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 장군, 상인, 지식인
미할 비란.요나탄 브락.프란체스카 피아셰티 엮음, 이재황 옮김, 이주엽 감수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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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몇 년 전부터 개인적 탐구 주제로 틈날 때마다 관련 책들을 찾아보는 주제. 잠시 뒤돌아 왜 실크로드에 흥미를 가지게 됐는지 잘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실크로드의 낭만성때문이었던 듯하다. 유라시아 동쪽의 중국에서 서쪽의 유럽까지 이렇다 할 교통수단이 없는 수천 킬로미터나 되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교역상들과 그들이 거래하는 이국적인 물자들. 반쯤은 신기하고 반쯤은 기이한 뜬구름 잡는 이미지들이 실크로드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끌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관련 책들을 읽을수록, ‘낭만적 실크로드라는 상은 말 그대로 허구의 상일 뿐, 관심을 갖게 한 촉매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동서 교류라는, 실크로드를 낭만화하는 축약적 표현은 그 가운데에 있었던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인 중앙유라시아지역과 그곳에서 활동한 실크로드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은연중에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잘못된 표현임이 분명하다.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13~14세기 몽골제국 통치기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운명을 개척해간 15인에 대한 생생한 스케치를 통해 중앙유라시아와 실크로드의 역동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오는 장군(6), 상인(4), 지식인(5)의 활동 시기는 몽골제국이 유라시아 지역의 3분의 2를 차지하다시피 했던 13~14세기로, 이때는 이전에도 존재했던 실크로드에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 시기다. 몽골 제국 지배 이전 여러 국가와 부족들로 촘촘히 나뉘어 있던 유럽과 중국 사이의 광범한 지역을 중국을 포함하는 몽골이라는 하나의 정치체가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물품, 사람, 사상의 직접/간접적인 광범위한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이들 15인도 한인, 몽골인, 킵착인, 이란인, 유대인 등 그 출신이 다양하다.

 

각자 맡은 지위와 역할, 출신이 다양한 이들이 말 그대로 몽골 실크로드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몽골 지배계층들이 인재 등용시 출신이 아닌 인물의 능력과 재능을 중요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뚜렷이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한족 장군인 양정벽(4)과 중앙아시아의 킵착인 장군 툭투카(6)이다.

 

양정벽은 한족 출신이지만, 원에 맞서 동남쪽 복건에 자리한 송나라 반군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워 출세한 인물이다. 반군의 완전한 진압으로 몽골은 동남아시아와 인도와의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되었고, 이후로 양정벽은 원나라에 막대한 기여를 하게 된다. 남인도와 원나라를 수차례 오가며 외교적, 상업적 연결망을 확장한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동남아시아에 원나라 세력을 확장하는 데도 성공한 것이다. 툭투카는 몽골의 동유럽 원정에서 항복한 몽골인들이 색목인이라 부르는 킵착 출신이었다. 스텝지역 출신인 이들 색목인들의 전투 기술은 원나라 북쪽과 서쪽을 평정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었고, 쿠빌라이 카안은 이들을 측근에 두고 긴요하게 활용했다. 덕분에 툭투카는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게 되고, 그의 후손들은 원나라 내부적 후계 투쟁에도 관여하는 실력자가 되기도 한다.

 

우구데이의 손자 카이두의 딸 쿠툴룬(3), 금장 칸국 우즈벡 칸의 황후 타이둘라(10)의 사례는 몽골 고위층 여성들이 제국의 정치, 상업,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잘 보여주는 몽골 만의 독특한 사회적 특성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이란의 유대인 출신으로 일 칸 궁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라시드 앗딘(11), 중앙아시아 캅카스 출신으로 기독교인임에도 쿠빌라이 카안의 신임을 얻어 유럽의 사절 역할과 중앙 정부에서 일 하기도 한 이사 켈레메치(13)의 삶의 궤적을 읽는 이로 하여금 몽골의 능력중심주의와 종교적 개방성에 감탄하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11장 라시드 앗딘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들어본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생생한 업적과 일대기를 통해 몽골 제국의 영향 아래 구세계가 통합되어 가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다가왔으며, 실크로드를 살아 움직이게 한 주역이자 주인공은 비단, 자기 같은 물품이 아닌 사람임을 마음에 깊이 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광범한 영토를 포괄한 몽골 제국, 그리고 그들이 추동한 수많은 인물, 사상, 물품의 흥미로운 이동 사례(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는 몽골 제국이 바꾼 세계와 그 모습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몽골 제국에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주로 대칸 경쟁과 관련된 정치사를 간단히 요약하고 있는 서문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요즘 실크로드, 몽골제국 관련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금장 칸국(킵차크 칸국), 몽골 이후의 세계 등 여러 주제에 관심이 생겼다. 관련 책들을 꾸준히 읽고 지식의 공백을 채워야 하겠다는 의무감도 든다.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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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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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오브로마’ 7부작,

