 위해 작품 안에서 계속 남겨두었다가, 21권부터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과감히 퇴출을 시켰다는 것이다. 비록 사는 곳은 흩어졌을지라도 보광 레스토랑 멤버들은 그대로 등장할 줄 알았는데, 새로운 조연들이 나온다는 걸 보니 등장인물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익숙했던 인물들과의 이별이 아쉽기도 하지만,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 갈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두번째 가슴 아픈 이야기는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다. 사고가 났을때 대학생이었던 나도 자원봉사에 동참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봉사로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가 되었으나, 완전히 회복하려면 몇십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 큰 사고를 너무도 오랫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우리의 바다는, 아픈 기억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뒤로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호떡 이야기다. 호떡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은 물론이고, 평소엔 자세히 알기 힘든 노숙인들의 생활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숙자들 대부분은 사회에 대한 악감정이 없고, 하루하루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란다. 따뜻한 시선으로 봐달라는 대목을 읽고 나니 노숙자에 대한 나의 시선도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 같다. 어쨌든 이것 저것 다 떠나서, 호떡은 정말로 맛있는 음식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호떡의 계절 겨울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 p.128 |
| ○사람들은 잘 몰라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사라졌을 때의 심정을…. 늪에 빠졌을 때보다 더 끈적끈적하게 천천히 아래로 깊숙이 빠지는데도 헤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고 싶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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