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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색깔을 묻는다 -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청춘들에게
손석춘 지음 / 우리교육 / 2010년 4월
평점 :
민주주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당신은 민주주의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우리에게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그리 어렵고 생소한 용어는 아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사회교과, ‘정치’분야에서 제일 처음으로 민주주의라는 용어와 개념을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배웠는지는 기억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 온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매우 친숙한 용어일 것이다.
하지만 ‘친숙하다’라는 느낌과 ‘앎’이라는 지식은 그렇게 큰 연관이 있진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민주주의가 올바른 정치체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민주주의에 대해 물어보면 저마다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민주주의와 친숙하고 가깝게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민주주의가 어떻게 우리 삶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고 우리의 인생을 규정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과 고민을 해보지 않고 살아가는 듯하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도 쉽게 생각했던, 아니 ‘당연하게’ 생각했던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것이 우리의 삶과 인생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민주주의가 나와는 동떨어진 정치인의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민주주의를 단지 투표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 혹은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이 책을 권하고 싶다.
故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 되었을 때, ‘반세기만의 역사적 정권교체’라는 감격과 환희가 전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당시 아무 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이었던 나조차도, 부모님과 함께 밤늦게까지 선거개표 방송을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로부터 故 노무현 대통령까지의 10년을 우리는 흔히 ‘민주정부’라고 부른다. 혹자는 그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도 부른다. 누가 어떻게 표현하든, 그 10년 동안은 움츠러들었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드디어 꽃을 피웠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비록 완벽하게 아름다운 꽃은 아니었더라도, 적어도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꽃이 필수 있도록 흙을 갈고,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준 고마운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그 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처절히 시들어버렸다.
민주주의는 공기와 같다. 있을 때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서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다가도, 없어지면 우리의 생명과도 같을 만큼 소중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민주정부’에 들어와서야 그나마 누릴 수 있었던 민주주의적 권리와 가치들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다시 철저히 자본과 권력의 손에 넘어가버렸다. 민주주의의 여러 ‘빛깔’들이 조금씩 제 색을 찾아 빛을 발하려고 하다가 결국 다시 흑과 백의 색깔들로 덧칠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미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직접 만들어왔던 국민들의 의식은 높아져 있었다. 2008년, ‘국민주권’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던 수백만의 촛불들은 우리 안에 아직 빛을 잃지 않고 있는 ‘민주주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였다.
‘민주주의’, ‘색깔’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깔이 무엇일까. ‘빨간색’이 떠오르면서 무수한 이념논쟁과 색깔공세가 펼쳐지는 모습이 생각나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 색깔을 묻는다’라는 다소 선동적(?)인 책 제목을 가지고서, 민주주의의 ‘색깔’이 아닌 ‘빛깔’을 묻고 있다. ‘색깔’과 ‘빛깔’이 국어사전에서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는 던져두고라도, 단어에서 느껴지는 어감의 차이는 분명 이해가 될 것이다. 서평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책 제목이 ‘민주주의 빛깔을 묻는다’였다면 이 책을 읽어보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민주주의’를, ‘인생, 싸움, 대화, 정치, 경제, 주권, 사랑’이라는 7가지 빛깔로 표현하며 민주주의와 우리 삶의 연관성을 뿌리 깊게 밝혀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삶을 규정짓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자기계발’의 ‘제1과 제1장’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게 느껴진 이 책의 장점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삶에 연관되는지를 교육, 노동, 언론,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민주주의를 단지 ‘정치체제’정도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민주주의가 ‘경제’도 될 수 있고 ‘역사’도 될 수 있으며 때론 ‘싸움’이었다가 ‘대화’이기도 하며 ‘주권’그 자체인 동시에 ‘사랑’을 얘기하는 우리의 ‘인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많은 충격을 받을 지도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민주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과,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성립되기 전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인생은 어떻게 달랐는지 깊이 성찰해 보면서 민주주의는 결국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첫 번째 빛깔을 드러낸다. 그러한 민주주의를 얻는 과정은 ‘싸움’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며, 상대방의 입을 막아버리는 흑백논리가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토론과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빛깔이라 표현한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법으로 실현되므로 ‘정치’이며, 민주주의가 말 그대로 '민중의 자기 통치'라면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사회에서는 마땅히 민중이 잘 살아야 하므로 민주주의는 ‘경제’여야 옳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그 시작에서부터 국가의 최고 결정권인 주권을 국민에게 주는 것이므로 민주주의는 ‘주권’이며 그러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노동하고 연대하는 것은 ‘사랑’으로 표현된다.