그 중 1부 <<로마의 일인자>> 1권 (기원전 110년 – 108년)

이야기는 로마 공화정 말기부터 시작된다. 로마 공화정 말기는 말 그대로 ‘말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귀족들은 사리 사욕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고, 능력 없는 지휘관들의 지휘 아래 로마, 이탈리아 병사들 3만 명 이상의 목숨이 무참히 짓밟혔다. 로마는 말 그대로 ‘정치적 호흡이 끊어져 가는 상태가 계속되었다(61p).’

로마에 필요한 것, 로마에 요구되는 것은 귀족들이 생각해낼 수 없는 변화와 개혁이었다. 과연 기득권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과제를 수행할 인물은 누구인가. 이는 일개 원로원 의원도, 아니 1년에 두 명뿐인 집정관도 아닌 ‘로마의 일인자’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과업이었다.

가장 뛰어난 자가 로마의 일인자는 아니었다...

로마의 일인자가 된다는 것은 왕이나 전제군주, 폭군 따위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었다...

로마의 일인자가 된다는 것은 집정관이 되는 것 이상이었다.

- 34p

시대가 요구하는 로마인, 시대에 앞선 일인자가 되기 위한 탁월한 자들의 로마의 명운을 건 혈투가 시작되었다. 콜린 매컬로는 그 시작을 기원전 110년에서 시작한다. 그 해가 특별한 해인 것은 아니다. 집정관들도 모두 평범한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비범한 인물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 해다. 바로 카이사르와 마리우스가 가족의 인연, 부와 명예를 주고받은 밑질 것 없는 관계를 맺은 것이다. 로마에서 흔히 맺는 이러한 관계 맺음이 이번에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었다.

또 다른 인물의 등장. 고귀한 가문 출신이지만 미천하고 하찮게 살아가고 있는 술라. 그는 카이사르의 둘째 딸 율릴라가 우연히 그에게 ‘풀잎관’을 선사하자 마음 속에 있던 웅대한 포부 즉, 로마에서 뜻을 펼칠 것을 결심한다. 그 후 우연을 가장한 주변 인물 셋을 직,간접적으로 죽임으로써 거대한 부라는 ‘펠리스’(행운)를 거머쥔다.

아프리카 사령관 메텔루스 밑에서 지휘관으로 있던 마리우스는 자신이 집정관이 될 운명임을 알고 어렵사리 로마로 향한다. 결국 그는 집정관에 당선된다. 미천한 가문 출신인 마리우스는 신진세력이었다. 귀족들의 틀에 박힌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노부스 호모(novus homo), 즉 신인이었다. 그의 개혁에 필요한 것은 원로원이 아닌 법을 만드는 평민회였다.

원로원 결의에는 관례, 전통으로서의 힘만 있어. 법의 힘이 아니라! 오늘날 법으르 만드는 것은 평민회라네

- 453p

엄밀히 말해, 이 책은 역사소설이다. 하지만, 여느 역사소설과는 서술의 깊이에서 차원이 다르다. 역사적 사건 하나하나에 충실히 기반하되, 풍부한 역사적 상상력이 가미된 책이다. 그녀가 직접 만든 ‘가이드북’을 보면 13년에 걸친 고증의 엄밀함과 촘촘함의 정도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고증에 기반한 세부적인 배경 설정, 인물들의 내면과 행동의 생동감 있는 묘사는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그래서 흡사 흥미로운 역사책을 읽는 듯하다.

