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반 사우마의 서방견문록 - 쿠빌라이 칸의 특사, 중국인 최초로 유럽을 여행하다
모리스 로사비 지음, 권용철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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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바티칸 문서고에는 1288년 교황 니콜라우스 4세가 당시 페르시아를 지배했던 몽골 제국(일칸국통치자 아르군 칸에게 보낸 서신 사본이 보관되어 있다서신의 주된 메시지는 칸의 기독교로의 진정한 개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아래와 같이 충고하고 있다.

 

즉시 일어나 스스로 기독교 신앙을 인정하는 것에 다가갈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현생을 살고 난 이후 지옥의 문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214p).”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인 13세기칸의 기독교로의 개종이 시급함을 타이르는 교황의 이 서신 전달을 책임진 인물은 그 내용이 썩 만족스럽진 않았을 것이다그가 일 칸국에서 유럽으로의 고되고 위험천만한 여정을 시작한 것은 교황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의 군사적종교적 동맹을 성사시키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교황에게 아르군 칸의 서신을 전하고 답신을 받은 임무를 완수한 그는교황의 선물과 훌륭한 대접에 감사를 표하고 다시 페르시아로 향한다.

 

일 칸국의 이러한 중요한 외교적 임무를 맡게 된 인물은 바로 랍반 사우마이다이 책은 랍반 사우마 자신의 생애와 여행 기록을 고스란히 옮긴 것은 아닌데그러한 판본은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랍반 사우마가 페르시아어로 남긴 기록은 시리아어로 번역되었는데시리아인 번역자가 설명을 추가하고수많은 내용을 삭제한 그 판본(번역본)만이 어렵사리 전해지고 있다그러나 일부만 전해진 그의 기록은 몇 가지 측면에서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

 

13-14세기 팍스 몽골리카(Pax Mogolica)의 시대몽골의 유라시아 대륙 지배로 가능해진 대여행의 시기에 쓰여진 기록은 마르코 폴로이븐 바투타처럼 서에서 동으로의 여행기만 잘 알려져 있을 뿐이다랍반 사우마는 그 반대다그는 페르시아가 아닌 몽골족과 운명을 같이 한 튀르크 부족 출신으로그의 여행은 동에서 서의 경로인쿠빌라이 칸의 여름궁전인 상도에서 출발하여페르시아를 거쳐 서유럽까지 이르렀다다시 말해 랍반 사우마의 기록은 13세기 동아시아인이 바라본 유럽과 그 당시의 종교적 의례와 문화에 대한 유일한 기록인 것이다.

 

모리스 로사비는 랍반 사우마의 불완전한 기록에 역사적 배경지식충실한 설명과 해석을 더하여 보다 완전한 기록을 전해준다쿠빌라이 칸의 승인하에 대략 1275년 성지 순례를 목적으로 상도에서 출발한 네스토리우스교도 랍반 사우마의 중앙아시아를 경유한 페르사아를 향한 위험천만한 첫 번째 여정네스토리우스교 수사로서의 페르시아에서의 정착 생활그리고 아르군 칸의 외교 특사로 기독교 추기경들프랑스 왕 필리프 4잉글랜드왕 에드워드 1끝으로 교황을 만나고 온 두 번째 여정까지흥미진진한 한 편의 여행기로서도 손색이 없다.

 

랍반 사우마의 임무는 당시 일 칸국에 위협이 되었던 맘루크 왕조에 대항하여 교황 및 서유럽 국가들과 십자군 동맹을 맺자는 칸의 서신을 전달하는 것이었다그의 기록에는 이 외교적 임무 외에 무척 관심을 쏟은 것이 있으니 바로 종교적 성지와 성물의 순례에 있었다그는 로마에서는 산 피에트로 대성당제노바에서는 산 로렌조 대성당파리에서는 생 드니 성당 등을 돌아보며 견문을 비교적 상세히 남겼는데그의 여행의 원 목적이 종교적 성지 순례에 있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개인적 목적뿐만 아니라 외교적 임무도 훌륭히 수행한 랍반 사우마는 아르군 칸에게 종교적 동맹에 대한 프랑스 왕과 잉글랜드 왕의 긍정적인 답변과 교황의 미적지근한 서신을 전달한다하지만 칸은 동맹 성사에 대해 기대하며랍반 사우마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를 위한 교회를 지어주기까지 한다그리고 남은 여생을 종교지도자로서 페르시아에서 보내게 된다.

