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책의 제목이 주는 이미지가 대단해서, 표지 그림이 마치 가지가 빽빽하게 자라 안쪽으로는 빛도 잘 들지 않는 커다란 나무의 일부를 확대한 것 같다. 덕분에 SF가 포함된 7편의 글을 낯선 곳에 쉬면서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보통의 책과 달리 양쪽정렬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본문처럼 왼쪽정렬로 정돈된 편집도 신선하다. 오른쪽 끝에서 단어가 끊기지 않아 덕분에 읽는 속도가 붙어 평소보다 빠르게 책을 읽었다.

당연히 <쿠쉬룩>이 제일 궁금해서 책 받자마자 이것부터 읽었는데 마지막에 단어의 의미가 밝혀진다. 이후 2번째부터는 제목이 궁금한 순서대로 이리저리 읽었다. 특히 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글이 세 편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즐거움만 가득한 추억으로 미화시켜 간직하는데, 사실 그 낱낱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을수도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체 글 중에서는 <영의 존재>가 가장 마음에 남아 여러 번 읽었다. 내 나잇대의 주인공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글의 시작에서는 "새카만 단발머리와 콩알처럼 동그란 눈동자가 참 잘 어울렸던, 웃을 때면 눈 밑에 지점토 같은 살이 도톰하게 차오르던, 유월의 살구처럼 괜히 쿡 찔러보고 싶게 반질거리는 볼을 가졌던" 영이를 찾지만 끝까지 읽고나면 사실 만들어낸 추억이라는 걸 선주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있는 그대로 나이지리아 나의 첫 다문화 수업 9
류지선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구 2억 1000명 중 절반이 19세 이하인 젊은 나라, 나이지리아. 노동할 수 있는 인구 수가 많고 산유국이라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공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 높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장점을 살려 학비가 싼 미국, 캐나다 등으로 유학을 가며 배우고 있으니 발전이 기대되는 나라라고 한다.
3월에 읽은 《지극히 사적인 네팔》에 따르면 120여 개의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네팔은 카스트가 존재해 서로 맡은 영역과 삶을 침범하지 않고 관습을 존중하며 살고 있었다. 나이지리아는 무려 350여개의 민족이 함께 사는 다민족 집단인데 어떻게 큰 충돌 없이 어울려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슬람권과 교류가 많고 영향을 많이 받은 민족도 있어서 같은 나라 사람인데도 생김새가 다양하다.
이번에 읽은 《있는 그대로 나이지리아》는 다문화 수업 시리즈의 9번째 책이다. 읽기 전에는 직접 거주 경험이 있는 저자가 쓴 책이라기에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정보를 담고 있는 가벼운 사회책에 더 가깝다. 낯선 나라였지만 사진 자료가 많아 어떤 삶을 사는지 상상해보면서 읽었다. 무엇보다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기' 장이 틈틈이 소개돼 있어 사고가 확장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네 아프리카 (양장) - 영화로 읽는 아프리카 문화,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은별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딱 바라던 책을 좋은 기회가 닿아 읽게 됐다. 혹시 나처럼 아프리카에 대해 궁금하긴한데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무슨 영화를 봐야할지,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냥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된다. 《시네 아프리카》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수 십편의 영화와 관련 책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키기에 충분한 좋은 책이다. (게다가 책 서문을 보면 일부러 최신 영화, OTT 등으로 접근이 쉬운 영화들을 골랐다고 한다.)

1800년대 강대국들의 아프리카 땅따먹기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는 2월에 읽었던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가 나라들의 상황을 이해하며 읽는 데 꽤 도움이 되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의 "땅 주인 없는 땅 분할 회의" 장면은 한국인인 나에겐 어딘가 익숙하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독립 후 자주성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중이다. 아프리카는 아직 독립했더라도 강국과 뜻을 같이하는 허울뿐인 대통령이 있거나 제국주의 시절 배운 것을 바탕으로 본인 스스로를 신격화한 독재자가 대통령으로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적도기니처럼 강경하게 스페인을 몰아내고 대통령 중심의 독재정권을 만드려다가 경제가 무너지고 수많은 국민이 학살 당하는 진통을 겪기도 한다. (현재 적도기니는 1979년 쿠데타에 성공한 조카가 40년 넘게 독재 중이다.) 그러나 보츠와나처럼 다이아몬드 광산업을 잘 운용하여 최빈국에서 빠르게 탈출하고 발전 중인 곳도 있다. 반면 시에라리온, 콩고민주공화국처럼 자원 때문에 오히려 저주 받은 땅이 된 나라도 있다. 이처럼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기에 아프리카는 너무나 크고 다양하다.

