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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아프리카 (양장) - 영화로 읽는 아프리카 문화,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은별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딱 바라던 책을 좋은 기회가 닿아 읽게 됐다. 혹시 나처럼 아프리카에 대해 궁금하긴한데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무슨 영화를 봐야할지,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냥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된다. 《시네 아프리카》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수 십편의 영화와 관련 책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키기에 충분한 좋은 책이다. (게다가 책 서문을 보면 일부러 최신 영화, OTT 등으로 접근이 쉬운 영화들을 골랐다고 한다.)
1800년대 강대국들의 아프리카 땅따먹기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는 2월에 읽었던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가 나라들의 상황을 이해하며 읽는 데 꽤 도움이 되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의 "땅 주인 없는 땅 분할 회의" 장면은 한국인인 나에겐 어딘가 익숙하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독립 후 자주성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중이다. 아프리카는 아직 독립했더라도 강국과 뜻을 같이하는 허울뿐인 대통령이 있거나 제국주의 시절 배운 것을 바탕으로 본인 스스로를 신격화한 독재자가 대통령으로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적도기니처럼 강경하게 스페인을 몰아내고 대통령 중심의 독재정권을 만드려다가 경제가 무너지고 수많은 국민이 학살 당하는 진통을 겪기도 한다. (현재 적도기니는 1979년 쿠데타에 성공한 조카가 40년 넘게 독재 중이다.) 그러나 보츠와나처럼 다이아몬드 광산업을 잘 운용하여 최빈국에서 빠르게 탈출하고 발전 중인 곳도 있다. 반면 시에라리온, 콩고민주공화국처럼 자원 때문에 오히려 저주 받은 땅이 된 나라도 있다. 이처럼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기에 아프리카는 너무나 크고 다양하다.
아프리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형 포유류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당연히 등장한다. 많은 동물이 수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특히 코끼리의 삶이 서글프다. 2021년 기준, 10년 새 감소한 코끼리 개체는 무려 62%이다. "상아는 코끼리에게만 필요하지만" 겨우 중국 부호의 과시욕을 만족하기 위해 몇 십 년을 산 개체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 <아이보리 게임: 상아 전쟁>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중국의 국가 주석이 나서서 상아 밀거래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최근에는 중국, 미국, 케냐 등 여러 나라에서 상아 밀거래 금지를 호소하고 보호소를 운영하며 경각심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오해, 편견, 무지를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는 이 책 역시 300여 페이지에 그 넓은 대륙을 담아내려니 많은 이야기가 축약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점에서 바로 이어서 읽은 다문화 시리즈 《있는 그대로 나이지리아》 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