 

모리스 로사비의 안내를 따라가며 접하는 유라시아 동쪽 중국에서 태어나 중앙아시아를 거쳐 페르시아서유럽에 이르기까지 한 랍반 사우마의 일생과 행적은 13세기 유라시아 세계에 대한 생생한 모습을 그려낸다그의 여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여러 장의 지도와 종교적 성지와 성물의 사진들은 당시 모습을 한껏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이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역사를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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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
장융 지음, 이옥지 옮김 / 까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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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부(國父) 쑨원과 타이완의 국부(國父) 장제스. 이들을 빼놓고선 20세기 중국을 논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게는 국민당 지도자라는 정치적 지향 외에 ‘매우 중요한’ 공통점이 있었으니, 두 사람 모두 쑹씨 가문과 긴밀히 얽혀 있다는 점이다. 돈, 명예, 권력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쑹가왕조’라고도 불린 쑹씨 가족. 그리고 남자 형제 셋보다 더욱 유명했던 이 책의 주인공 ‘쑹씨 세 자매들 - 아이링, 칭링, 메이링’. 중국근현대사를 다룬 여러 권의 책에서 접한 격동기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세 자매의 이야기는 역사적 상상력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다.

 

쑨원의 구애를 뿌리치고 쿵샹시와 결혼한 독립적 여성 ‘첫째 아이링’, 쑨원의 부인(마담 쑨원)이자 차후 공산당의 부주석이 되는 ‘둘째 칭링’, 장제스의 부인인 퍼스트 레이디 ‘셋째 메이링’. 장융은 이들 세 자매를 쑨원, 장제스, 공산당의 조연이나 에피소드 거리가 아닌 권력의 핵심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간 혼란기 중국이라는 무대의, 당당한 조연으로 불러들인다. 쑨원과 장제스를 통해 보는 쑹씨 세 자매가 아닌, 쑹씨 세 자매의 렌즈로 이들과 중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세 자매가 권력의 일인자들에 미친 영향, 그들의 정치적이고 독립적인 삶의 모습은 당시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틀을 제공한다.

 

인간의 진정한 면모는 위기 상황에 나타나는 법. 자신보다 27살 위였던 쑨원과 그의 대의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믿음으로 부모의 극렬한 반대를 뒤로하고 1915년 그와 결혼한 칭링. 그러나 1922년, 베이징 정부와의 협상을 이행하지 않은 쑨원은 이를 계기로 반대 세력의 공격을 받는다. 그러나 쑨원은 대피 후 자신의 탈출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고자 자진해서 남은 칭링의 탈출을 원하지 않았고, 결국 빗발치는 총탄을 피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나 그 와중에 칭링은 아이를 유산한다. 이때 보인 쑨원의 권력욕으로 칭링의 헌신과 신뢰는 한풀 꺾이게 된다. 이 사건은 쑨원에 대한 만들어진 신화에 물음을 던지기에 충분하다.

 

장제스에게 미친 자매들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우선 장제스가 막내 메이링과 결혼할 수 있도록 주선한 사람이 바로 메이링이 제일 믿고 따르는 큰언니 아이링이었다. 장제스는 아이링을 매우 신뢰했다. 아이링이 자신의 정치, 경제 분야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면 장제스는 언제나 그녀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부인 메이링은 아이링 이상이었다. 중일전쟁 시기 물자를 조달하고, 셔놀트 대위를 초빙하여 중국 공군 건설에 일조하기도 하였다. 1936년 장쉐량이 일으킨 시안사변 때는 목숨을 건 시안행으로 장쉐량과의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 지어 장제스를 구하기도 했다. 부인 메이링에 대한 장제스의 믿음과 애착은 타이완에서 죽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아이링, 메이링과는 다른 삶을 선택한 칭링. 그래서 그런지 내심 그녀의 선택에 관심이 간다. 그녀는 쑨원 사후 공산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공산당과 긴밀히 협력하고, 타국에서 그녀의 힘이 되어 준 덩옌다를 암살한 장제스를 극도로 혐오하게 된다. 국공내전이 한창이던 1947년 메이링은 장제스의 부탁으로 칭링을 초대해 공산당이 내전을 끝내는 데에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단도직입적 질문하고, 이에 칭링은 거짓으로 자신은 공산당과 관련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녀는 언니, 동생과는 다른 인생 경로를 선택한 것이다.