아프리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형 포유류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당연히 등장한다. 많은 동물이 수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특히 코끼리의 삶이 서글프다. 2021년 기준, 10년 새 감소한 코끼리 개체는 무려 62%이다. "상아는 코끼리에게만 필요하지만" 겨우 중국 부호의 과시욕을 만족하기 위해 몇 십 년을 산 개체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 <아이보리 게임: 상아 전쟁>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중국의 국가 주석이 나서서 상아 밀거래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최근에는 중국, 미국, 케냐 등 여러 나라에서 상아 밀거래 금지를 호소하고 보호소를 운영하며 경각심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오해, 편견, 무지를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는 이 책 역시 300여 페이지에 그 넓은 대륙을 담아내려니 많은 이야기가 축약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점에서 바로 이어서 읽은 다문화 시리즈 《있는 그대로 나이지리아》 가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핸드 - 천재 형사의 뉴욕 마피아 소탕 실화
스테판 탈티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에서 이탈리아인으로 살기란 아직 판결만 받지 않았을 뿐인 죄인으로 사는 것이었다."
위의 문장은 미국에서 한 형사가 이탈리안 범죄 조직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다. 형사 역시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 출신이다. 미국에서 경찰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출신의 셜록 홈즈'도 아닌 '이탈리아의 셜록 홈즈'라며 미국과 선을 긋는 언론의 찬사는 당시 이민자 배척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표지에 대놓고 적힌 "천재 형사의 뉴욕 마피아 소탕 실화"라는 문구를 보고도 멋대로 '...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덧붙여 소설이라 생각하며 읽을 뻔했다. 다른 사람의 후기도 읽어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다. ㅋㅋ 190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각종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해서 정리한 논픽션인데, 단순 재미를 위한 범죄 스릴러라고 생각하며 읽는다면 명확한 사건이 없고 진행 속도가 느려 몰입도가 떨어진다. 오히려 특정 사건을 토대로 한 당시 미국사의 한 면을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이를테면 《황금광시대》나 《빵으로 읽는 세계사》 느낌으로,,)
*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경호 선생님의 보통의 교실, 단단한 학급경영 함께 걷는 교육
천경호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임용된 교사들은 전문직보다는 노동직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글을 읽었다. 나 역시 겨우 이 월급 받는데 이렇게까지 하지말자는 생각이 울컥 든다. 그러다가도 내 생각보다 더 내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을 만나는 책임감을 느끼며 마음을 고쳐먹기도 한다. '하지말자' 자아와 '그럼에도' 자아가 몇 번이나 오락가락하는 시기에 좋은 기회가 닿아 읽게 됐다. 행정업무에 치여 매너리즘에 빠졌다가 올해는 드디어 행정업무에서 벗어났다. 그래봤자 고3 담임이라 탈출구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몇 년째 2순위였던 생활지도와 교수법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찰나 교육철학을 되돌아보게하는 책을 읽은 것이다.
ADHD 및 문해력 저하 문제 등 학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교육 철학에 토대를 둔 학급 경영의 규칙 사례를 알려주고 있어 저자가 초등학교의 교사이긴 하지만 학교급을 막론하고 적용할만 하다. 내가 저경력일 때 정말 별로인 선배교사들을 보며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던 것이 어느새 내가 '저렇게' 되고 있는 건 아닌가 반성하며 책을 덮었다.
-----
16 놀랍게도 생존, 안전, 소속과 사랑 그리고 자존감을 바탕으로 인지적 욕구와 심미안의 욕구를 실현해가야 할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오히려 고립과 모욕 혹은 모멸 같은 불일치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트라우마는 최근 들어 더욱 늘어나고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 있다. / 그나마 외부 개입이 어려운 가정에서 벗어나 학교라는 공공기관에 와서 교육받을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일시적이나마 아이들은 일상적 외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