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과 그 비판자들
앤서니 기든스 지음, 박찬욱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제3의 길과 그 비판자들」은 「제3의 길」의 비판에 대한 Giddens 자신의 대응이다. Giddens의 제3의 길은 우파와 좌파 모두에게 비난받았다. 우파에게는 여전히 '복지국가의 환상'을 버리는 못하는 황당한 정치이념으로, 좌파에게는 '신자유주의에의 투항'이라는 의심을 자아낸 것이다. Giddens는 우파의 비판에는 신경쓰지 않지만, 좌파 내부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Giddens는 제3의 길이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긴 하나, 세계화와 정보혁명에의 대응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세계화와 정보혁명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위해 전통적으로 사회민주주의에서 내세우는 이념과 가치-평등, 연대, 정의-는 그대로 계승하면서, 그 자체의 모순 타파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Giddens는 시장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불평등과 환경파괴들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한다. 국가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과 국가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며, 양자의 갈등을 시민사회가 중재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유지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Giddens 이론의 토양이 영국(유럽)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복지와 정의의 개념이 부족한 한국사회에 그대로 적용시켜 생각하기엔 다소 문제가 있는 듯 하다. 더구나 '시장경제와 생산적 복지, 즉 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을 표방했던 국민의 정부의 신자유주의를 경험한 우리사회엔 더욱 그러하다. 예상과는 달리 국민의 정부는 제3의 길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부와 권력의 불평등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물론 복지와 정의에 대한 사회적 토양부족과 지식인들의 역할 부족도 큰 역할을 했다.

Giddens처럼 자신이 구축한 정치철학을 국가의 이정표로 제시할 수 있는 학자가 없는 우리사회에서 그의 저서는 그것만으로 많은 시사를 주는 듯 하다. 어찌되었던 Giddens를 가진 영국이나 Blair총리가, 한국이나 한국의 정치지도자들 보다 풍요로움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의「제3의 길과 그 비판자들」은 새로운 이론이나 방향이 제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방향은 이미 「제3의 길」을 비롯한 다른 저서에 제시되었다. 단지, 지식인과 정치의 관계,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권진욱 옮김 / 나무생각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단숨에 읽혀지는 책이다. 자주 정곡을 찔려오고, 그래서 자주 히죽거렸다. 40대 이후의 얼굴은 '삶의 여정'을 드러낸다고 하던데, 40대 자신의 얼굴을 상상해보고 싶다면 읽어볼 만하다. 저자가 말하는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40대 이후의 얼굴은 삶의 굴곡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름이 져도 여운과 깊이가 느껴지는 얼굴, 굳은 살이 박혀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손, 검게 그을린 피부마저도 하얗게 빛이 나기를 바라고 꿈꾼다면, 저자의 글을 음미해볼 만하다. 결국, 삶을 유쾌하게, 가볍게, 뜻대로 멋스럽게 살아가라는거 아닐까?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유쾌한 모습의 나와 만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사는 지성인이다
헨리 지루 지음, 이경숙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사가 지성인일 수 있나? 책을 집어들면서 들었던 생각이었다. 물론 교사는 지성인이어야, Giroux의 말처럼 변혁적 지성인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실은 너무 궁핍하고, 교사들은 때로 너무 남루하다. 아마 그의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되기는 세 번째인 듯하다. <교육이론과 저항>, <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 그리고 이 책. <교육이론과 저항>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그는 언제나 내 관심의 가까운 곳에 있기도 하다.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비판은 공허하고, 짜증스럽다. 우리의 현실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Giroux는 초·중등학교의 교육과정을 통해 비판적 학생을 길러내고, 대학의 교육과정(특히 교사교육을 통해) 속에서 교사를 변혁적 지성인으로 길러내야 함을 역설한다. 그래야만 교육에 미래가 있으며, 그럴 때만 교육은 희망이자 가능성일 수 있다고 한다.

교육구조의 위계화는 대화의 부재를 낳고, 교과내용의 획일화는 비판의 부재를 낳는다. 결국, 교육은 소통의 문제로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Giroux의 주장처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판의 언어로 주장하고, 그 위에 실천의 가능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결국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현실에 대한 통찰력과 학교현장을 바꿀 수 있는 실천력이다. 작은 실천이 가능성, 희망을 낳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대담 시리즈 2
김용석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의 만남. 대화와 토론을 통한 쌍방향적 소통의 만남. 세계화시대, 그 어느 때보다 '중심잡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상대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나의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철학자들의 철학은 현실에서 너무 높이 있고, 대담 역시 주고받는 칭찬 아니면, '각자 놀기(내 얘기만 늘어놓기)'만 있게 마련이라 생각했다. 가끔은 서로에게 '강짜'도 부리고 투정도 하는 두 철학자의 대화 속에 철학은 우리 곁으로 내려온다.

어찌보면 철학이란 주변의 일상을 관찰하고 나를 성찰하여,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바꾸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번뇌)인지도 모른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세상에 대한 연민과 성찰, 그것만으로도 철학은 제 몫을 가질 수 있다. '뿌리 없는 나무는 말라 죽어 버린다(無本之根, 必枯盡亡矣)', 개인에게든, 사회에게든 뿌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뿌리 찾기와 지키기, 그것을 위해 철학은 우리 일상으로 다가서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문열과 김용옥 - 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스스로 자신의 책은 '글'이 아니라 '말'이라고 한다. 한해에도 여러 권의 책과 글을 쓰니, 그가 세상을 향해 쏟아내고 싶은 말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도 이제는 그의 글에 '신물'을 느끼는 사람이 꽤 있다. 왜 맨날 똑같은 레퍼토리냐는 것이다. 왜 그는 매일 '18번의 노래'만 부르는 것일까? 그가 제기했던 문제가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기에 똑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문열과 김용옥』에서도 그의 문제제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우리 사회에도 이런 지식인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처럼 치열하게 사회문제를 파고드는 지식인도 드물고, 거기다 다른 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성실하다. 도대체 그는 하루에 어느 정도의 글을 읽고, 쓸까? 그런 면에서 그는 '시종일관(始終一貫)하는 지식인'이다. 나, 그에게 '푹빠진'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우리 사회가 이문열은 이문열의 몫을, 김용옥은 김용옥의 몫을, 강준만은 강준만대로의 대접과 인정을 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비판과 논쟁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지식인이 길러질 것이고, 그런 지식인이 많은 사회가 '명랑사회', 좋은 사회 아닐까?

나는 그의 책이 '말'이 아니라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실천되지 않은 운동은 여전히 유효해야 하고, 유효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공인(公人)으로서의 그의 실천을 우리 모두 두 눈뜨고 지켜보자! 지켜보다가 간혹 '명랑사회 만들기'에 동참도 하면 좋고…, 그러면 그의 18번도 바뀌지 않을까? 그의 레퍼토리가 지겨운 사람들일수록 동참하자! 그에게도 레퍼토리를 바꿔주자, 그의 몫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