 

1949년 공산당 승리 후 세 여성의 각기 다른 운명을 다룬 5장은 박진감 있고 속도감이 넘치는 앞장들과는 달리,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세 자매는 각기 다른 인생 후반기 여정을 걷는다. 마오쩌둥 정부의 권력 없는 부주석으로,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는 칭링. 문화대혁명 시기 정치적 비판의 대상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그녀는 그 후 수양딸들과의 만남으로 인생 말년을 채워간다. 아이링은 뉴욕에 정착하지만, 가족들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뉴욕에서 눈을 감는다. 타이완에서 장제스 옆을 지킨 메이링, 그녀는 장제스 사후 뉴욕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가끔 세간의 이목을 받으며 지내다 2003년 세상을 떠났다.

 

장융도 언급하고 있지만, 자매들의 풍요롭다 못해 사치스러운, 당시 중국 민중들의 삶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상류층의 여유로운 생활. 그리고 정치적 권력을 바탕으로 한 재산 모으기 등의 행동은 당시나 지금이나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일찍이 미국에서 유학한 세 자매. 그들은 미국에서 그저 풍족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중국 격동기의 중심에 있고자 했다. 그녀들은 중국이 낳은 시대의 자식이었지만, 결국 중국을 움직인 삶을 살았다.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인용문 등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 모두 수많은 자료들, 예컨대 서신, 회고록, 인터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서술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생동감을 더한다. 장융의 유려한 서술 덕분에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읽었다. 그녀가 어렵게 찾아낸 인물 사진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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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만든 사람들 - 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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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과학의 세계에 입문한 후 글솜씨와 내용의 탄탄함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인 외국 작가들을 여럿 만났다.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를 쓴 싯다르타 무케르지, <<뷰티풀 큐어>>의 저자 대니얼 데이비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로 알려진 리사 펠드먼 배럿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존 그리빈’, 물론 더 많이 있겠지만 당장 떠오르는 작가는 이렇게 4명이다. 작가들과 그들의 책을 보니 사실 분야가 조금 편중되어 있긴 한데, 앞선 세 명이 각각 의학, 면역학, 신경과학 연구자이고 그들의 전문 분야를 대중서로 쓰는 반면 마지막 존 그리빈은 조금 다른 축에 속한다.

 

 