2권의 시작인 기원전 107년에는 집정관 마리우스의 개혁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날 것이다. 또 어떤 인물과 사건으로 읽는 이를 로마로 초대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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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 : 중세편 2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 2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왕수민 옮김 / 부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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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편2, 450년, 종횡무진 역사

콘스탄티누스가 피의 진군으로 로마 왕좌를 차지하는 4세기 초부터 시작해, 프랑크 왕국이 국가로서 자리 잡아가고, 건국 초 거침없이 확장하던 무슬림들의 내분이 이어지고, 중국에서는 당나라가 패권을 공고히 하던 7세기 중엽까지의 약 350년의 시기를 다루는 <중세편1>. <중세편2>에서는 7세기 후반기부터 제1차 십자군 운동이 전개되고 그 여파가 유럽 각지에 전달되는 12세기 초까지의 약 450년의 시기를 다루며, 후대로 이어질 영토와 민족의 지형도를 본격적으로 그려나간다.

1권(1~3부)에서 유라시아 서쪽 지역의 경우 크게 로마의 분열 및 멸망, 비잔티움의 번영, 이민족들의 진출, 이슬람의 흥기라는 네 축을 중심으로 서술을 이어갔다면 2권(4~5부)은 보다 다채롭다. 4부의 제목 ‘나라와 왕국들’이 보여주듯, 제국의 멸망 이후 각 지역에 등장한 동서양의 새로운 국가와 신흥 세력들, 분열로 새로이 등장한 다양한 이슬람 국가들은 모자이크 마냥 서로 다른 빛깔을 띠며, 흥미를 더해 간다.

중세의 역동성

인류의 역사는 평화와 폭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맞물려 계속되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권력 쟁탈의 역사’다. 어떤 세력이 흥기하여 폭력과 권력 투쟁이 지속되다, 서로 협상하거나 한 세력이 주도권을 잡아 잠시 평화의 시기가 오지만, 다시 다른 세력이 등장하여 전쟁이 계속되는 식이다. 중세는 이러한 권력 쟁탈, 권력 투쟁의 역사가 어쩌면 가장 적나라하게 벌어진 시기로, 이 시기 서양과 이슬람의 중세, 동양의 중세를 나란히 살피며 중세의 역동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이러한 서술을 통해 중세에 대한 고정관념, 즉 종교의 영향 아래에서 정적이고 수동적인 시대라는 생각은 현실의 상과는 조금도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반도의 지배권을 둘러싼 롬바르디아 공국들과 프랑크 왕들, 로마 교황 사이에서의 치열한 다툼. 비잔티움과 교류하고 경합하고 싸우는 불가르족, 아바르족 및 루스인들. 수많은 칼리프 국들고 쪼개지고 서로 치열하게 다투는 이슬람 세력들. 스칸디나비아의 바이킹의 끊임없는 이동 및 확장, 노르드인의 아이슬란드, 그린란드로의 진출 및 잉글랜드 점령. 바이킹의 후예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왕 등극. 당나라의 흥기, 쇠퇴, 몰락. 그에 뒤이은 혼란기와 송나라의 통일. 거란과 여진의 흥기로 인한 송의 쇠퇴까지. 인도 또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혼란의 시기였다.


                                                루스인 

역사에서의 이동, 교류, 혼합

이러한 중세인들의 역동성은 역사에서의 ‘이동, 교류, 혼합’이라는 주제 또한 떠올리게 한다. 잉글랜드의 역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잉글랜드 지역으로 넘어온 앵글족과 색슨족, 그 후 이 지역을 점령한 바이킹들. 다시 지배권을 넘겨받은 앵글로색슨족, 다시 노르드인,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점령까지. 비잔티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다투기도 하고 교류하기도 한 이민족들은 비잔티움의 영향으로 기독교 세례를 받기도 하고 국가를 이루기도 했다. 십자군으로 인한 유럽인들의 대규모 이동은 말할 것도 없다.

