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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책! 책 속에는 앞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른 채, "위태로운 시간을 버티고 살아내며"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은 채 성실히 작은 빛을 따라 앞으로 가는 한 가족이 있었다. 소설의 배경은 1996년, 할머니가 글씨를 모른다는 사실을 주인공 은동이 알게 되는 사건으로 시작하며 크게 세 가지 성장 축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할머니의 한글 공부, 은동이의 고민, 필성슈퍼 이야기가 그것이다.
"아매푸" 시절 경기가 어려워지고 대형 마트가 들어서며 주인공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필성슈퍼는 많은 변화를 겪는다. 이때 온 가족을 단단하게 붙잡은 것은 "간당간당"하게 가게를 되살려내는 엄마의 묘수와 할머니의 배추 절임 솜씨와 특별 간장 소스, 아빠의 트럭이다.
그러는 동안 할머니는 은동에게 얼마간의 용돈을 주며 한글을 배운다. 황서은을 비롯한 사람들의 이름, 채소의 이름,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익히며 세상이 눈에 쏟아져 들어오는 경험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최근 몇 년간 "여자도 화장품이 아닌 차를 사라"는 인터넷 글이 떠오르게 했다.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은 은동이의 이야기다. 은동의 옆에는 석희라는 친구가 있는데, 많은 면에서 대비되는 존재로 꼭 은동의 "특별하게 살고 싶어."라는 주문을 힘들이지 않고 실현하는 것만 같다. 반면 은동은 누구보다 특별함을 꿈꾸지만 군계일학을 돋보이게 하는 닭, 특별반 외의 나머지, 학원이 받아주지 않는 '개나 소나'의 집단에 속한다. 그러나 시위에 동참하면서도 갈팡질팡하다가 엄마의 말을 명분삼아 가치관을 확립해가고, 할머니의 '혼자 고창 다녀오기' 사건을 통해 본인의 성공도 꿈꾸며 느리지만 분명 뭔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