그는 천체 물리학자이지만 전문적 과학 내용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저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실험 100>>은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 읽는 내게 있어 백과사전 같은 책이며, 작년에 읽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는 양자론을 최소한의 수식만을 전달하여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유일한 책이었다. 그리고 올 상반기에 읽은 <<진화의 오리진>>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진화’ 관념의 진화 이야기를 풍성하게 펼쳐놓아 진화론을 과학 및 사상사의 큰 틀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의 몇 권의 책을 읽어본 바, 존 그리빈은 일반 독자들이 과학 개념과 원리를 ‘과학사’라는 큰 틀에서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있어 매우 독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책 <<과학을 만든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르네상스부터 20세기 말까지의 서양 과학의 발달을 과학적 발견과 그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가는 흥미진진한 ‘과학사’ 책이다. 이를 통해 500년이라는 긴 시기 동안 우주와 자연, 생명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을 만날 수 있다. 과학사를 장식한 인물들의 노력과 발견, 그들 사이의 지적 교류 그리고 과학자들과 당시 사회와의 복잡한 연결 관계를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 덕분에 흥미로우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과학사의 흐름을 일별할 수 있도록 1부 르네상스 시기부터 과학혁명과 계몽 시대를 거쳐 현대까지의 연대기 순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각 부에서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 및 우주과학이 해당 시기에 어떤 발전을 이루었는지를 빠짐없이 다룬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발견과 과학적 발견 및 사고 방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전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르네상스 시대의 케플러의 행성 운동에 관한 획기적인 생각은 갈릴레오를 거쳐 에드먼드 핼리로 계몽시대에 이르러서는 허셜의 천왕성 발견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현대의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의 비약적인 발견의 기초가 된다. 생명에 대한 이해 또한 마찬가지다. 18세기 퀴비에, 라마르크 등의 생명에 진화에 대한 기초적인 생각은 다윈의 진화론으로 그리고 진화론은 현대 생물학과 진화생물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광범위한 분야의 총체적인 과학적 발견과 과학자들을 두루 다루려니 꽤나 두꺼운 책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읽기가 부담스럽진 않다. 과학사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좋도록 소주제를 짤막하게 서술하고 있어 호흡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깊은 내용을 읽고자 한다면 번역된 책들이 더러 보이는 참고문헌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일독으로 서양 과학사를 흥미롭게 일별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책이다. 뿐만아니라 과학사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추구하는 이에게는 길잡이와 참고 문헌의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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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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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不滅)의 신과 필멸(必滅)의 인간. 인간은 온갖 몸부림을 치더라도 신의 불멸성을 획득할 수 없다. 유한한 인간으로서는 영원성이라는 손 닿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목놓아 외칠 뿐이다. 그러나 인간으로서도 죽지 않는 신의 속성(본질)을 모방할 수는 있으니, 그것은 바로 명예다. 명예는 영웅적 업적으로 말미암아 그 행위자의 이름을 후대에 전하고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한다. 업적의 전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글’이다. 구술 전승도 한 방법이겠으나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전달 방법은 문자 전승을 따라갈 수 없다. 글을 통해 약 2천 년 전 50인의 영웅들이 불멸성을 획득할 수 있게 한 사람, 그는 바로 플루타르코스다.

 

 

서기 45~50년에 태어나 서기 100년 즈음에 <<풀루타르코스 영웅전>>(이하 <<영웅전>>)을 썼고 여전히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니, ‘결국에는 이 책이 자기를 위한 것이 되었다’(47p)라고 고백한 것처럼 플루타르코스 자신 또한 탁월한 글을 통해 불멸성을 획득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플루타르코스는 고대의 위대한 영웅들의 자질을 생각하고 각기 짝을 이루어(그리스인, 로마인), 그들 각자의 생애, 위대한 말과 행동을 기록하고, 또 누가 더 본받을 만한 위대한 삶을 살았는지를 평가한다. 인물 개인의 간략한 평전이면서 타인과의 인생 비교대조표라고도 할 수 있다.

 

 

<<영웅전>>은 인물들을 마냥 찬양하는 주례사 비평이 아니다. 스파르타를 다시 세운 입법자 리쿠르고스가 노예(헬로트족)를 가혹하고 거칠게 다룬 행위는 정의를 구현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았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리쿠르고스전」 §28). 역사상 길이 빛날 전투인 살라미스 해전의 주인공 테미스토클레스에 대한 비판은 더욱 가혹하다. 추방되어 결국 과거 적이었던 페르시아에서 비참하게 삶을 마감한 그의 지나친 야심과 우스운 자만심에 대한 비판은 경종을 울린다(「테미스토클레스와 카밀루스의 비교」 §5). 또한 정의로운 정치가는 ‘대(大)카토’를 반면교사 삼아 사생활 또한 민중의 모범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플루타르코스는 말년에 하인이었던 사람의 젊은 딸을 아내로 맞이한 카토의 행동은 절제심이 부족한 행동으로 혹독하게 비판받는다(「대(大) 카토전」 §24).