민주주의는 아무리 줄여도 이 7가지의 빛깔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무지개인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민주주의’와 ‘색깔’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색깔이 단지 ‘빨간색’이거나, ‘흑과 백’이 아니라 일곱 빛깔로 저마다 화려하게 빛을 내는 아름다운 무지개색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일관되게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진보’와 ‘보수’의 논쟁을 떠난 민주주의는 본래 이토록 많은 빛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면서도 주요 독자층을 10대로 놓고 쓴 글인 만큼, 아주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쓰여져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야기를 끌어오면서, 자연스레 사회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돌아보게 만들었다. ‘민주주의’에 대해 성찰하는 것만큼 폭넓게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고민이 또 있을까.
그렇게 다양한 분야를 통해 민주주의를 이야기 한 책이기에, 이 책은 마치 ‘진보’에 대한 입문서 같다. 교육, 언론, 노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진보’적 관점이 잘 드러난 글이 쓰여 있어,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이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여는 글에서 밝힌 ‘자신의 색깔을 보수라고 자처하고, 저자를 진보로 규정하여 이 책을 외면할 생각이라면 더더욱 정독해 주기를 제안한다’라는 저자의 바람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보수’층 독자가 읽었을 때 불편하지 않게 아우를 수 있을 정도로 중립적인 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개인적 평가다. 물론, 책이 꼭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의 바람에 관한 평가일 뿐이다.
한 가지 더 사족을 붙이자면, 이 글에서는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순우리말이 많이 나온다. 살짝만 꼽아보아도 ‘톱아보다’, ‘고갱이’, ‘곰비임비’, ‘명토박다’, ‘살천스레’, ‘밑절미’, ‘골골샅샅’, ‘지며리’, ‘어금지금’, ‘두남두다’, ‘생게망게’ 등 다양한 표현이 나온다. 물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쓰려는 저자의 노력은 인정하며, 대부분 뜻을 몰라도 문맥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정도의 말들이다. 하지만 이런 단어를 사용할 때에는 주석을 달아주는 등의 조그만 노력도 더해 주었다면 읽기에 조금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전도 아닌 책을 읽는데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읽기는 좀 부담스럽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아는 것이 자기계발의 ‘제1과 제1장’이라는 저자의 충고를 곱씹어 보면서 서평을 마치려 한다. 시중에 쏟아지는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자기계발’이라는 것이, 잘못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개인의 불성실과 노력부족으로 돌리는 ‘개인적․체념적 자기계발’이라고 한다면,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자기계발이야 말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고 함께 바꿔나가는 사랑과 연대의 시작인 ‘사회적․생산적 자기계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바로 지금, 우리의 인생인 민주주의가 여러 빛깔로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7가지 습관들을 다짐하는 자기계발의 제1과 제1장을 시작하자.
1. 민주주의가 자신의 인생이라는 진실에 눈떠라.
2. 사람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사람이나 세력과는 싸워라.
3. 신문, 방송의 틀을 벗어나 대화하고 토론하라.
4. 직업 정치인이 정치를 독점하도록 방관하지 말라
5. 생계 차원을 넘어 창조적 경제생활을 하라.
6. 단 한 번인 자신의 인생을 주권자로 살아가라.
7. 다른 사람의 삶을 존중하며 사랑하고 연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