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 중세편1>> 완독 서평
‘수잔 와이즈 바우어’, 그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은 바로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내게 이 책은 세계사 입문서이면서, 그 이상이었다. 수많은 역사 인물들과 국가들이 난립하는 역사 속에서 그들을 살아 숨쉬게 하는 생생한 묘사, 역사의 흐름을 짚어내는 탁월한 글솜씨는 역사의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는 <<수잔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중세편>>(이하 <<세상의 모든 역사>>)이다. 중세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이번 책은 과거 다른 제목(<<중세 이야기>>)으로 출간되었으나 절판되어, 이번에 출판사와 역자를 달리하여 재출간한 책이다. 고대, 르네상스르르 다룬 책도 나온다고 하니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애독자로서 반갑기 그지 없는 희소식이다.
시대적, 지리적으로 넓은 의미로서의 중세
<<세상의 모든 역사>>(중세편1,2)이 다루는 시기는 로마의 콘스탄티누스가 밀비우스다리전투에서 막센티우스를 격파하고 로마에 입성한 ‘312년’부터 그리스도교 전사들이 제1차 십자군 원정에서 예루살렘을 정복한 ‘1099년’까지이다 (중세편1은 이슬람의 내분을 다루는 대략 7세기 후반까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중세의 시작을 312년으로 시작하는 것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세의 시작은 보통 476년 서로마제국의 멸망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비잔티움 역사를 다루는 역사서들에서 보통 이야기의 시작을 콘스탄티누스로 시작한다. [예컨대 <<비잔티움>>(주디스 헤린) <<비잔티움 연대기>>(존 줄리어스 노리치)]
그 이유는 이 책(중세편1)의 특징 및 장점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이 책이 다루는 지리적 범위를 살펴보면, 전형적인 서양(유럽,브리튼)만 다루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라비아, 중국, 인도, 한반도, 일본뿐만 동남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까지 포괄하니(총 41장 중 17장, 41%), 책 제목대로 거의 ‘세상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를 생각하면 (교류가 없진 않았으나) 유럽과 궤를 달리하는 국가와 대륙의 역사를 전형적인 서양의 중세에 맞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신 해당 시기 여러 나라들의 역사적 공통점을 추려내어 1권의 경우 ‘통합, 분열, 신흥 세력들’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콘스탄티누스의 제국 통합의 의지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세라는 시기적 적절성과 책의 구성’으로 볼 때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역사의 흐름 : 흥망성쇠
<<세상의 모든 역사>>(중세편1)에서 다루는 역사의 흐름을 크게 로마와 페르시아, 아라비아, 인도, 중국, 한반도와 일본으로 나누어 일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통합되고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로마는 동서로 나뉘어 점점 고착화하기 시작한다. 게르만족과 프랑크족 등 북동쪽에서 시작된 이민족들의 거센 물결은 급기야 서로마 제국의 멸망으로 귀결되고, 대신 프랑크족이 갈리아 지방에 세운 메로빙거 왕조가 등장하여 이후의 발전을 준비한다. 이제 남은 것은 동로마제국, 비잔티움 제국 초기에 확장한 영토는 이민족들과 아랍인들에 의해 야금야금 잠식되고 급기야 과거 서로마 영토는 거의 잃다시피 한다. 로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페르시아 제국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광대한 영토를 가진 페르시아는 로마와 끊임없이 다툼을 벌이고 세를 확장하기도 하며 제국을 유지하지만 신흥 세력인 이슬람에게 결국 정복당한다.
7세기 이전 아라비아 반도는 여러 나라들이 할거해 있는 형국이었다. 그들은 인근 대국들과 교류하거나 아프리카 왕국들과 다투며 나라를 운영하곤 했다. 그러나 신흥 세력인 무슬림의 등장(7세기)으로 이들은 몰락하고 무슬림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들은 거의 모든 방면으로 신속히 영토를 확장하며 세계의 지도를 바꾸게 된다. 4세기 인도는 굽타 제국의 성세로 북인도 지역을 장기간 통합하나, 이민족의 침입으로 굽타 제국은 다시 수많은 소왕국들로 쪼개지고 만다. 분열과 통합은 반복된다. 인도 남과 북에 강력한 왕조들이 들어서나 이들 또한 분열의 힘에 자리를 내준다.
중국은 한나라 멸망 후 꽤 오래도록 분열의 시기를 겪다, 가까스로 중국 남쪽과 북쪽에 강대한 국가가 버티는 형세가 지속된다, 약 400년동안의 분열의 시기를 수나라가 종식시키고 대륙을 통일한다. 그러나 이들 또한 금세 당나라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한반도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은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서로 한반도에서 승기를 잡게 되지만, 종국에는 당과 연합한 신라가 한반도를 통일하기에 이른다. 당시 일본은 야마토 왕조의 지배하에 있었다. 이들은 중국, 한반도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들만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간다.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스토리텔링 솜씨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여러 나라들의 복잡한 역사를 종횡무진 서술하지만 하지만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15쪽 남짓한 정도의 짧은 분량인 매장마다 정치적 목표를 세우고 성공하고, 실패하고, 대립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풍부한 사료에 기반하여 충실히 서술한다. 짧은 분량에 들어 있는, 인물이 살아 숨쉬게 하는 기승전결의 완결된 이야기 흐름이 스토리텔링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거기다 매장마다 나오는 지도의 디테일함은 집중력을 더한다. 역사책은 지도가 매우 중요하다. 정복과 전쟁, 이주, 통합의 이야기는 지리적 상상력과 결합될 때 더욱 풍부해지기 마련이다.
역사의 교훈
역사를 서술하며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 자신의 개인적 견해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현대와 연결지어 서술한 부분이 있다. 그 사건이란 로마에서 벌어졌던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의 성격을 둘러싼 이성론 대 단성론의 신학 논쟁이다. 그녀는 서로를 잡아먹을 듯 비판하며, 관용의 태도는 일절 보이지 않는 이 논쟁을 보며 비슷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서의 창조설을 둘러싼 논쟁이다. 그녀는 창조설을 신봉하는 진영과 이에 반대하는 급진진영 둘 다 비판한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견해에 동의하는 바이다. 흔히 역사는 역사일뿐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고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잊고 있었던 이러한 깨달음을 주는 것 또한 역사가 아닐까.
창조설 진영은 이 관점을 포기하게 되면 세상의 윤리 규범이 다 무너질 거라며 두려움에 떤다... 반면 창조설의 관점을 전면 거부하는 진영도(아무래도 이 대목에서는 리처드 도킨스나 샘 해리스의무리한 논법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두려움에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 지구의 애초 시작을 신비적으로 풀어 설명하는 것은 곧 비합리와 폭력이 득세하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며...(208-209PP).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