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 지성사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색인의 역사 Philos 시리즈 24
데니스 덩컨 지음, 배동근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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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색인의 조상이라 할 만한 것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다량의 책을 분류하며 사용한 방식이다. 돌돌 말린 책의 내용을 구분하기 위해 작은 양피지를 달아둔 것이 책 분류의 시작이었다. 이후 책의 역사를 따라가며 현대 색인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구텐베르크 활자가 발명되어 색인이 동일한 본문 위치로 안내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제는 디지털 작업을 거쳐 전자책의 경우 쪽수가 의미없어졌다.



색인을 이용하는 방식을 보는 재미도 있다. 색인은 크게 용어 색인과 주제 색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주제 색인은 처음 봤던 터라 그 악랄한 활용사(?)를 읽는 게 재밌었다. 간단한 어구로는 본문의 의도를 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역이용해 의도적으로 본문을 왜곡하기도 하고 본문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의 색인이 작성돼 누군가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카드를 일일히 작성하고 재정렬하는 고된 작업을 컴퓨터가 대체하며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간결함을 추구하며 주제 색인의 활용과 의미도 많이 퇴색되는 듯한데, 저자는 이를 아쉬워하며 아주 재치 있는 색인을 첨부해 책을 완성했다.​



+ 주방의 물건을 목록화하는 것도 일종의 색인 작업이라는 걸 알고 내가 하는 색인 작업이 있나 생각해봤다. 내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떤 책이 좋은 책이고 내 취향에 맞는 책인지 잘 몰라 택했던 방법이 있다. "책 속의 책"을 읽는 것인데, 지금 읽는 책 내용에서 언급된 책을 그 다음 독서 대상으로 삼아 연결식 독서를 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에는 꽤 여러 권의 다른 책이 등장해서 따로 '어떤 책이 어떤 책의 몇 쪽에서 언급됐는지'에 대한 목록을 정리해뒀었는데, 나름의 색인 작업을 한 셈이었다. (지금은 다 없어져서 참 아쉽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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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스위치 - 최신 과학으로 읽는 후성유전의 신비
장연규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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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친근함을 더하기 위한 것인지 다정한 존댓말로 쓰여진 이 책. 수업 교재로 이용한 적이 있는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의 교수님이 추천사에 등장해서 왠지 반가웠다. 얼핏보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진 교양서 같지만 쉽게 풀어썼음에도 생명과학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면 조금 어려울 순 있다. 그래도 나는 과학 교양서는 굳이 자세히 완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각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발췌해 읽으며 후성유전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라마르크는 획득형질이 유전된다 주장했고, 지금은 진화론을 언급할 때마다 대표적인 오개념 사례로 언급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그런데 후성유전학은 일부 획득형질이 유전될 수 있음을 설명해냄으로써 라마르크의 명예를 약간 회복시켰다. 내가 과자로 열심히 만든 훌륭한 이 몸매를 자손에게 물려줄 순 없지만, 후성유전의 원리에 의하면 생식세포에 형성된 후천적 변화는 자손에게 유전이 가능하며 체세포에게 가해지는 환경적 압력마저 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학부 시절 후성유전학이라는 별도의 과목이 없어서 분자생물학, 발생학 등 곳곳의 학문에서 흔적을 발견했던 내용인데, 이처럼 한 권에 모아 이렇게나 방대한 양을 이렇게나 간결하면서도 정확히 설명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책의 1부에는 유전의 기본 원리가, 2부에는 DNA 메틸화와 히스톤 아세틸화에 의한 형질 발현 조절의 원리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3부는 이질염색질과 X 염색체 무작위로 불활성화로 인해 나타나는 형질 발현의 결과를 설명한다. 결정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응용 분야를 서술한 4부와 에필로그이다. 잘못된 후성유전적 변화를 바로 잡는 암치료제 개발 현황과 식물의 개화, 노화, 장내 미생물과의 관계 등 이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인 분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뒷부분의 '나가며'에서 후성유전적인 변화처럼 우리 운명도 현명한 선택과 적절한 노력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는 다정한 책이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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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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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책! 책 속에는 앞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른 채, "위태로운 시간을 버티고 살아내며"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은 채 성실히 작은 빛을 따라 앞으로 가는 한 가족이 있었다. 소설의 배경은 1996년, 할머니가 글씨를 모른다는 사실을 주인공 은동이 알게 되는 사건으로 시작하며 크게 세 가지 성장 축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할머니의 한글 공부, 은동이의 고민, 필성슈퍼 이야기가 그것이다.

