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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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不滅)의 신과 필멸(必滅)의 인간. 인간은 온갖 몸부림을 치더라도 신의 불멸성을 획득할 수 없다. 유한한 인간으로서는 영원성이라는 손 닿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목놓아 외칠 뿐이다. 그러나 인간으로서도 죽지 않는 신의 속성(본질)을 모방할 수는 있으니, 그것은 바로 명예다. 명예는 영웅적 업적으로 말미암아 그 행위자의 이름을 후대에 전하고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한다. 업적의 전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글’이다. 구술 전승도 한 방법이겠으나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전달 방법은 문자 전승을 따라갈 수 없다. 글을 통해 약 2천 년 전 50인의 영웅들이 불멸성을 획득할 수 있게 한 사람, 그는 바로 플루타르코스다.

 

 

서기 45~50년에 태어나 서기 100년 즈음에 <<풀루타르코스 영웅전>>(이하 <<영웅전>>)을 썼고 여전히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니, ‘결국에는 이 책이 자기를 위한 것이 되었다’(47p)라고 고백한 것처럼 플루타르코스 자신 또한 탁월한 글을 통해 불멸성을 획득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플루타르코스는 고대의 위대한 영웅들의 자질을 생각하고 각기 짝을 이루어(그리스인, 로마인), 그들 각자의 생애, 위대한 말과 행동을 기록하고, 또 누가 더 본받을 만한 위대한 삶을 살았는지를 평가한다. 인물 개인의 간략한 평전이면서 타인과의 인생 비교대조표라고도 할 수 있다.

 

 

<<영웅전>>은 인물들을 마냥 찬양하는 주례사 비평이 아니다. 스파르타를 다시 세운 입법자 리쿠르고스가 노예(헬로트족)를 가혹하고 거칠게 다룬 행위는 정의를 구현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았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리쿠르고스전」 §28). 역사상 길이 빛날 전투인 살라미스 해전의 주인공 테미스토클레스에 대한 비판은 더욱 가혹하다. 추방되어 결국 과거 적이었던 페르시아에서 비참하게 삶을 마감한 그의 지나친 야심과 우스운 자만심에 대한 비판은 경종을 울린다(「테미스토클레스와 카밀루스의 비교」 §5). 또한 정의로운 정치가는 ‘대(大)카토’를 반면교사 삼아 사생활 또한 민중의 모범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플루타르코스는 말년에 하인이었던 사람의 젊은 딸을 아내로 맞이한 카토의 행동은 절제심이 부족한 행동으로 혹독하게 비판받는다(「대(大) 카토전」 §24).

 

 

플루타르코스는 고전기 그리스 철학의 옹호자이자 도덕론자로, 이러한 입장은 <<영웅전>>을 관통하는 관점을 형성한다. 그는 정치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정의로움’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신의 덕성 중 ‘불멸성, 힘’은 인간의 능력 밖의 것이나 정의로움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성인 것이다(「아리스티데스전」 §6). 또한 정의로움은 영혼과 육신이 분리된 인간 존재가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신에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은 <<영웅전>>의 서술 바탕이지만, 그는 현실적인 측면들도 간과하지 않는다. 영웅들의 말과 행동에서 이끌어내는 훌륭한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한 교훈은 지금 읽어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로마를 공격한 포르세나 왕을 격파한 후 땅을 차지하지 않고 동맹으로 만든 푸블리콜라를 향한 비난에 대해 ‘영리한 정치가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적합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작은 이익을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어낸다’며 그의 행동을 칭찬한다((「솔론과 푸블리콜라의 비교」 §4). 신들에 대한 중용의 믿음 또한 강조한다. 신들의 기이한 행동이 자신들이 사는 도시의 길융화복과 연관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헛된 미신과 신을 업신여기는 태도 둘 모두 조심해야 함을 역설한다((「카밀루스전」 §6).

 

 

본인이 직접 들은 이야기 및 수많은 전거들은 이야기 구성의 바탕이 되었겠지만, 아무 기록이나 신뢰하지 않는다. 인물의 출생이나 출신, 사건의 과정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그 중 가장 신뢰할만한 설을 강조한다. 자신의 서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흥미 있는 서술은 몰입도를 더해준다. 「테미스토클레스전」 「아리스티데스전」 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와의 전쟁, 특히 살라미스 해전, 플라타이아이 전투에 대한 서술은 극적인 재미를 느끼게 한다. 「리쿠르고스전」 「누마전」에서 그들이 보이는 탁월한 정치술에 의해 사회의 전반적 기풍이 바뀌어 가는 모습에서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다른 그리스 로마 고전들과 마찬가지로 <<플루타르고스 영웅전>> 또한 각 인물전에, 예컨대 ‘「리쿠르고스전」 §28’과 같이 숫자로 분절 구분이 되어 있다. 그리스, 로마 고전들을 진지하게 읽는 이에게 분절은 고전들의 상호 참조의 색인이 되는 귀중한 장치이다. 이번 완역본에서는 충실한 해설과 주뿐만 아니라 이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어 더욱 신뢰가 간다. 이제 <<영웅전>>2~5권이 기대된다. 잘 알려진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내게 있어 불멸의 인간들로 기억될 그들의 충만한 삶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지도자는 정의롭게 삶으로써 신성을 구현해야 한다. 권력이 공의롭지 못한다면 짐승과 같다 (『영웅전』1권, 500p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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