8~11세기 바이킹의 확장

정치체의 이동은 단순히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이동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이동을 뜻한다. 이는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필연적으로 교류를 낳고 교류는 혼합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이어져 왔음을 생각해볼 때 여전히 인종주의와 순혈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작가의 힘

1권에서 보여준 스토리텔링 솜씨는 2권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예컨대, 종교적 권위마저 지배하여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된 오토 1세를 ‘교회의 문을 열어젖히고 한가운데 통로를 당당히 걸어 들어가 그 자신이 제단 앞을 버젓이 차지했다’(505p)라고 표현하거나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교황의 의기투합을 ‘정치적 목적과 신학적 목적이라는 두 가닥의 끊을 하나의 밧줄로 꼬아 내는 것’(594p)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이미지화 하는 서술 방식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작가의 힘이다. 이런 서술의 탁월함이 책 내내 드러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덕분에 2권 또한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1차 십자군 전쟁을 끝으로 이번 중세편은 막을 내린다. 다음 편은 12세기부터 1453년 오스만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까지를 다룬 르네상스편이다. 중세편의 유익함과 재미를 생각해 볼 때, 또 훌륭한 편집과 만듦새를 고려해볼 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얼른 출간되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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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 : 중세편 1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 1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왕수민 옮김 / 부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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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 중세편1>> 완독 서평

 

‘수잔 와이즈 바우어’, 그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은 바로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내게 이 책은 세계사 입문서이면서, 그 이상이었다. 수많은 역사 인물들과 국가들이 난립하는 역사 속에서 그들을 살아 숨쉬게 하는 생생한 묘사, 역사의 흐름을 짚어내는 탁월한 글솜씨는 역사의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는 <<수잔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중세편>>(이하 <<세상의 모든 역사>>)이다. 중세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이번 책은 과거 다른 제목(<<중세 이야기>>)으로 출간되었으나 절판되어, 이번에 출판사와 역자를 달리하여 재출간한 책이다. 고대, 르네상스르르 다룬 책도 나온다고 하니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애독자로서 반갑기 그지 없는 희소식이다.

 

시대적, 지리적으로 넓은 의미로서의 중세

 

<<세상의 모든 역사>>(중세편1,2)이 다루는 시기는 로마의 콘스탄티누스가 밀비우스다리전투에서 막센티우스를 격파하고 로마에 입성한 ‘312년’부터 그리스도교 전사들이 제1차 십자군 원정에서 예루살렘을 정복한 ‘1099년’까지이다 (중세편1은 이슬람의 내분을 다루는 대략 7세기 후반까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중세의 시작을 312년으로 시작하는 것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세의 시작은 보통 476년 서로마제국의 멸망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비잔티움 역사를 다루는 역사서들에서 보통 이야기의 시작을 콘스탄티누스로 시작한다. [예컨대 <<비잔티움>>(주디스 헤린) <<비잔티움 연대기>>(존 줄리어스 노리치)]

 

그 이유는 이 책(중세편1)의 특징 및 장점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이 책이 다루는 지리적 범위를 살펴보면, 전형적인 서양(유럽,브리튼)만 다루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라비아, 중국, 인도, 한반도, 일본뿐만 동남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까지 포괄하니(총 41장 중 17장, 41%), 책 제목대로 거의 ‘세상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를 생각하면 (교류가 없진 않았으나) 유럽과 궤를 달리하는 국가와 대륙의 역사를 전형적인 서양의 중세에 맞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신 해당 시기 여러 나라들의 역사적 공통점을 추려내어 1권의 경우 ‘통합, 분열, 신흥 세력들’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콘스탄티누스의 제국 통합의 의지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세라는 시기적 적절성과 책의 구성’으로 볼 때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역사의 흐름 : 흥망성쇠

 

<<세상의 모든 역사>>(중세편1)에서 다루는 역사의 흐름을 크게 로마와 페르시아, 아라비아, 인도, 중국, 한반도와 일본으로 나누어 일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통합되고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로마는 동서로 나뉘어 점점 고착화하기 시작한다. 게르만족과 프랑크족 등 북동쪽에서 시작된 이민족들의 거센 물결은 급기야 서로마 제국의 멸망으로 귀결되고, 대신 프랑크족이 갈리아 지방에 세운 메로빙거 왕조가 등장하여 이후의 발전을 준비한다. 이제 남은 것은 동로마제국, 비잔티움 제국 초기에 확장한 영토는 이민족들과 아랍인들에 의해 야금야금 잠식되고 급기야 과거 서로마 영토는 거의 잃다시피 한다. 로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페르시아 제국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광대한 영토를 가진 페르시아는 로마와 끊임없이 다툼을 벌이고 세를 확장하기도 하며 제국을 유지하지만 신흥 세력인 이슬람에게 결국 정복당한다.

