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 : 중세편 2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 2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왕수민 옮김 / 부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세편2, 450년, 종횡무진 역사

콘스탄티누스가 피의 진군으로 로마 왕좌를 차지하는 4세기 초부터 시작해, 프랑크 왕국이 국가로서 자리 잡아가고, 건국 초 거침없이 확장하던 무슬림들의 내분이 이어지고, 중국에서는 당나라가 패권을 공고히 하던 7세기 중엽까지의 약 350년의 시기를 다루는 <중세편1>. <중세편2>에서는 7세기 후반기부터 제1차 십자군 운동이 전개되고 그 여파가 유럽 각지에 전달되는 12세기 초까지의 약 450년의 시기를 다루며, 후대로 이어질 영토와 민족의 지형도를 본격적으로 그려나간다.

1권(1~3부)에서 유라시아 서쪽 지역의 경우 크게 로마의 분열 및 멸망, 비잔티움의 번영, 이민족들의 진출, 이슬람의 흥기라는 네 축을 중심으로 서술을 이어갔다면 2권(4~5부)은 보다 다채롭다. 4부의 제목 ‘나라와 왕국들’이 보여주듯, 제국의 멸망 이후 각 지역에 등장한 동서양의 새로운 국가와 신흥 세력들, 분열로 새로이 등장한 다양한 이슬람 국가들은 모자이크 마냥 서로 다른 빛깔을 띠며, 흥미를 더해 간다.

중세의 역동성

인류의 역사는 평화와 폭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맞물려 계속되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권력 쟁탈의 역사’다. 어떤 세력이 흥기하여 폭력과 권력 투쟁이 지속되다, 서로 협상하거나 한 세력이 주도권을 잡아 잠시 평화의 시기가 오지만, 다시 다른 세력이 등장하여 전쟁이 계속되는 식이다. 중세는 이러한 권력 쟁탈, 권력 투쟁의 역사가 어쩌면 가장 적나라하게 벌어진 시기로, 이 시기 서양과 이슬람의 중세, 동양의 중세를 나란히 살피며 중세의 역동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이러한 서술을 통해 중세에 대한 고정관념, 즉 종교의 영향 아래에서 정적이고 수동적인 시대라는 생각은 현실의 상과는 조금도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반도의 지배권을 둘러싼 롬바르디아 공국들과 프랑크 왕들, 로마 교황 사이에서의 치열한 다툼. 비잔티움과 교류하고 경합하고 싸우는 불가르족, 아바르족 및 루스인들. 수많은 칼리프 국들고 쪼개지고 서로 치열하게 다투는 이슬람 세력들. 스칸디나비아의 바이킹의 끊임없는 이동 및 확장, 노르드인의 아이슬란드, 그린란드로의 진출 및 잉글랜드 점령. 바이킹의 후예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왕 등극. 당나라의 흥기, 쇠퇴, 몰락. 그에 뒤이은 혼란기와 송나라의 통일. 거란과 여진의 흥기로 인한 송의 쇠퇴까지. 인도 또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혼란의 시기였다.


                                                루스인 

역사에서의 이동, 교류, 혼합

이러한 중세인들의 역동성은 역사에서의 ‘이동, 교류, 혼합’이라는 주제 또한 떠올리게 한다. 잉글랜드의 역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잉글랜드 지역으로 넘어온 앵글족과 색슨족, 그 후 이 지역을 점령한 바이킹들. 다시 지배권을 넘겨받은 앵글로색슨족, 다시 노르드인,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점령까지. 비잔티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다투기도 하고 교류하기도 한 이민족들은 비잔티움의 영향으로 기독교 세례를 받기도 하고 국가를 이루기도 했다. 십자군으로 인한 유럽인들의 대규모 이동은 말할 것도 없다.

8~11세기 바이킹의 확장

정치체의 이동은 단순히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이동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이동을 뜻한다. 이는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필연적으로 교류를 낳고 교류는 혼합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이어져 왔음을 생각해볼 때 여전히 인종주의와 순혈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작가의 힘

1권에서 보여준 스토리텔링 솜씨는 2권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예컨대, 종교적 권위마저 지배하여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된 오토 1세를 ‘교회의 문을 열어젖히고 한가운데 통로를 당당히 걸어 들어가 그 자신이 제단 앞을 버젓이 차지했다’(505p)라고 표현하거나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교황의 의기투합을 ‘정치적 목적과 신학적 목적이라는 두 가닥의 끊을 하나의 밧줄로 꼬아 내는 것’(594p)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이미지화 하는 서술 방식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작가의 힘이다. 이런 서술의 탁월함이 책 내내 드러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덕분에 2권 또한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1차 십자군 전쟁을 끝으로 이번 중세편은 막을 내린다. 다음 편은 12세기부터 1453년 오스만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까지를 다룬 르네상스편이다. 중세편의 유익함과 재미를 생각해 볼 때, 또 훌륭한 편집과 만듦새를 고려해볼 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얼른 출간되길 기다릴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