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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캠핑이 유행인 요즘 들어 모닥불을 멍하니 본다는 뜻의 ‘불멍’이란 말이 꽤나 친숙한 단어가 되었지만, 사실 ‘불멍’은 ‘물멍’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넓디 넓은 끝도 없이 펼쳐진 탁 트인 푸른 바다, 말 그대로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보고만 있게 된다. 순간 누군가 말을 걸면 정신이 돌아오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를 또 다른 ‘물멍’의 세계로 안내한다. 바다 밖이 아닌 ‘바닷속’ 신비함과 아름다움에 멍하니 취하게 만든다.
글을 통해서만 바다를 매력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단순 풍경 묘사와 바다 생물 나열하기에 그치기 쉽다. 이 책의 작가 해양학자 프라우케 바구쉐는 해양학자로서 수많은 바다를 누빈 자신의 생생한 경험, 바다 생물에 대한 풍부한 지식, 무엇보다 바다에 대한 진지한 사랑과 열정을 잘 섞어 책 전체에 온전히 반영하고 있다. 덕분에 읽는 내내 시원하면서도 뜨겁고(심해 열수분출공), 신기하면서도 기이한 바다의 매력에 풍덩 빠져, 바닷속 세상을 간접 체험하는 요즘 들어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부터 5장까지 다음과 같은 주제-플랑크톤의 세계, 산호초와 그 친구들, 대양과 대양을 누비는 큰 바다생물, 신기한 심해, 바다 생물들의 놀라운 번식-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6장)은 ‘인간과 바다’라는 다소간 무거운 주제로 끝을 맺고 있는데, 인간에 의해 상처 입은 바다와 바다생물들에 대해서는 6장 외의 다른 장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읽는 내내 ‘학자가 왜 이렇게 글을 잘써’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우리가 흔히 삼키는 바닷물 한 모금 속에 수십억 개의 바이러스, 수억 개의 세균, 수백만 개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수백 개의 동물성 플랑크톤이 들어있을 수 있다니! 내가 그걸 마셨다고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의학적인 가치가 어마어마함을 알게 된 순간, 바닷물을 마시는 게 그리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1장 플랑크톤의 은밀한 세계 지배).
‘2장 산호초, 바다의 요람’에서 영화 ‘니모를 찾아서’를 통해 물고기들이 자신의 성별을 바꾸는 ‘인접적 자웅 동체 현상’을 설명한 부분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다. 니모가 속한 흰동가리류는 수컷으로 생을 시작해 나중에 암컷으로 변하는 종류인데, 무리의 우두러미인 암컷이 죽으면 그 다음 서열인 기능적인 수컷이 암컷으로 변하고 어린 물고기 중 가장 큰 수컷이 이제 기능적인 수컷이 된다. 그러니까 영화는 흰동가리의 생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알게 된다면 동심이 파괴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흥미로운 글 속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과학적, 생태적 연구 결과들을 풍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에세이적 글쓰기 스타일을 따랐다면, 책의 매력이 반감되었을 것이다). 바닷속 탄소 순환 과정(1장), 해파리의 생애주기와 생태(1장), 산호초의 생성 방식에 따른 세 종류(2장), 니모의 사례가 나오는 시간차 성별 분리(2장), 대양의 열염분순환(3장), 스스로 빛을 내는 심해생물(4장), 이미지를 깨는 해달의 거친 교미(5장)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아름다운 푸르름의 가장 큰 위협은 인간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 시대의 도래는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산호초, 바다거북, 고래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인간이 고스란히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된다는 것은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많이 입증되었다. 기후변화 또한 해양산성화, 수온 상승, 산호 햠유량 하락을 가져와 해양 생태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저자는 푸르른 바다를 구하기 위해 함께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바다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