 

7세기 이전 아라비아 반도는 여러 나라들이 할거해 있는 형국이었다. 그들은 인근 대국들과 교류하거나 아프리카 왕국들과 다투며 나라를 운영하곤 했다. 그러나 신흥 세력인 무슬림의 등장(7세기)으로 이들은 몰락하고 무슬림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들은 거의 모든 방면으로 신속히 영토를 확장하며 세계의 지도를 바꾸게 된다. 4세기 인도는 굽타 제국의 성세로 북인도 지역을 장기간 통합하나, 이민족의 침입으로 굽타 제국은 다시 수많은 소왕국들로 쪼개지고 만다. 분열과 통합은 반복된다. 인도 남과 북에 강력한 왕조들이 들어서나 이들 또한 분열의 힘에 자리를 내준다.

 

중국은 한나라 멸망 후 꽤 오래도록 분열의 시기를 겪다, 가까스로 중국 남쪽과 북쪽에 강대한 국가가 버티는 형세가 지속된다, 약 400년동안의 분열의 시기를 수나라가 종식시키고 대륙을 통일한다. 그러나 이들 또한 금세 당나라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한반도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은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서로 한반도에서 승기를 잡게 되지만, 종국에는 당과 연합한 신라가 한반도를 통일하기에 이른다. 당시 일본은 야마토 왕조의 지배하에 있었다. 이들은 중국, 한반도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들만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간다.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스토리텔링 솜씨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여러 나라들의 복잡한 역사를 종횡무진 서술하지만 하지만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15쪽 남짓한 정도의 짧은 분량인 매장마다 정치적 목표를 세우고 성공하고, 실패하고, 대립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풍부한 사료에 기반하여 충실히 서술한다. 짧은 분량에 들어 있는, 인물이 살아 숨쉬게 하는 기승전결의 완결된 이야기 흐름이 스토리텔링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거기다 매장마다 나오는 지도의 디테일함은 집중력을 더한다. 역사책은 지도가 매우 중요하다. 정복과 전쟁, 이주, 통합의 이야기는 지리적 상상력과 결합될 때 더욱 풍부해지기 마련이다.

 

역사의 교훈

 

역사를 서술하며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 자신의 개인적 견해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현대와 연결지어 서술한 부분이 있다. 그 사건이란 로마에서 벌어졌던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의 성격을 둘러싼 이성론 대 단성론의 신학 논쟁이다. 그녀는 서로를 잡아먹을 듯 비판하며, 관용의 태도는 일절 보이지 않는 이 논쟁을 보며 비슷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서의 창조설을 둘러싼 논쟁이다. 그녀는 창조설을 신봉하는 진영과 이에 반대하는 급진진영 둘 다 비판한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견해에 동의하는 바이다. 흔히 역사는 역사일뿐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고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잊고 있었던 이러한 깨달음을 주는 것 또한 역사가 아닐까.

 

창조설 진영은 이 관점을 포기하게 되면 세상의 윤리 규범이 다 무너질 거라며 두려움에 떤다... 반면 창조설의 관점을 전면 거부하는 진영도(아무래도 이 대목에서는 리처드 도킨스나 샘 해리스의무리한 논법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두려움에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다그들은 이 지구의 애초 시작을 신비적으로 풀어 설명하는 것은 곧 비합리와 폭력이 득세하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며...(208-209PP).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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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작은 빛 - 코스모스, 인생 그리고 떠돌이별
사라 시거 지음, 김희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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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행성 연구자의 연구, 이별, 사랑에 대한 솔직한 회고. 아름다운 글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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