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가 매우 특이한 이 소설은, 꽤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11년 제9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인데,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이후 처음으로 심사위원 전원이 대상으로 지목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것 치곤, 일단 표지 디자인이 별로라 사실 기대감은 별로 높지 않았다. 현실의 경계가 지워지는 감각은 영화 '인셉션'보다 우위에 있다고 하는 소개 글을 읽었기 때문인지, 책장을 넘기는 내내 자꾸 '인셉션'이 떠올랐다.
기대만큼 대단하진 않지만, 긴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혼수 상태에 빠진 사람과 소통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인 '센싱'을 통해 남동생이 자살을 시도한 이유를 찾아간다는 설정인데, 그런만큼 전체적 분위기가 몽환적이고 경계는 불분명하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나는 바짝 긴장을 한다. 언제 어디서 현실과 가상이 뒤섞여 이야기가 흐뜨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이야기는 약간 공포스럽기도 하다. '옮긴이의 말'에서 지적했듯, '범인 찾기의 미스터리와는 다른 긴장감과 불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정신의 바닥이 흔들리는 주인공을 대신해 최대한 집중해서 현실과 가상을 분리하며 읽으려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그저 여운이었다. '의심'이라는 이름의 여운. '확인해 보고 싶었다'는 말은 마치 '인셉션'의 그것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 스며든 의심을 자극한다. 가만히 경계를 뒤흔드는 이 소설에 빠져들다가 나 역시 잠시 자신의 세계를 의심해보기도 했다. 물론, 오르트기스 자동권총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마무리가 가장 인상깊었다. '인셉션'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인셉션' 만큼의 여운이 남는 훌륭한 마무리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할 순 없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자꾸 생각이 나는 소설이다. 철저한 유물론자인 나를, 잠시나마 관념론자로 만들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 p. 46 |
| ○추억이 있는 곳에는 안가는게 제일이야. 마음속 풍경은 현실과 만나는 순간 빛을 잃게 돼. | | p.227 | | ○육체의 죽음은 죽음의 첫 단계에 지나지 않아. 영혼은 제각각 흩어져서 그 사람을 알던 다른 사람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아. …진정한 죽음은 죽은자를 아는 자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게 되었을 때 완성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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