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작은 빛 - 코스모스, 인생 그리고 떠돌이별
사라 시거 지음, 김희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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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사랑한다. 가끔 스포츠, 음악, 미술 등 다른 무엇보다 하필 책을 사랑하게 되었나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 좋은 책에는 내가 몰랐던 새로운 지식, 새로운 가능성이 있고, 경험하지 못한 삶이 있다. 나와 다른 점을 비추어 주는 책에는 뭔가 모를 매력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별’을 사랑한다. 물리적으로 끌리는 힘을 느낀다. 어두운 가정사의 영향이었을 수도 있다. 별은 빛이자, 더 큰 세상으로 가는 창문이다.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지금 여기, 지구를 벗어나 전혀 다른 곳에 있게 한다. 별에 대한 사랑으로 외계행성을 연구하게 된 한 소녀, 사라 시거는 별을 연구하고, 별들을 만나고, 별들과 이별했던 자기 삶의 궤적을 담담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서술한다.

 

사라 시거(이하 사라)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별, 이별, 사랑’이다. ‘별’이 그녀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것은 캠핑장에서 였다. 텐트 밖에서 바라본 칠흙 같은 밤, 검은 하늘에 펼쳐진 수천 개의 별들이 수놓는 아름다움에 열 살 소녀는 압도되어 심장이 멈출 지경이었다. 떨어져 지냈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사라의 별이었다. 마음 둘 곳 없는 그녀에게 아버지는 빛이었다. 아버지의 정서적 지지와 천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방황했던 청소년기를 청산하고 훌륭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그 후 그녀는 학사(물리학, 수학)를 거쳐 하버드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천문학, 그 중에서도 외계행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무뚝뚝하고 정서적 벽을 갖고 살았던 사라는 카누협회에서 만난 마이크와 사랑에 빠진다. 서로를 알아주는 친구이자 같은 취미를 공유한 그와 자연스레 결혼하게 된다. 마이크와 가족을 만들어 가는 동안 사라는 하버드에서 시작한 천문학 연구에서 많은 성과를 보인다. 외계행성의 발견과 연구를 통해 우주에서 우리가 아닌 생명체를 발견하고자 하는 그녀의 열망은 트랜싯 기법(외계 행성에 일식의 원리를 적용하여 그들이 가리는 빛으로 그들의 존재를 발견하는 기법)을 활용하여 외계 행성의 대기권을 연구할 수 있다는 대담한 제안을 낳게 된다.

 

사라에게 있어 밝게 빛났던 별이 하나 진다.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사라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워싱턴 카네기 연구소를 거쳐 (현재 재직중인) MIT 행성과학과에 자리 잡는 도중이었다. 사라는 자신을 비추던 또 하나의 별이 위태위태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이크가 암에 걸린 것이다. 하필이면 희귀암인 크론병에서 발전된 암 3기였다. 순탄하던 그녀의 삶이 간호, 육아, 일의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육아와 집안일을 거의 도맡아 했던 마이크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마이크의 투병과 가슴 아픈 이별, 사라와 가족들의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마지 못한 이별, 사라의 감정적 방황은 읽는 내내 가슴 저미게 만든다. 그 와중에서도 연구의 끈을 놓지 않고 또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그녀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우연히 들게 된 콩코드 과부 클럽은 사라의 정서적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그녀들의 따뜻함, 진심 어린 위로와 조언, 수많은 도움은 사라가 아픔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맥아더 상을 받고, ‘우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선정된다. 커리어를 충실히 쌓아 나가는 도중, 우주에서의 작은 빛인 외계 행성을 찾기 위한 NASA의 스타셰이드 프로젝트 팀장을 맡게 된다. 마음 또한 완치될 때가 온 것일까? 마이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에게 캐나다왕립천문학회 강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찰스는 마이크를 대신할 새로운 별이 되었다. 이제 다시 네 식구가 된 것이다.

 

사라는 외계행성을 찾고자 하는 열망, ‘우주에서 가장 작은 빛’을 보기 위한 노력의 의미를 음미한다. 그것은 우리와 다른 외계생명체를 만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탐색이자 또 하나의 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우리를 찾기를 원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알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 생각한다. 우리는 누군가 다른 존재의 하늘에 자리한 빛이기를 바란다. 그들을 찾는 일을 계속하는 동안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닐 것이다(488p).

 

이제 그녀의 삶에서 ‘이별’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별, 사랑’만 남았다. 그녀의 연구와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외계행성을 연구하고 배우자를 잃었으며, 다시 사랑을 하게 된 사라의 삶은 전혀 해보지도 겪어보지도 않은 삶의 모습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아니다. 누구나 경험하고(했고) 느낄 수 있는 삶이라 공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라는 자기 감정의 질투, 분노 같은 아주 사소하지만 내밀한 부분들까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나 깊이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솔직한 그녀의 삶이 마음에 든다.

 

* 사라 덕분에 외계행성 연구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흥미롭게 접했다. 자세히 몰라도 읽는데 전혀 지장은 없었다. 오히려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게 되어 흥미가 생겼다. 사놓고 읽지 안은 책 <<외계행성>>을 펼쳐본다. 새로운 지식과 가능성이 펼쳐지리라 기대하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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