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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ㅣ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평점 :
10편의 논문을 엮은 것인데 사회학, 생명과학, 철학, 여성학 등 여러 학문을 모두 아우르는 배경 지식을 갖추어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쉽진 않은 책이다. 나에게는 신랄한 생명과학 비판서로 읽혔다. 2016년에 수강했던 <고전으로 읽는 페미니즘> 연수에서 이미 진화학을 비판하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때도 과학 자체는 죄가 없고 사회학에 오용한 학자의 잘못일 거라며 (속으로만) 항변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내 수업에서 진화학의 오류가 발견되면 생명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생명과학이라는 학문의 아름다움을 세뇌(?)시키고 진화학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아무튼 그만큼 진화학이 멋진 학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생명과학이 좀 싫어진다. 정이 떨어졌다고 해야하나..^^..
1장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과학적 관리론이 떠오르며 생명과학이 어떻게 사회학과 버무려져 지배와 재생산을 견고히 했는지 보여준다. 똑같은 침팬지 연구더라도 암컷 침팬지 행동을 어떻게 전제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2장에서는 객관적이라고 착각했던 기존 과학의 남성적 목소리를 전복시키려는 시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의 과학은 대놓고 주관적이며 인정조차 받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적하는데, 이후 3장에서 도나 해러웨이가 제시한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된다.
다 읽고 나면 "무엇을 공부하든" 봐야하는 책이라는 추천사가 붙은 이유를 알 만 하다. 내용이 어려웠지만 사회학이 기능론에서 갈등론을 거쳐 텍스트 해석의 측면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과정을 안다면 본인이 더 많이 배운 학문에 빗대어 얼추 하고자하는 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