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커다랗고 까만 눈으로 말끄러미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신도 깜짝 놀랄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모모는 그렇게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그들의 말을 온 마음으로 들어주는 사람, 말하다 보면 저절로 분별이 생기고,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기분까지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견딜 수 없어하는 것, 그것은 정적이었다. 사방이 고요하면, 그들은 자기네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고, 그러면 밀물처럼 불안이 밀려왔다. 그래서 그들은 정적이 찾아들 것 같은 기미만 보이면 요란하게 소란을 떨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전에는 모모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모모가 그네들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었거든. 내 말을 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만, 그 사람들은 모모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던 거야. 하지만 이젠 그러고 싶어 하지 않아. 또 전에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기쁜 마음으로 날 찾아오곤 했단다. 그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 자신을 잊었던 거야. 하지만, 지금은 이것 역시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아해.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없어.

 

죽음이 뭐라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게다.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아무도 사람들의 인생을 훔칠 수 없지.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건 꿈이 이루어지는 거야. 나는 더 이상 꿈꿀게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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