 

 

플루타르코스는 고전기 그리스 철학의 옹호자이자 도덕론자로, 이러한 입장은 <<영웅전>>을 관통하는 관점을 형성한다. 그는 정치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정의로움’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신의 덕성 중 ‘불멸성, 힘’은 인간의 능력 밖의 것이나 정의로움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성인 것이다(「아리스티데스전」 §6). 또한 정의로움은 영혼과 육신이 분리된 인간 존재가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신에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은 <<영웅전>>의 서술 바탕이지만, 그는 현실적인 측면들도 간과하지 않는다. 영웅들의 말과 행동에서 이끌어내는 훌륭한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한 교훈은 지금 읽어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로마를 공격한 포르세나 왕을 격파한 후 땅을 차지하지 않고 동맹으로 만든 푸블리콜라를 향한 비난에 대해 ‘영리한 정치가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적합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작은 이익을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어낸다’며 그의 행동을 칭찬한다((「솔론과 푸블리콜라의 비교」 §4). 신들에 대한 중용의 믿음 또한 강조한다. 신들의 기이한 행동이 자신들이 사는 도시의 길융화복과 연관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헛된 미신과 신을 업신여기는 태도 둘 모두 조심해야 함을 역설한다((「카밀루스전」 §6).

 

 

본인이 직접 들은 이야기 및 수많은 전거들은 이야기 구성의 바탕이 되었겠지만, 아무 기록이나 신뢰하지 않는다. 인물의 출생이나 출신, 사건의 과정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그 중 가장 신뢰할만한 설을 강조한다. 자신의 서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흥미 있는 서술은 몰입도를 더해준다. 「테미스토클레스전」 「아리스티데스전」 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와의 전쟁, 특히 살라미스 해전, 플라타이아이 전투에 대한 서술은 극적인 재미를 느끼게 한다. 「리쿠르고스전」 「누마전」에서 그들이 보이는 탁월한 정치술에 의해 사회의 전반적 기풍이 바뀌어 가는 모습에서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다른 그리스 로마 고전들과 마찬가지로 <<플루타르고스 영웅전>> 또한 각 인물전에, 예컨대 ‘「리쿠르고스전」 §28’과 같이 숫자로 분절 구분이 되어 있다. 그리스, 로마 고전들을 진지하게 읽는 이에게 분절은 고전들의 상호 참조의 색인이 되는 귀중한 장치이다. 이번 완역본에서는 충실한 해설과 주뿐만 아니라 이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어 더욱 신뢰가 간다. 이제 <<영웅전>>2~5권이 기대된다. 잘 알려진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내게 있어 불멸의 인간들로 기억될 그들의 충만한 삶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지도자는 정의롭게 삶으로써 신성을 구현해야 한다. 권력이 공의롭지 못한다면 짐승과 같다 (『영웅전』1권, 500p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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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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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카토로마인 중의 로마인

 

- 정치가

절제된 삶의 자세로마의 데모스테네스로도 불린 웅변 실력으로 명성을 쌓은 카토테르모필라이의 좁은 계곡에서 시리아의 안티오코스왕을 격파한 성공적인 원정 덕분에 그의 명성은 하늘을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결국 그는 감찰관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선출되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훌륭한 부모

카토는 아들의 교육을 노예에게 맞기지 않고 읽기법률말타기 등의 교육을 직접하게 되고그의 열정으로 아들은 명망가의 사위가 된다아들이 태어났을 때 기저귀를 가는 등 집안 일에도 적극적이었다는 카토그 당시 가정과 자식에게 충실한 로마 지배층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아리스티데스와 대카토의 비교

플루타르코스가 볼 때 냉혹함과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야망을 품지 않는 것은 고결한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미덕이자필요조건이다이 기준에서 정적 테미스토클레스를 도운 아리스티데스는 야망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지만스키피오를 추반한 카토는 야망으로 가득 찬 사람으로 비판받는다또한 노년에 하인이었던 사람의 젊은 딸을 아내로 맞이한 카토의 행동은 절제심이 부족한 행동으로 혹독하게 비판받는다.

 

그는 마치 공직에 처음 들어온 사람처럼 영예와 명성에 목말라하며 허리띠를 졸라맸고광장이나 전쟁터에서 자신의 동지들과 시민을 위해 봉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554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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