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 - 독침의 비밀을 파헤친 곤충학자 S의 헌신
저스틴 슈미트 지음, 정현창 옮김 / 초사흘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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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직사각형 모양의 널따란 놀이터. 바로 옆 키 작은 풀들과 나무 몇 그루가 있는 화단. 유독 키 큰 나무 한 그루에 기세 좋게 매달려 있는 말벌집. 장난기 가득한 남자 아이들 몇 명이 말벌집에 흥미를 보이고, 너나 할 것 없이 말벌집에 돌을 던진다. 누군가 던진 돌 하나에 운좋게(?) 맞은 벌집이 떨어진다. 아뿔싸! 붕붕붕~ 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화가 잔뜩 난 무시무시한 말벌들이 날아온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냅다 도망간다. 한참을 달려 이제 안 쫓아오겠지 싶어 뒤를 돌아본 한 아이. 그 순간 말벌이 코앞에 있음을 발견하고 다시 도망친다.

어렸을 적 기억이 정말 몇십 년 만에 떠올랐다. 저스틴 슈미트의 노작 <<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잡아보기도 하고 쏘여 보기도 했을 개미와 벌, 그리고 그들의 ‘독침’에 대한 애정과 아픈(!) 연구 결과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한다. 일찍이 시작된 독침 곤충에 대한 그의 특별한 사랑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독침 곤충 채집 경험담을 읽노라면 독침 곤충과 관련된 오래전의 온갖 기억이 소환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울 지경이다.

곤충에 관심 있는 사람은 ‘슈미트 통증 지수’라는 지표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표현 그대로 곤충의 침에 쏘였을 때 아픈 정도를 0~4로 수치화한 것으로 책 뒤쪽에 곤충 이름, 통증의 느낌, 통증 지수를 목록화해 놓았다. 책 전체에 녹아 있는 저자의 재치 있는 표현과 묘사는 슈미트 통징 지수 ‘통증의 느낌’에서 극에 달한다. 예를 들어, 잭점퍼개미의 통징지수(2)의 느낌을 ‘오븐에서 갓 구운 쿠키를 꺼내는데, 오븐 장갑게 구멍이 나 있었다’라든지, 통증지수(4)의 총알개미의 침의 통증은 ‘7cm가 넘는 긴 못이 발뒤꿈치에 박힌채로 불타는 숯 위를 걷는 듯하다’라고 설명한다. 오감을 총동원하여 상상하게 하는 생생한 묘사는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슈미트 통증 지수 



통징 지수는 물론 이 책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이것 외에도 흥미롭고 유익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통징 지수와 관련된 저자의 생생한 체험담은 땀벌과 불개미, 땅벌과 말벌, 수확개미, 타란툴라대모벌과 단독성 말벌, 총알개미를 제목으로 한 2부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 이들 침의 아픈 정도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재미있지만 이들의 생활사 및 인간들과 관련된 신기하고 이야기들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신기하게도 수확개미 암컷은 짝 짓기를 할 때 다른 종 수컷과 주로 교미하고(일 개미를 낳기 위해) 같은 종 수컷과는 한 두 마리와만 교미한다(새 여왕개미를 낳기 위해). 몇 년 전 기사를 통해 본 적이 있는 손바닥 크기의 중국 살인 말벌은 연출된 것이라는 사실! 무시무시한 타란툴라는 타란툴라대모벌에게 100전 100패 하는데, 그 이유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는데, 이보다 이해가 더 잘 갈 수 없게 만드는 훌륭한 설명이다.


타란툴라가 송곳니로 말벌의 몸통을 공격하는 것은 사람이 한 손에 맥주병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전기 드릴을 이용해 맥주병 옆면에 구멍을 내려고 하는 것과 같다(250p).


그러면 1부는 재미없는가? 그렇지 않다. 1부는 침의 과학, 침의 진화적 역할과 의미, 사회성 곤충으로의 진화 단계에서의 침의 역할 등 침과 관련된 진지한 과학적 탐구 결과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2부처럼 곤충 종들의 개별적 특징들은 생생하지만, 이들을 한데 묶어 전체로 이해시켜줄 끈을 1부에서 제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다. 저자의 입담, 극도의 통증을 참고 견디는 그의 부단한 노력, 무시무시한 침을 가진 곤충들의 생생함, 침의 과학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것이다. 장담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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