"아매푸" 시절 경기가 어려워지고 대형 마트가 들어서며 주인공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필성슈퍼는 많은 변화를 겪는다. 이때 온 가족을 단단하게 붙잡은 것은 "간당간당"하게 가게를 되살려내는 엄마의 묘수와 할머니의 배추 절임 솜씨와 특별 간장 소스, 아빠의 트럭이다.

그러는 동안 할머니는 은동에게 얼마간의 용돈을 주며 한글을 배운다. 황서은을 비롯한 사람들의 이름, 채소의 이름,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익히며 세상이 눈에 쏟아져 들어오는 경험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최근 몇 년간 "여자도 화장품이 아닌 차를 사라"는 인터넷 글이 떠오르게 했다.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은 은동이의 이야기다. 은동의 옆에는 석희라는 친구가 있는데, 많은 면에서 대비되는 존재로 꼭 은동의 "특별하게 살고 싶어."라는 주문을 힘들이지 않고 실현하는 것만 같다. 반면 은동은 누구보다 특별함을 꿈꾸지만 군계일학을 돋보이게 하는 닭, 특별반 외의 나머지, 학원이 받아주지 않는 '개나 소나'의 집단에 속한다. 그러나 시위에 동참하면서도 갈팡질팡하다가 엄마의 말을 명분삼아 가치관을 확립해가고, 할머니의 '혼자 고창 다녀오기' 사건을 통해 본인의 성공도 꿈꾸며 느리지만 분명 뭔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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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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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의 논문을 엮은 것인데 사회학, 생명과학, 철학, 여성학 등 여러 학문을 모두 아우르는 배경 지식을 갖추어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쉽진 않은 책이다. 나에게는 신랄한 생명과학 비판서로 읽혔다. 2016년에 수강했던 <고전으로 읽는 페미니즘> 연수에서 이미 진화학을 비판하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때도 과학 자체는 죄가 없고 사회학에 오용한 학자의 잘못일 거라며 (속으로만) 항변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내 수업에서 진화학의 오류가 발견되면 생명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생명과학이라는 학문의 아름다움을 세뇌(?)시키고 진화학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아무튼 그만큼 진화학이 멋진 학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생명과학이 좀 싫어진다. 정이 떨어졌다고 해야하나..^^..
1장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과학적 관리론이 떠오르며 생명과학이 어떻게 사회학과 버무려져 지배와 재생산을 견고히 했는지 보여준다. 똑같은 침팬지 연구더라도 암컷 침팬지 행동을 어떻게 전제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2장에서는 객관적이라고 착각했던 기존 과학의 남성적 목소리를 전복시키려는 시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의 과학은 대놓고 주관적이며 인정조차 받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적하는데, 이후 3장에서 도나 해러웨이가 제시한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된다.
다 읽고 나면 "무엇을 공부하든" 봐야하는 책이라는 추천사가 붙은 이유를 알 만 하다. 내용이 어려웠지만 사회학이 기능론에서 갈등론을 거쳐 텍스트 해석의 측면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과정을 안다면 본인이 더 많이 배운 학문에 빗대어 얼추 하고자하는 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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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 제로 슈거, 곰팡이로 만든 단백질, 닭 없는 닭고기, 배양육… 입맛과 건강, 지구를 구할 현대의 연금술은 가능할까?
라리사 짐버로프 지음, 제효영 옮김 / 갈라파고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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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GMO를 이은 또 다른 식품공학 발전이 불러온 파장이 궁금해지는 책이네요. 특히 운동이 유행하며 각종 단백질 식품도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비육류 단백질에 대한 내용이 기대됩니다. 곰팡이 단백질이 뭔가 찾아봤더니 버섯을 활용한 연구라기에 약간 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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